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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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창희 신부의 살며 배우며 실천하는 사회교리]<2> 세상 안의 교회

성찰, 판단, 행동은 사회교리의 기본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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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에 드러나는 여러 문제에 대해 교회가 윤리적인 가르침을 주는 일은 과연 정당한 일인가? 21세기 한국의 복잡한 정치 현실 속에서 한국인으로서, 그리고 그리스도인으로서 살아가는 우리는 여러 가지 사회 문제에 직면했을 때 어떠한 판단을 내려야 할지 혼동 속에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더욱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일 경우, 이러한 긴장감은 더욱 강하게 나타난다. 그럴 때면 흔히 듣는 질문이 "신부님도 정의구현사제단이세요? 신부님들이 사회 문제에 개입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라는 것이다.

 그때마다 질문을 던진 신자분들에게 되묻곤 한다. "형제님, 형제님은 정의구현사제단에 대해 무엇을 알고 계신가요? 그분들의 주장을 정확히 알고 계신가요?" 하고 말이다. 어찌 보면 우리는 제대로 알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정보만을 기반으로 판단할지 모른다. 자기 생각이나 뜻에 맞지 않을 경우 쉽게 비판하는 잘못을 범하는 것 같다.
 
 그리스도인, 어떻게 생각하고 판단할 것인가

 한국 가톨릭교회는 1974년 지학순 주교님의 체포와 구속 사건을 계기로 정의구현사제단을 발족해 직접적인 사회참여 활동을 해왔다. 성장과 발전이란 기치 아래서 억압된 인간의 기본 권리와 존엄성에 대해 교회는 더 이상 침묵할 수 없었고, 그 중심에 가톨릭교회와 정의구현사제단이 서 있었다. 한국 가톨릭교회는 한국 사회의 민주화 과정에서 큰 역할을 수행했다. 공포정치와 독재의 그늘에서 사람들은 진실에 대해, 그리고 정의에 대해 숨을 죽이고 있었지만 교회는 자신의 예언자적 역할에 충실했고, 이러한 교회의 실천적인 결단과 행동 속에서 사람들은 도덕성을 찾아냈다. 많은 지식인과 학생들이 교회로 찾아들었고, 그들은 교회가 진리를 추구하는 정의로운 모습 안에서 그리스도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시대가 변하고 민주화되었지만 교회의 사회정의에 대한 몸부림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아직도 우리 사회 안에는 사회적 약자들이 많은 까닭이다. 한국 사회가 경제 성장과 더불어 많은 발전이 이뤘지만, 아직도 교회는 진정한 인간 발전이 인간성의 기초 위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새롭게 등장하는 한국 사회의 문제들에 대해 우리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어떻게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을까? 교회는 이러한 선택을 위해 세 가지 기본 방향을 제시한다. 바로 성찰 원리, 판단 기준, 행동 지침이다.

 그 첫 단계는 상황을 주의 깊게 살펴보는 것으로 성찰의 단계이다. 우선 발생한 사건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주어진 정보에만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경로를 통해 발생한 사회 문제에 대해 객관적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필요하다. 찬성 쪽이나 반대쪽 한 부분만의 의견을 전적으로 수용하는 것 역시 잘못된 것이다. 만일 누군가 한쪽 정보에만 집중한다면 그는 다음 단계인 윤리적 판단 단계에서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윤리적 판단은 자신에게 주어진 윤리 지식과 교육 환경 등의 영향을 받는 것이기 때문에 어떤 사안에 대한 정확한 분석은 습득된 정보를 통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어떤 문제에 직면했을 때 정확히 알고 있지 못한 사실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비판을 하거나 판단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스도인 사회생활의 나침반, 사회교리

 판단의 단계에서는 판단을 내릴 기준이 필요하다. 우리는 한국인인 동시에 그리스도인이기에 판단 기준을 두 군데에서 동시에 찾아야 한다. 우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국가법에 충실하면서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부분까지도 충분히 살펴보아야 한다. 이와 함께 우리는 그리스도인이기에 교회가 사회에 주는 공식적인 가르침에 대해 충분히 숙지하고 연구할 필요가 있다. 하느님의 거룩한 말씀을 기록한 성경과 교도권의 가르침은 교회 안에서 그리스도인으로서 올바른 윤리적 판단을 내릴 준거틀이 된다. 성경 말씀 속에서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교회의 공식적인 가르침인 「가톨릭교회 교리서」, 「공의회 문헌」, 교황님들의 가르침 속에서 그리스도인으로서 나아가야 할 길을 발견해야 한다.

 마지막 단계는 행동하는 실천의 단계다. 문제점을 정확히 살펴보고, 준거틀에 의한 판단이 내려졌으면 이내 행동으로 옮기는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교회가 사회 안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신앙이 삶 속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나도록 노력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는 하느님 나라가 천상 세계에만 속해 있는 이상적인 것이 아니라 우리 현실 속에서 실현되는 구체적인 것이 되어야 함을 말해 주는 것이다.

 삼천년기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인류는 수많은 역사적 사건 속에서 순례하는 백성으로서의 교회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며 세상 안에서 함께 살아왔다. 교회는 사회와 완전히 분리되어 존재할 수 없는 존재다. 교회는 단지 사회와 구별되어 존재할 뿐이지 결코 분리될 수 없다. 교회가 교회 일에만 힘쓸 수 없는 까닭 역시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가톨릭교회는 진정한 인도주의를 이 땅에 실현하기 위한 출발점으로 사회교리를 말하고 있다. "그리스도인은 통합적이고 연대적인 인도주의를 촉진하기 위한 출발점으로서 성찰 원리와 판단 기준과 행동 지침을 교회의 사회교리에서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안다"(「간추린 사회교리」 7항). 이러한 이유 때문에 우리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올바르게 판단하고 행동하기 위해 사회교리를 열심히 공부해야 할 것이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4-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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