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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215) 한 예비신자의 잊지 못할 교리 수업

가르침보다 따뜻한 격려가 필요한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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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분이 며칠 후에 영세를 받는다며, 그 때 올 수 있겠느냐고 전화가 왔습니다. 그런데 그날 다른 일이 있기에 못 갈 것 같아 내가 있는 연구소에 한 번 다녀가시라 말씀드렸더니, 바로 오후에 찾아 오셨습니다. 그래서 신앙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누다가, 그분에게 교리 반을 다니면서 제일 인상 깊었던 시간이 언제였는지를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 분은 “교리를 해주시던 본당 신부님이 피정을 가셔서 다른 신부님이 와서 특강을 할 때였어요.”

“그래요? 그 신부님이 무슨 강의를 하셨기에 그리 인상에 남던가요? 하느님, 예수님, 아니면 성모님에 대해서 쉽고, 재밌게 강의를 하시던가요?”

그분은 손사래를 치면서, “아니, 아니요. 사실 그 신부님의 특강 내용은 하나도 기억나지 않아요. 그리고 때로는 본당 신부님 교리 내용도 이해가 되지 않을 때가 많아요.”

“그런데 뭐가 그리 인상에 남던가요?”

“사실 그 신부님도 한 시간 동안 특강을 하시면서 알기 쉽게 신앙 이야기를 해 주셨어요. 그런데 강의를 다 끝내고 난 다음 신부님이 갑자기 정중하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시더니, 우리에게 사과를 하시는 거예요. ‘여러분, 저는 태어나서부터 천주교 신자가 되어 있었고, 어린시절에는 성당에서 살다시피 했고,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신학교에 들어간 다음, 지금 이렇게 신부가 되어 살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예비자 여러분들 앞에서 강의는 하지만, 여러분의 지금 마음 상태가 어떤 지를 잘 모릅니다. 제가 전혀 경험해 보지 못한 과정이거든요. 하지만 이거 하나는 약속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하느님 사랑 안에서 좋은 신앙인, 행복한 사회인이 되도록 기도하겠습니다.’ 이 말을 듣는데 그냥 눈물이 핑 돌더라구요. 사실 그동안 천주교 신자가 되려고 노력하다보니,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교리에 대해서 많은 설명을 해 주었고 본당 신부님 역시 친절하고 자세하게 전체적인 교리를 가르쳐 주셨어요. 그런데 그래도 잘 모르는 것은 모르겠더군요. 그리고 내가 모르는 교리를 가르쳐주시는 분들이 자세히 설명을 하면 할수록 왠지 더 어렵게만 느껴졌어요. 그런데 그 신부님에게서 이런 마음을 헤아려주고자 하는 마음이 느껴졌어요. 특히 우리가 교리를 모르는 것은 이해력이나 신앙심 부족이 아니고, 오히려 당연한 것이라고! 그러면서 오히려 미안해하시면서 사과하는 그 신부님의 모습에서 내가 천주교 교리를 잘 모르는 것이 나의 신앙심이 부족한 탓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그러다보니 좀 더 힘이 생기고, 용기가 나는 거 있죠?”

그렇습니다. 사실 신앙의 언어는 그 종교를 믿는 이들에게는 어렵지 않게 이해될 수 있지만, 새로 그 종교에 입문하는 이들에게는 그 자체로 이해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때로는 예비자들에게 교리를 더 많이 가르쳐주기보다는 지금 그들이 믿으려는 마음이 잘 다져질 수 있도록 격려하고, 용기를 주고, 토닥거려준다면 어떨까요? 그럴 때 그들은 자신의 마음을 헤아려주는 그 누군가에 의해 오히려 신앙에 대한 더 큰 기쁨과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그 기쁨과 감동, 그것 역시도 하느님을 알아가는 소중한 순간입니다.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3-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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