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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211) 당신이 있는 자리, 빛나도록….

타인이 빛나도록 자신의 빛을 나누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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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신부님 중에 무척 부지런한 신부님이 계십니다. 손재주도 좋지만, 성당 내 허드렛일에서부터 구석구석 신부님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신부님은 자신이 일을 한다고 해서 주변 신자들이 그 일을 거들게끔 하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미사 후 신자들이 떠난 후에 어슬렁어슬렁 성당 마당에 나와 주변을 둘러보면서 일거리를 찾곤 합니다.

하루는 신부님을 만날 일이 있어 그 성당에 갔더니, 역시나 신부님은 성당 3층 외부로 나가는 통로 부분을 물청소하고 있었습니다. 나를 발견한 신부님은 하던 일을 멈추고, 사제관으로 데리고 가서 음료수와 과일을 깎아 주었습니다. 나는 그 신부님께 대뜸 물었습니다.

“우리 신부님은 여전히 분주하셔! 근데 이런 일들은 성당 대청소 시간에 전체 교우들과 함께 하는 거 아니에요? 혹시 신부님, 요즘 시간이 하도 남아 돌아서 안 해도 될 일거리를 찾아가는 게 아닌지, 혹은 성격상 정리가 안된 것을 보면 몸이 뒤틀리거나, 이도저도 아니면 운동 삼아 그러는 건지요?”

그러자 신부님은, “하하하, 세 가지 다지, 뭐! 사실 나는 대학생 때 성당 주일학교 교사를 했어. 그때 성당 일 하는 것이 너무 재밌더라. 특히 캠프봉사를 가면 천막 치고, 수도 끌어오고, 전기 선 만지고 하면서 행사가 잘 진행되도록 뒤에서 일을 했지. 그리고 행사가 끝나면 다시 전선줄을 일일이 닦으며, 마지막 뒷정리까지 하고. 그런데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주임 신부님이 ‘야, 너는 일복이 많아 좋겠다’고 말하거나, 성당 어른들이 ‘너는 인복이 없으니, 혼자 일복이 많은 거야’, 친구들이나 후배들이 ‘뭐, 대충대충하면 되는데, 이렇게 일을 꼭 만들어요’라고 말할 때면, 사실 기분이 좋지는 않았어. 그런데 그때 내가 아는 수녀님이 이런 말을 해 주었어. ‘일복이 없는 것보다 일복이 많은 것이 그래도 낫지 않겠니? 그리고 하느님은 누구나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의 일을 하도록 주시잖아. 네가 언제나 누군가를 위해 뒤에서 묵묵히 궂은 일을 하는 걸 보면, 그 모습이 참 고맙고 그래!’ 그때 수녀님 말씀이 마음에 얼마나 위안이 되던지. 그래서 그 후로는, 누가 보든지 말든지, 지금 내가 누군가를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고, 그 일 또한 하느님이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의 일을 주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해! 그러고 있으면 그런 내 모습을 보고 내가 기뻐. 전에 영화를 보는데 이런 대사가 있더라. ‘자기 혼자 빛나는 별은 없어. 별은 다 빛을 받아서 반사하는 거야.’ 그 대사를 들으며 생각했어. 내가 신부랍시고 혼자서 빛을 독차지하는 존재가 되지 말자! 사실 신자들이 자신들의 삶을 묵묵히 나누어 주기에 우리들의 존재가 빛나는 거잖아. 그래서 나도 우리 신자들이 빛날 수 있도록, 그들이 사는 자리를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돌보는 거야!”

오늘도 세상 어디선가, 우리가 지금 서 있는 자리가 빛나도록 묵묵히 자신의 빛을 나누어 주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들로부터 받은 우리의 빛 또한 다른 이웃들과 함께 빛날 수 있도록 우리 삶을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럴 때 우리 사는 세상, 하느님 보시기에 ‘참 좋았다’ 하실 세상이며, 동시에 우주 창공에 영원히 아름다운 그 별빛을 나누는 지구별이 될 것입니다.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3-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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