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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222) 새 사제의 영성 (1)

영적 기운 충만한 새 사제에게 일어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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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수도원 안내 게시판에 교구 및 수도회 사제 서품식 초대장이 여러 개가 붙어 있었습니다. 앳된 얼굴에 밝은 미소의 서품 대상자 사진과 함께! 그러면서 새 사제라는 말에 묘한 힘이 느껴졌습니다. 왜냐하면 그 단어 속에는 젊은 한 청년이 하느님 앞에서 가장 순수하고, 열정적인 사랑의 삶을 살고자하는 결심이 묻어있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흔히 사제들끼리도 말합니다. 새 사제 되던 날의 마음가짐만이라도 잘 간직하면 `예수 그리스도를 닮은 삶`을 살 수 있다고!

새 사제가 되면 모든 사람에게 공손하고, 겸손해집니다. 또한 만나는 신자들 한 분, 한 분이 무척 소중하고, 귀한 분으로 여겨집니다.

그래서 누군가로부터 `신부님 위해서 기도해 드릴께요`라는 말만 들어도, `감사합니다. 저는 그 기도 덕분에 살아가는 사람입니다`하고 겸손한 고백도 진심으로 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러한 마음을 잘 간직하고 산다면, 사제의 삶은 언제나 낮아지고, 또 낮아지는 참 좋은 삶을 스스로 익혀갑니다.

몇 년 전에 수도회에서 사제 서품이 있던 때였습니다. 서품식이 끝난 며칠 후에 어느 형제님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강 신부님, 신부님 수도원에 영적인 기운이 대단한 분이 계시더군요!"

이 말을 듣자마자, `엥? 무슨 영적인 기운!` 그래서 되물었습니다.

"아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요?"

"아, 신부님 수도원에서 이번에 새로 나신 신부님이 계시죠? 제가 그 본당 신자예요. 그런데 얼마 전에 그 신부님이 우리 본당에 오셔서 첫 미사 후 첫 강복을 주시는데, 잊을 수 없는 감동이었어요. 나처럼 신앙심이 깊지 않은 사람조차 그 신부님 안수를 받으며 왈칵, 눈물을 흘렸어요. 암튼 대단했어요. 그 신부님께 전해 주세요, 앞으로도 제가 계속 기도해 드리겠다고!"

기도해 주신다는 말에, `감사합니다` 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은 후, 그 후배 신부님을 찾아갔습니다. 때마침 신부님이 방에 있기에, 좀 전에 받은 전화 내용을 말해주자, 그 신부님은 벽을 치며 웃다가 그냥 주저앉아버렸습니다. 그러자 나는,

"형제가 영성적으로 대단한 신부로 다시 태어났는지 몰랐어!"

이 말에 그게 하니라며 손사래를 치더니, 일급비밀을 말해 주었습니다.

"형, 실은 그게 아니라 음, 우리가 월요일 날 사제 서품 받고, 계속 수녀원, 수도원 등 첫 미사를 다녔잖아! 그러다 금요일 저녁부터 몸살기운이 들더니, 토요일 아침에는 가까스로 미사만 드린 후 하루 종일 아무 것도 못 먹고, 그냥 쓰러져 버렸어. 그리고 저녁에 기운을 차려, 부모님 댁에 가서 인사드리고 다음 날, 첫 미사 준비를 하는데 글쎄, 집으로 친척 분들이 잔뜩 오신거야, 함께 저녁 먹겠다고! 정말 하루 종일 아무 것도 못 먹어 속도 안 좋은데 그래도 할 수 없이 집안 어른들과 식사를 하면서 주시는 맥주도 한 잔 했지. 그런데 빈속에 먹어서 그랬는지, 다음 날 새벽부터 화장실을 몇 번이고 들락날락 거린 거 있지! 아무튼 첫 미사 드리는 동안이라도 별일 없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다행히 아무 일 없었어. 그리고 첫 미사 후에 본당 신자 분들에게 첫 강복 주려는데, 글쎄 사고가 터진 거야, 대형 사고가!"

(다음 호에 계속)


강석진 신부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4-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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