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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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어쩌나] 406. 헷갈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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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 떠나신 신부님과 새로 오신 신부님이 너무나 달라 헷갈립니다. 전임 신부님은 사람이 좋으셔서 아이들과 잘 어울리고 같이 잘 노시는 바람에 본당 어른들로부터 핀잔을 자주 들으시곤 했는데, 그래도 신자들은 빈틈이 많은 신부님 흉을 보면서도 늘 만나면 본당 신부님 이야기로 꽃을 피우곤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새로 오신 신부님은 바늘이 들어갈 틈 하나 없이 완벽한 생활을 하는 분입니다. 그런데 왠지 가까이 가기가 어렵습니다. 늘 기도하고 단정하게 다니시고 강론도 매섭게 짧게 하시는데 아이들도 어른들도 다 어려워합니다.

그런데 시간이 가면서 신부님의 말씀에 거부감이 생깁니다. 너무 야단을 많이 치시는 데다 은근히 당신 자랑을 하면서 전임 신부님 흉을 보는 것에 거부감이 생깁니다. 아이들도 신부님이 강론 때마다 지옥 벌을 이야기한다며 어린이 미사를 가려고 하지 않습니다.

 

답 : 신자 여러분이 새로 오신 신부님에게 거부감을 갖는 것은 당연한 듯합니다. 우선 강론 내용에 문제가 있는 듯이 보입니다. 교리를 가르칠 때는 하느님은 모든 것을 사랑하시는 분이라고 하면서, 작은 죄라도 지으면 지옥 벌을 면치 못한다는 식으로 내용이 극과 극을 달리는 경우 듣는 사람들은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을 ‘이중 구속’이라고 합니다.

이중 구속(Double Bind)은 부모 특히 어머니의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을 때 아이들은 어머니와의 강한 정서적 관계에서 꼼짝을 못하는 현상을 보입니다. 사물을 제대로 분간할 수 없고 질문을 하고 싶어도 그 질문이 어머니와의 관계를 망칠까 봐 두려워서 질문을 못 하는 상태에 놓이는 것을 이중 구속이라고 합니다.

이런 현상은 종교인들과 신자들 사이에서도 종종 발생하는 병리적 현상입니다. 종교인들이 자기의 감정적 문제를 신자들에게 전가하고 야단을 치거나 몰아붙이거나 하는 것은 그런 종교인들이 가진 심리적 문제 때문입니다. 자기 안의 모순을 폭력적인 언어로 신자들에게 해소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이런 현상은 본인이 스스로 완벽하다고 하는 종교인들에게서 더 심하게 나타납니다. 종교인들도 사람인지라 누구나 심리적인 문제를 갖고 살아갑니다. 열두 제자의 경우를 보면 알 수 있지요. 교회에서 성인으로 불리는 분들이 인격적으로 완벽한 분들이었는가 하면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누구나 문제를 안고 산다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성인이 되고 어떤 사람이 문제 어른이 되는가? 자기 문제를 인식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이 자신을 이끌어 주시고 돌보아 주신다는 믿음과 고마운 마음을 갖는 분들을 성인이라고 합니다. 반면 자신은 완벽한 사람이라는 자기도취에 빠져 사는 사람들을 문제아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럼 성인과 문제 어른의 차이는 어디서 나는가? 성인들은 자기 문제를 보고 다듬느라 남의 문제를 볼 시간이 없지만, 문제 어른들은 자기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기에 자기 문제는 볼 생각도 안 하고 남의 문제를 갖고 시시비비를 가립니다. 우리 교회 미사에 ‘내 탓이오’라는 기도문은 이것을 아주 간단하게 표현한 것입니다.

내 탓, 내 문제를 보는 사람은 참 신앙인이고 그리스도인이지만 늘 남의 탓이나 하고 있으면 종교인의 복장을 했을지라도 내면은 세속화된 구정물이라는 말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전임 신부님이 훨씬 더 심리적으로 건강한 분이라 생각됩니다. 그래서 신자들이 떠난 신부님을 그리워하는 것입니다. 신앙인의 삶을 시로 잘 표현해 주신 이해인 수녀님의 ‘용서를 위한 기도’의 일부입니다,

‘아무리 작은 잘못이라도 / 하루 해 지기 전에 / 진심으로 뉘우치고 / 먼저 용서를 청할 수 있는 / 겸손한 믿음과 용기를 주십시오 // 잔잔한 마음에 거센 풍랑이 일고 / 때로는 감당하지 못할 부끄러움에 / 눈물을 많이 흘리게 될지라도 / 끝까지 용서하고 용서받으며 / 사랑을 넓혀가는 삶의 길로 / 저를 이끌어주십시오 주님 // 너무 엄청나서 차라리 피하고 싶던 / 당신의 그 사랑을 조금씩 닮고자 / 저도 이제 가파른 비탈길을 오르렵니다’

이처럼 자기의 약함을 알고 그 약함을 주님께 대한 사랑으로 극복하려고 하는 사람이 누구에게라도 사랑받는 사람입니다.





홍성남 신부

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상담전화: 02-727-2516

※상담을 원하시면 010-5032-7422로

‘문자’를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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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7-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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