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
사목/복음/말씀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212) 지금 사랑하고 있다면

상대가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으려는 노력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얼마 전에 휴가를 다녀온 후배 신부가 제게 이런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는 부부가 있는데, 최근 들어 그 두 사람이 사이가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듣고, 휴가 중에 시간을 내어 그 부부와 함께 저녁식사 자리를 마련했답니다.

처음에는 분위기가 예전처럼 좋아 보였는데, 분명 서로의 감정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신부님 앞에서 사이가 좋은 모습을 보여 주려고 남편이 식사 도중에 아내에게 억지로 친근감을 표현하더랍니다. 그러다 식사 후 헤어질 무렵, 남편이 잠깐 화장실을 간 사이에 그 아내는 신부님에게 ‘다음 번에 휴가를 오시면 자신들을 함께 부르지 말고, 각자 따로 만나고 싶다’는 말을 했고, 오랜만의 식사 자리는 그렇게 씁쓸히 끝이 났답니다. 그러면서 후배 신부님은 ‘아무리 부부로 수십 년을 살아도, 배우자가 좋아하는 것을 많이 아는 것보다 배우자가 정말 싫어하는 것 한 가지를 제대로 알아차리는 것이 무척이나 어려운 일인 것 같다’는 말을 해 주었습니다.

혹시 지금,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신지요?

예나 지금이나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 사람에게 정말 잘 하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같습니다. 예를 들어 사랑하는 사람이 기뻐할 것 같은 생각에 무언가를 자주 선물해 주고 싶어집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고 싶어서 낭만적인 곳에 가고 싶고, 즐거운 취미를 함께 가지고 싶어 합니다. 그러면서 내심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사랑하는 사람 또한 함께 좋아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한 마디로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명목하에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더 많은 것을 해주고 싶어합니다. 그러면서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더 많은 것을 더 자주 더 함께 할 때 비로소 자신들의 ‘사랑’이 깊어질 수 있고, 그래야 사랑의 감정이 충만하게 쌓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하기 때문에’ 좀 더 잘하고 싶은 마음, 모든 이들이 똑같이 가지는 마음입니다.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닙니다. 지금 사랑하는 사람이 기뻐할 것이라는 생각에 무언가를 좀더 하려는 노력도 중요하겠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반대일 수 있습니다. 즉 사랑하는 사람과 더 좋은 사랑을 하고 싶다면, 사랑하는 사람이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으려는 노력을 하는 것입니다. 즉, 무엇을 더 많이 더 자주 해 주기보다는, 사랑하는 그 사람이 싫어하는 것을 알고, 그것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할 때, 그 사람을 더 사랑할 수 있는 관심과 배려가 생겨날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사랑은 각자의 방식대로 좋은 사랑을 하려는 노력입니다.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뭔가 더 해주고자 합니다. 하지만 진정한 사랑은 ‘사랑하는 그 사람의 방식대로 사랑하려 노력하는 것’입니다. 그러한 사랑의 시작은 그 사람이 무엇을 진정 싫어하는지를 알고, 그것을 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입니다. 그럴 때 진정한 사랑으로 나아가는 신뢰가 풍성히 쌓일 것입니다.

지금 사랑하는 사람이 있나요? 그러면 그 사람이 싫어하는 것을 하지 마세요. 그렇게 하려 노력한다면 당신의 그 소중한 사랑이 깊은 신뢰로 변화될 것입니다.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3-11-03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3. 29

2티모 2장 15절
그대는 진리의 말씀을 올바르게 전하는 일꾼으로, 하느님 앞에 설 수 있도록 애쓰십시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