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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209) 내 손에 염장을 지르지! ②

사제품을 받게 한 사촌형의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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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신부가 되면 자신의 손에 염장을 지진다’는 사촌형의 말이 처음에는 기분 나빴지. 그런데 그 말 때문에 지금의 내가 될 수 있었던 것 같아. 그리고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신학교에 들어가는 것을 제일 기뻐해 준 그 형은 나의 약점을 잘 알고 있었기에, 그것만 극복하면 좋은 신부가 될 것 같은 마음에, 진심 본인 손에 염장을 지지고 싶은 마음으로 나에게 그런 ‘오기’를 발동하는 말을 했던 거야. 그 형은 정말 자기 손에 염장을 지지고 싶을 정도로 내가 신부가 되기를 바랐던 거지!”

“우와, 그런 마음이 있었군요. 그런데 그런 마음을 처음에는 잘 모르잖아요!”

그러자 신부님은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나는 어릴 때 여자들이 많은 집에서 자랐어. 그래서 감정이 풍부한 건 있지만, 사실 나는 지금도 잘 삐치고 토라지고 속상하면 말을 안 하고 그래. 그런데 우리 사촌형 집은 반대로 남자들만 많은 집이었어. 그래서 내가 그 집에 놀러 가면 거친 형들 틈에 끼어서 기가 죽어 지냈지. 함께 무슨 놀이를 하다가도 내가 계속 지면 울어버리고, 그러면 늘 숙모가 나타나! 그럼 나는 숙모에게 가서 울먹이며 형들을 혼내달라고 말하고. 암튼 형들이 잘 놀아주지 않으면 놀아주지 않는다고 삐치고, 놀다가도 형들 말에 상처를 받으면 토라지고 울고! 아, 그 때를 생각하면 정말 부끄러워 죽겠다. 그러다가 신학교에 들어갈 때, 사촌형들에게 인사를 하러 간 날, 다른 형들은 다 축하해 주었는데, 유독 그 형이 나에게 염장을 지지겠다는 말을 했던 거지. 그리고 그 말이 나에게 ‘오기’ 뭐 ‘독기’ 그런 마음을 불러 일으켰고…. 아무튼 내가 신부가 되면 염장을 지지겠다는 말이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무슨 원한 맺힌 말처럼 머릿속에 화석처럼 박혔지. 그래서 신학교에 입학하던 날 스스로에게 다짐했어. ‘꼭 신부가 되어, 사촌형 손을 프라이팬에 넣고 펄펄 끓는 기름으로 지진 다음 그 손 위에 소금이나 간장을 확 뿌리리라!’

그 후로 남자들만 사는 신학교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또한 인간적인 유혹이나 갈등이 들 때마다 머릿속으로 그 형 손을 염장 지질 생각을 하면서 그 생활을 잘 할 수 있었어. 그런데 정말 내가 신부가 된 거 있지! 신부가 된 후 가족들이 함께 모여 첫 미사를 하려는데 그 형이 대뜸 ‘신부님, 저는 신부님을 위해 염장 지질 마음의 준비가 되었습니다. 내 사촌동생이 신부가 되는 큰 기쁨을 맛보았기에, 이 두 손 염장 지지더라도 후회 없습니다’하고 말하는 거야. 그 형은 정말 내가 사제로 서품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또 바라면서 지냈던 거야.”

자신의 손을 염장 지질 각오를 하면서 사촌 동생이 좋은 모습으로 변화되기를 바라는 그 사촌형의 의리 앞에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그리고 ‘세상에 어느 누가 나를 위해 자신의 손에 염장을 지질 마음을 가지고 있겠나!’하는 마음으로 사촌형을 생각하면서, 지금도 ‘꾸준한 노력’으로 사촌형 앞에 부끄럽지 않을 사제의 삶을 살려는 그 신부님에게도 박수를 보냅니다. 참고로 염장은 정말로 지졌는지 물었더니, 그 신부님 은경축 때 사촌형 손바닥 염장을 지지기로 했답니다. 푸하하하!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3-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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