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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창희 신부의 살며 배우며 실천하는 사회교리]<4>십계명과 사회교리

법 없이도 살 사람 줄어드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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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세상을 사는데 여러 가지 기준이 존재한다. 인간은 공동체를 형성하고 그 안에서 통용되는 윤리규범을 만들며 이를 실천함으로써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공동선을 추구한다. 우리는 항상 올바른 규정과 규범을 지키는 사람들을 일컬어 법 없이도 살 사람 이라고 말한다. 사회가 발전하고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지면서 법 없이 살 사람들이 줄어드는 것 같다. 모든 분쟁을 법으로만 해결하려는 생각이 사람들 사이에 팽배해져간다. 서로 이해하고 용서하고 넘어가는 것이 점점 더 어려운 시대가 된 것이다.
 
  인류의 보편적 윤리규범
 
얼마 전 한 본당에서 특별 강의를 부탁받았다. 내가 사는 학교는 강화도에 있어 저녁 특강을 하려면 퇴근 시간을 피해 시간 여유를 두고 출발해야 한다. 그런데 이날은 출발이 늦어 교통 체증에 걸렸다. 설상가상으로 뒤차와 작은 접촉사고가 났다. 차에서 내려 뒷범퍼를 살펴보는데 뒤차의 운전자가 와서 고개를 조아리며 사과를 했다. 잠시 딴생각을 하느라 실수했다며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순간 머릿속에 이러한 생각이 떠올랐다.
 
신자분들에게 사랑과 용서를 주제로 강의하러 가는데 내가 화를 내고 싸우면 어떻게 되겠는가! 하느님은 우리 서로 사랑하고 용서하라고 가르치셨는데 내가 먼저 사랑을 실천해야겠다.
 
운전자에게 앞으로 조심히 하라는 말을 하고 그냥 보내드렸다. 본당에 도착해 몇몇 신자분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병원에 입원하면 돈 좀 벌 수 있는데 몇백만 원은 손해보셨다 면서 웃으셨다. 그분들의 웃음이 불쌍하고 한심해서가 아닌 그래도 사제로서 잘했다는 웃음이어서 기분이 좋았다. 이따금 자동차 뒷범퍼 사고 자국을 보면 그때 사제로서 신앙인으로 올바른 일을 했구나 라는 생각에 웃는다.
 
어린 시절 나는 공중도덕을 잘 지키는 어린이였다. 도로를 무단횡단하거나 쓰레기를 길에 버리는 것은 어린 나에게 절대 있을 수 없었다. 그런 습관에 길들어 지금도 교통신호를 철저히 지키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절대 하지 않는다. 그런데 살다 보니 주변에는 윤리규범을 무시하며 사는 사람들이 많다. 공중도덕을 지키거나 양심적인 일을 하는 것에 무관심한 것이다.
 
모든 사람은 자신이 자라고 교육받은 환경에 따라 조금씩 다른 윤리관과 가치관을 갖고 산다. 따라서 인간이 살아가는 사회는 모든 이에게 보편적으로 인정되는 윤리규범이 필요하다. 만일 가톨릭교회에서 제정된 윤리규범이 인류의 보편적 윤리관과 정반대의 것이라면 더 이상 교회의 윤리관을 다른 이들에게 강요할 수 없다. 교회의 윤리규범 역시 인류의 공통 윤리규범에 어긋나면 안 된다.
 
 하느님의 법을 마음에 새겨야
 
윤리규범의 보편성은 이미 성경을 통해 제시됐다. 구약성경에서 이스라엘 백성은 하느님과 계약을 맺은 선택된 민족으로 나타난다. 그들은 이집트 탈출 후 모세를 통해 하느님과 계약을 맺었다. 시나이 산의 십계명 사건이다. 인간으로서 하느님과 지켜야 할 기본적 계명을 계약으로 맺은 것이다. 그런데 십계명의 내용을 꼼꼼히 살펴보면 어느 조항 하나도 인류의 윤리규범과 충돌되거나 배치되지 않는다. 이는 십계명이 윤리규범으로서의 보편성을 지니고 있음을 말해준다.
 
가톨릭교회의 사회적 가르침인 「간추린 사회교리」는 십계명의 윤리적 보편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십계명은 삶의 훌륭한 지침이며 죄의 예속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아가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을 알려주는 것으로서 자연법을 탁월하게 표현하고 있다. 십계명은 보편적인 인간 윤리를 설명한다 (22항). 또한 이 십계명은 인간 사회의 상호 관계성에 주목하면서 가난한 이들의 권리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한 분이신 참 하느님께 충실하고 또 계약의 백성들이 서로 사회관계에 충실해야 할 의무는 십계명에서 나온다. 이러한 관계는 특히 이른바 가난한 이들의 권리로써 규정된다 (23항).
 
십계명과 더불어 7년마다 거행되는 안식년 규정과 50년마다 거행되는 희년 규정은 하느님의 무상 은총과 정의로운 나눔의 방식을 구체적으로 나타낸다. 이처럼 안식년 희년 규정은 하느님께서 베풀어주신 구원사건이 정의와 사회적 연대의 원리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잘 보여준다.
 
올바른 윤리규범이 사람들 마음속에 자리 잡기까지는 아직도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비록 모든 이들에게 하느님의 법이 충분히 스며들지 못했어도 우리는 인간의 하느님께 대한 사랑과 하느님의 인류에 대한 사랑 안에서 발견되는 사랑의 계명을 생활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하느님의 법을 지키는 이들은 세상 안에서 진정한 자유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4-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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