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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206) 확신에 찬 말씀

목사 설교 듣다가 교회 성도가 될 뻔한 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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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아는 분의 모친이 선종하셔서 병원 빈소를 찾아간 적이 있습니다. 가톨릭 사제로서 유가족들을 위해 도움을 드릴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생각에 빈소에서 미사를 봉헌할 생각으로 미사 준비를 했습니다. 고인을 위해서 미사를 봉헌해 드리면 유가족들이 영육 간에 위로를 느끼지 않을까 싶어서 부지런히 미사 가방을 들고 빈소에 갔습니다.

병원 빈소에 도착했더니, 마침 교우들이 연도를 바치고 있었습니다. 혼자 생각에, 연도를 마치면 고인의 영정 앞에 절을 드리고 영정 옆에 미사를 차린 다음 고인을 위해 미사를 봉헌할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옆 빈소에서 찬송가가 들려왔습니다. 어떤 상황인가 싶어 시간이 좀 남기에 태연하게 그 빈소 쪽으로 갔더니, 연세가 많은 분이 돌아가셨고 교회 목사님과 성도들이 함께 찬송가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마침 찬송가가 끝나자 사도신경을 바치더니 목사님 복장을 입으신 분이 미리 설치해 놓은 설교단에서 설교를 시작하셨습니다. 대략 10여 분 정도 목사님이 설교를 하셨는데, 설교 내용을 가만히 듣다가 그분 말씀에 몰입이 됐고, 급기야 말씀이 끝나자마자 내 가슴도 찡하고 울리어 그분의 빈소에 들어가서 찬송가를 함께 불러야 할 듯했습니다. 아마 그 순간, 아는 분 모친 쪽 신자들이 연도가 끝났다고 저를 찾아오지 않았다면, 그 순간은 저도 성도가 됐을 것입니다.

누군가 묻겠죠! 혹시 목사님 설교 듣다가 무슨 일이 있었냐고요? 아니,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목사님 설교 말씀 중에 놀라운 신학적 깊이나 철학적 상념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요. 그럼 또 묻겠죠! 왜 목사님 설교에 넋을 놓았어요? 그것은 그 목사님께서 보여주신 확신에 찬 말씀과 진지한 표정과 힘 있는 목소리에 그냥….

인간이기에 누구나 느끼는 본질적 두려움과 공포로 다가오는 ‘죽음’! 바로 그 죽음 앞에서 목사님은 너무나도 확신에 찬 설교, 분명하고 또박또박한 목소리의 설교, 그리고 유가족들에게 고인이 지금 100 아니 200 부활하셨다는 확신을 주는 설교를 하셨고, 거기에 그만, 저도 모르게 귀가 솔깃해졌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순간 그 목사님의 성도가 돼 그 말씀처럼 고인의 부활을 300 확신한 후, 다른 성도들과 함께 찬송가를 부를 뻔했습니다.

‘아뿔싸…, 그럼, 나는 누구지!’

좀 부끄러웠습니다. 고인을 위해서 단지 미사 한 대 드려주는 것을 전부로만 생각했던 제 자신이!

미사를 통해 주님이 보여주신 부활에 대한 강한 확신을, 말씀을 통해서 유가족들에게 신념과 사랑으로 나눠드릴 준비를 하지 않은 제 자신이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그래서 목사님처럼은 아니었지만 지극정성으로 고인을 위해 미사를 봉헌하면서, 짧은 강론이지만 진심으로 ‘부활’의 기쁜 소식을 유가족들과 나눴습니다. 그런데 그날, 너무나도 큰 위로를 받았다며 눈물까지 흘리며 감사해하는 유가족들을 보면서 돌아오는 길, 모든 것을 ‘미사 한 대’로만 끝내려 했던 안일한 제 모습을 성찰했습니다. 비록 그날, 목사님의 성도는 안 됐지만 그 목사님이 참 고마웠습니다.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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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3-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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