2024년 4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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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녀 데레사의 가르침에 따른 영성생활] 36. 기도의 단계 ①

기도 단계,‘정원에 물을 주는 네 가지 방식’에 비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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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성생활의 정원에 물을 주는 네 가지 방식 가운데 하나인 3단계 도랑을 파서 시냇물을 끌어들여 물을 대는 방식을 표현한 색유리화.

영적 여정의 발전에 따른 다양한 기도 단계

이번 호부터는 성녀가 가르친 기도의 단계들에 대해 나눠볼까 합니다. 무엇보다 성녀는 ‘기도의 여정’과 ‘완덕을 향한 여정’이 서로 같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기도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언제나 그에 상응하는 영적 여정의 단계에 대해 말하곤 했습니다.

성녀에 따르면 인간이 하느님과의 사랑의 일치에 이르기 위해 걷는 여정은 크게 두 단계로 나뉩니다. 전반부는 인간이 덕을 닦고 공로를 쌓아서 도달할 수 있는 영역으로, 성녀의 표현을 빌리면 1궁방에서 3궁방까지입니다. 인간의 힘으로 도달할 수 있는 단계라 해서 이 영역을 ‘능동적 단계’ 또는 덕을 닦아 도달할 수 있다고 해서 ‘수덕적 단계’라고 합니다. 반면, 후반부는 인간이 준비는 하되 오직 하느님의 은총을 통해서만 들어갈 수 있는 영역으로, 4궁방부터 7궁방까지가 이에 해당합니다. 이 영역에서는 인간이 아니라 하느님이 주도권을 갖고 은총을 베푸십니다. 이 영역에서 인간은 하느님의 은총과 섭리에 자신을 내어 맡기고 하느님이 여정을 이끌어 가시기 때문에 ‘수동적 단계’, 또는 은총에 힘입어 하느님에 대한 다양한 신비 체험을 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신비적 단계’라고 부릅니다.

수덕적 단계, 신비적 단계에 상응해서 성녀는 기도의 단계를 제시했는데, 영성생활의 전반부로 수덕적 단계인 1궁방부터 3궁방에 머무는 영혼은 주로 자신의 힘과 노력을 바탕으로 능동적 기도를 하게 됩니다. 여기에는 구송 기도, 추리 묵상 기도, 능동적 거둠 기도가 있습니다.

반면, 영성생활의 후반부인 4궁방에서 7궁방에 머무는 영혼은 하느님 은총에 힘입어 신비적 기도를 하게 됩니다. 여기에는 수동적 거둠 기도, 고요의 기도, 능력들의 수면 기도, 합일의 기도(이 기도는 단순한 합일, 충만한 합일, 변모적 합일로 나뉩니다)가 있습니다.



1~3궁방: 수덕적 기도들

우선, 구송 기도는 이미 만들어진 기도문을 따라가는 가운데 입으로 그 경문을 읊으며 하는 기도입니다. 어떻게 기도해야 좋을지 모르는 분들에게는 좋은 안내자가 되는 기도 방법입니다. 구송 기도는 비록 입으로 드리지만, 정신과 마음 역시 드리는 기도의 의미를 되새기며 묵상하는 가운데 해야 제대로 된 기도입니다.

추리 묵상 기도는 영혼의 세 가지 주요 능력인 지성, 기억, 의지를 활용해 신앙의 진리에 대해 성찰하고 추리하기도 하고 복음의 여러 이야기들을 상상해서 그 안에 들어가 예수님과 대화하고 교감을 나누는 기도입니다.

반면, 거둠 기도는 영혼의 주요 능력을 비롯해 오감을 영혼 안으로 거둬들이는 가운데, 많은 말이나 성찰 또는 상상이 아니라 영혼 깊은 곳에 현존해 계신 예수님을 직접 대면하고 바라보며 사랑의 교감을 나누는 방법입니다. 단순하면서도 깊이 있는 기도 방법으로 성녀 데레사가 특히 좋아했으며 주위 사람들에게도 권했던 효과적인 기도였습니다.



4~7궁방: 신비적 기도들

4궁방부터는 하느님의 은총에 힘입어 신비적 기도들이 시작됩니다. 4궁방에 머무는 영혼은 수동적 거둠 기도, 고요의 기도, 능력들의 수면 기도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5궁방에 머무는 영혼은 단순한 합일의 기도를, 6궁방에 머무는 영혼은 충만한 합일의 기도(이 단계를 ‘영적 약혼’이라 부릅니다)를, 7궁방에 도달한 영혼은 변모적 합일의 기도(이 단계를 ‘영적 결혼’이라 부릅니다)를 하게 됩니다.

신비적 단계에서 하는 기도들과 관련해서 성녀가 사용하는 용어들은 신자 여러분에게 조금은 전문적이고 낯선 말입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각 기도 단계를 설명하면서 좀 더 자세히 나누겠습니다. 다만,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기도하는 당사자의 입장에서 볼 때 신비적 기도 단계에서는 영혼의 주요 능력인 지성과 기억의 활동이 줄어들게 되어 점점 고요해지고 마침내 잠을 자듯이 거의 정지하다시피 한다 해서 그 능력이 정지하는 정도가 깊어갈수록 수동적 거둠 기도, 고요의 기도, 능력들의 수면 기도라는 말을 사용하게 된 것입니다. 반면, 의지는 하느님을 향한 사랑으로 더욱 더 불타올라 마침내 인간으로 하여금 하느님과 온전히 사랑으로 하나 되게 한다고 해서 신비적 기도의 후반부 전체(5궁방~7궁방)는 합일의 기도로 불립니다.



정원에 물을 주는 네 가지 방식의 비유

성녀는 이러한 기도의 단계를 「자서전」 11~22장에서 ‘정원에 물을 주는 네 가지 방식’에 비유해서 설명했습니다. 단계가 낮을수록 인간이 기울이는 수고는 많은 데 비해 정원에 줄 수 있는 물의 양은 적으며, 단계가 높을수록 수고가 적음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양의 물을 정원에 댈 수 있습니다.

△1단계: 우물에서 손수 물을 길어서 대는 방식으로, 구송 기도·추리 묵상 기도·능동적 거둠 기도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2단계: 두레박을 단 도르래를 손잡이로 돌리면서 물을 길어서 대는 방식으로, 수동적 거둠 기도·고요의 기도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3단계: 도랑을 파서 시냇물을 끌어들여 물을 대는 방식으로, 능력들의 수면 기도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4단계: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통해 물을 대는 방식으로 합일의 기도(단순한 합일, 충만한 합일, 변모적 합일)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다음 호부터는 각각의 영적 단계에서 어떻게 기도해야 하는지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 윤주현 신부(대구가르멜수도원장, 대전가톨릭대 교수)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4-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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