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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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녀 데레사의 가르침에 따른 영성생활] 39. 기도의 단계④- 거둠 기도

자기 내면에 계신 주님과 나누는 사랑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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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둠 기도는 모든 관심을 영혼 안으로 집중하고 하느님과 더불어 교감을 나누는 기도다. 거둠 기도를 드리고 있는 관상 가르멜 수녀.

거둠 기도: 전형적인 ‘데레사 스타일’의 기도 방식

성녀 데레사가 중년 이후에 신비적인 기도 단계에 들어가기 전까지 수십 년 동안 실천했던 대표적인 기도 방법이 있었습니다. ‘거둠 기도’가 바로 그것입니다. 이는 머리를 많이 쓰는 추리 묵상 기도보다 훨씬 단순하면서도 보다 직접적으로 주님과 교감하게 하는 방법입니다. 사실 성녀는 추리 묵상 기도보다는 마음을 사용하는 이 거둠 기도를 훨씬 선호했습니다. 성녀의 작품 곳곳에서 드러나는 기질을 살펴보건대, 오늘날의 대표적인 심리 성격 유형 분류법 중의 하나인 MBTI로 보면 아마도 성녀 데레사는 ENFP(외향형, 직관형, 감정형, 개방형)가 아닐까 싶습니다. 여기서 주기능을 담당하는 N(직관형)과 F(감정형)를 보면, 평소 성녀가 편하게 생각하는 기도 방법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성녀는 기질적으로 머리보다는 마음을 많이 사용하고 직관적이며 정이 많은 사람입니다. 기도할 때 자연스레 그런 기질을 바탕으로 예수님과 대화하고 관계를 맺어갔을 것입니다. 실제로 성녀는 이 기도를 알게 된 이후 주로 이 기도를 수련하며 신비 기도의 문턱까지 다가갈 수 있었습니다.



거둠 기도란?

거둠 기도는 말 그대로 자신을 거둬들이는 기도를 말합니다. 즉, 영혼의 주요 능력들(지성, 기억, 의지)의 활동과 감각들(시각, 청각, 촉각, 후각, 미각, 상상 등)의 활동을 잠잠하게 하는 가운데 모든 관심을 영혼 안으로 집중하고 거기에 계신 하느님의 현존을 감지하면서 그 하느님과 더불어 교감을 나누는 기도가 곧 거둠 기도입니다. 성녀 데레사에게 거둠 기도는 ‘능동적 거둠 기도’와 ‘수동적 거둠 기도’라는 두 가지 형태로 드러납니다. 능동적 거둠 기도는 일종의 그리스도교화한 요가이자 심리적, 육체적 기도 수련입니다. 반면, 능동적 거둠 기도에 뒤따르는 수동적 거둠 기도는 하느님께서 주도권을 갖고 그분이 원하실 때 수동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으로서 인간의 노력이나 준비에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것이 아닙니다. 이는 성녀가 말하는 신비적인 기도에 속한 기도 형태 중 하나입니다.



거둠 기도의 교본인 오수나의 「제삼 기도 초보」


사실 거둠 기도는 성녀가 발명한 새로운 기도 방법이 아닙니다. 그것은 15세기 중반부터 스페인에서 활동하던 개혁 프란치스코회 회원들이 실천해 왔고 사목 일선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기도를 가르치기 위해 활용해왔던 방법이었습니다. 특히 프란치스코 회원이던 오수나의 프란치스코 신부가 쓴 「제삼 기도 초보」라는 책은 이 분야의 교과서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성녀는 서원한 지 얼마 안 돼 병가를 보내며 우연한 기회에 「제삼 기도 초보」를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그 후 오랫동안 이 책에 나오는 거둠 기도 방법을 실천하는 가운데 이를 자신에게 맞는 기도 방법으로 발전시켰습니다. 이 기도는 추리 묵상보다 훨씬 더 직관적(直觀的)이고 정감적(情感的)인 방법으로 머리를 많이 사용하지 않고 또 외부를 관찰하거나 상상을 활용하지 않기 때문에 아주 단순합니다. 무엇보다 거둠 기도는 서로 좋아하는 두 인격체, 즉 하느님과 영혼 사이에 흐르는 사랑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집니다. 거둠 기도는 존재의 중심, 즉 인간 존재의 심연(深淵)에서 하느님과 더불어 하는 ‘사랑의 대화’입니다. 그래서 성녀는 모든 것을 거둬들여 자기 내면으로 들어가는 이 기도에 열심이었고 주위 사람들에게도 적극 권장했습니다.



신비적 관상으로 인도하는 최상의 수덕적 기도


성녀는 지성으로 추리하는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이 오히려 상대적으로 먼저 신비적인 관상 기도에 도달하곤 한다고 보았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기도의 핵심인 사랑의 관계 맺음에 더 적합한 정감적 능력(情感的 能力)을 사용할 줄 알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지성과 더불어 추리 묵상을 통해 신앙의 진리를 깨우치고 이를 바탕으로 그리스도를 만나는 우회적인 길이 아닌 직접 그리스도와 인격적인 관계를 맺는 지름길에 들어섰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성녀는 이 거둠 기도를 추리 묵상 기도보다 높은 단계에 두었습니다. 그러나 성녀는 이 기도를 수련하는 사람들은 이를 보다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평소 신심 관련 서적들을 읽도록 권했으며, 특히 기도 중에 침잠(沈潛)하기 위해 그리스도 또는 신앙의 진리와 관련된 약간의 글을 읽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가르쳤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해, 거둠 기도는 인간이 영혼과 육체의 잡다한 능력들을 사용해서 주님과 교감하는 대신 자기 내면 중심에 현존해 계신 주님께로 내려가 그분과 직접 사랑을 나누는 효과적인 기도 방법입니다. 성녀는 우리가 이 능동적 거둠 기도를 실천하도록 쉼 없이 권했습니다. 왜냐하면 성녀는 바로 이 거둠 기도가 수덕적인 기도와 신비적인 기도 사이의 경계라는 점을 잘 알았고 또 여기서 많은 영적 보화들이 흘러나온다는 것도 잘 알았기 때문입니다. 결국, 거둠 기도는 하느님께서 영혼에게 초자연적인 관상을 허락하시고자 할 때, 이것이 가능할 수 있도록 인간 편에서 자기 영혼을 최상의 상태로 준비하기 위한 적극적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거둠 기도는 ‘데레사적인 스타일’이 물씬 묻어나는 인간이 드릴 수 있는 최상의 수덕적 기도(修德的 祈禱) 방법입니다. 여러분도 성녀 데레사와 함께 거둠 기도에 미쳐보지 않으시렵니까?

 
 
 

▲ 윤주현 신부(대구가르멜수도원장, 대전가톨릭대 교수)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4-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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