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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쩌나] 380. 사제답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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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 근래에 ‘사제답게’라는 말이 회자하고 있습니다. 이제 사제가 된 저로서는 어떻게 사는 것이 사제답게 사는 것인지 막연합니다. 사제생활 30년을 하신 신부님이 생각하는 사제다운 삶은 어떤 것인지요?

 

답 : 사제답게 살자는 결의는 좋은 것으로 생각합니다. 아마도 신부님마다 사제답게 산다는 것에 대한 생각들이 조금씩은 다를 것으로 생각하지만, 큰 틀에서 보면 같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을 말씀드릴까 합니다.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은 사제는 ‘주님의 종’이며 ‘성모님의 아들’이란 정체성을 인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사목하면서 제가 한 일에 자부심을 가진 적이 많았습니다. 마치 제 힘으로 다 이룬 듯이 말이지요. 그런데 돌아보니 저의 능력으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들이었음을 새삼 깨닫습니다. 주님과 성모님의 도움이 없었다면 할 수 없었던 일들을 마치 제가 다 한 듯이 떠벌리고 다녔던 것이 부끄럽기만 합니다.

사제가 주님의 종이란 자의식을 갖지 못하면 주님께 의탁하지 않고 자신의 능력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나타납니다. 하지만 그 후유증이 적지 않습니다. 우선 사람을 차별하게 됩니다. 내 마음에 드는 사람과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 이분법적으로 신자들을 대하게 됩니다. 내가 주님의 종이 아니라 하느님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지요.

두 번째 후유증은 우울함과 불안함, 분노감입니다. 모든 일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으니 마음이 편할 날이 없습니다. 이런 때 하는 기도는 대개 왜 하느님이 내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느냐 하는 아주 유아적이고 이기적인 기도이기에 기도라기보다는 생떼라 할 수 있겠습니다.

세 번째는 자기 마음 안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기도하기보다 세상 사람들이 사용하는 방법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하느님 앞에서 해소하지 않고 일반 사람들의 해소법을 찾게 되면 사제생활의 근간이 서서히 무너집니다. 사람에게 의지하고 기도가 아닌 물적인 것들에 천천히 젖어들어 간다는 것입니다. 일종의 심리적 중독 현상이 나타나기에 사제들은 기쁠 때나 힘들 때나 언제나 주님을 찾고 그분 앞에서 해소하고 답을 구해야 합니다.

두 번째로 사제들에게 중요한 것은 기도하는 사제가 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신부님 중에 다재다능한 분이 많으면 금상첨화겠지요. 그런데 가치 순위가
바뀌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기도하는 자리가 가장 우선이고 가장 중요합니다. 만약 신부님이 아파서 의사 선생님을 찾을 때 잘 놀고 술 잘 마시는 사람을 찾을까요? 아니면 치료를 잘하는 분을 찾을까요? 답은 아주 간단하지요. 사제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신자들이 찾는 사제는 기도하는 사제입니다. 왜냐하면 사제는 일반 사람들과는 다른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사제는 경계 선상에 사는 사람입니다. 즉, 삶과 죽음의 경계선 위에서 죽은 이와 산 이를 위해 기도하고 하느님과 사람 사이를 기도로 중재해주는 사람들입니다. 일반 사람들이 농담 삼아 ‘서양무당’이라고도 하는데 틀린 말은 아닙니다.

사제들은 미사성제와 묵주기도를 비롯한 여러 가지 기도를 통해 산 이와 죽은 이가 하느님 앞에서 한마음으로 기도하게 해야 하는 중차대한 역할을 해야 하기에 늘 기도하는 자리에 있어야 합니다.

제가 이런 말씀을 감히 드리는 것은 저의 사제 생활을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반대로 그렇게 살지 못해 많은 분께 실망감과 상처를 안겨준 것에 죄책감을 가지고 이 글을 쓰는 것입니다. 이제 사제생활을 시작하시는 신부님은 저처럼 실패한 사람이 되지 마시라는 뜻입니다.

돌아보니 지금 이 자리에 있기까지 주님과 성모님 그리고 수많은 분의 기도와 용서가 있었음을 새삼 깨닫습니다. 저를 사람으로 만드시려고 오랜 세월 기다려주시고 참아주신 주님과 성모님 모든 분께 감사하는 마음을 드립니다. 신부님이 기도하는 자리를 잘 지키신다면 사제다운 사제란 칭찬을 들으며 사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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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7-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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