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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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쩌나] 413. 혹시 사제 우울증(영적 우울증)인가요?

홍성남 신부 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상담전화: 02-727-2516 ※상담을 원하시면 010-5032-7422로 ‘문자’를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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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 전임 신부님은 술자리를 자주 하고 신자들과 야유회를 자주 다녀서 ‘신부님은 매일 놀러만 다닌다’고 핀잔을 들으셨습니다. 그래도 신부님은 싱글싱글 웃으면서 “저는 성당에 5분만 앉아 있어도 몸살이 나요” 하는 등 우스갯소리를 잘하셔서 나름 인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새로 오신 신부님은 너무나 반듯하셔서 우스갯소리는커녕 신자들과 어울리려고 하지도 않으십니다. 성당에서 오랫동안 기도하시는데 늘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고 우울해 보여서 아무도 감히 말을 걸지를 못합니다. 아이들도 새 신부님이 무섭다고 하고요. 무슨 문제일까요.



답 : 영적 우울증 일명 ‘사제 우울증’이란 것입니다. 역설적으로 잘 노는 신부님들은 우울증에 걸릴 시간이 없습니다. 오히려 신자들이 바라는 사제상, 늘 기도하고 세상 것을 멀리 하려는 삶을 실천하는 분들이 무기력증이나 우울 증세를 보입니다. 신부님 중에 열심히 사시는데 마음이 우울한 분들은 꼭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수많은 상담 사례에서 나온 것이니 참고가 될 것입니다.

마음이 우울한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을 몰아붙이는 데서 오는 것입니다. ‘넌 사제가 될 자격이 없어’ 하는 소리가 내면에 존재하는 한 아무리 기도를 많이 해도 우울감은 쉽사리 사라지질 않습니다. 이런 상태인 분들은 감사하는 기도를 자주 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일본의 멘탈 트레이너인 시가 가즈마사는 “좋은 생각이 좋은 일을 부른다”면서 아침에 눈을 뜨면서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잠자기 전에도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사람들은 몸과 마음의 회복력이 좋아진다고 조언했습니다. 사제로서 살게 해주심에 감사하고 사제의 삶을 통해 얻은 것들, 수많은 은총을 생각한다면 우울감이 가시고 자신을 몰아붙이는 정도가 조절될 것입니다.

두 번째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입니다. 심리학자들에 의하면 사람의 뇌는 사람에게 중독이 돼 있다고 합니다. 그 말은 사람에게 약은 사람이란 말입니다. 힘들고 괴로울 때 내 이야기를 들어 주는 사람이 있으면 마음에 위안이 되고 치유가 된다는 것이지요. 사람을 만나면 피곤하다고 사람들에게 부담을 주기 싫다고 사람을 피하면 나중에는 심한 외로움 때문에 고독사에 이르기도 합니다. 이러한 일들이 요즘 일어나는 안타까운 일들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지나치게 사람에게 의존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반대로 지나치게 사람을 피하고 혼자 있고 싶어 하는 것도 그리 좋은 일은 아닙니다. 물론 혼자 조용히 기도하면서 영적인 기쁨을 맛보는 것은 최상의 선택입니다. 그러나 지나치면 부작용이 생기듯이 사람을 피하고 혼자만의 삶을 살려 하면 심리적으로 면역력이 떨어지는 현상이 생깁니다. 심리적 무기력증에 걸릴 위험이 커집니다. 조사에 의하면 사람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는 어르신들이 노인성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혼자 술을 마시는 사람들보다 훨씬 더 적다고 합니다. 이런 것으로 미뤄 봐도 사람에게 사람이 가장 좋은 치료제이자 예방약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노파심에 한마디 덧붙이려 합니다. 젊은 신부님 중에서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는 데 사제나 교회의 역량이 부족하다고 여겨서 우울해 하는 분이 있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거시 담론의 중압감은 당연히 사제나 교회가 무용지물이 아닌가 하는 회의감을 불러오기도 합니다. 저 역시 젊은 시절에 그런 생각을 했었고요. 그런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사람들의 병과 죽음, 빌딩 숲 안에서 질식할 듯 살아가는 사람들의 처절한 모습을 통해 개인의 고통과 영혼의 고통을 느끼면서 사제직의 소중함과 기도해 주는 사람들 자리의 소중함을 깊이 느낍니다. 미사가 소중하고 묵주기도가 생명줄과 같다는 생각이 점점 더 깊어갑니다.

정신없이 내달리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난민처럼 앞날을 기약하지 못하는 불안감 속에서 허덕이며 사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해 주는 사제들은 사회적 퇴물들이 아니라 사회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존재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들이 필요성을 느끼건 안 느끼건 상관없이 사제들은 심리적으로 무너져가는 사람들이 기댈 나무처럼 필요한 존재이기에 스스로 내적으로 무너지는 어리석음은 범하지 않길 바랍니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7-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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