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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의 변화와 좋은 벗들: 神의 한 수

[토머스 머튼의 영성 배우기] 4. 만남의 은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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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하삼두 스테파노

 

 


방탕하고 무책임한 영국 대학 생활

맹모삼천지교라는 말이 있듯이, 비록 어머니도 아버지도 없는 고아 머튼이었지만, 대부에 의한 미국으로의 이주는 그의 방탕한 삶을 변화시키게 한 신의 한 수였다. 1933년 10월 영국 케임브리지의 클레어대학에 입학한 머튼은 학업에 힘쓰기보다는 방탕하고 무책임한 생활을 하였는데 담배와 술, 이성 교제에 몰두하였다. 급기야 사생아까지 생기게 되어 큰 문제가 발생하자, 그의 대부였던 톰 베네트는 격노하여 그를 외조부모가 있는 미국으로 보내 버렸다.

미국 컬럼비아대학에 입학한 머튼이 만난 ‘좋은 사람들’과 ‘좋은 서적들’은 그의 회개에 영향을 주었다. 어린 시절 어머니와 아버지의 죽음으로 세상과 사람들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던 머튼에게 좋은 사람들과 좋은 서적들은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도록 도왔다. 외로운 그에게 친근한 관계는 그의 내면에 있는 반항아적 기질을 누그러뜨렸으며, 책을 좋아하는 그의 타고난 습성은 자신과 교회와 세상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하여 그의 회심과 새로운 의식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미국 대학에서 만난 좋은 사람들

물론 유년시절에도 좋은 사람과 만나기는 했었다. 6살 때부터 어머니의 사랑 없이 그리고 어떤 종교적 교육도 없이 성장했지만, 그는 종교적 가정이었던 로마 가톨릭 신자인 프리벳 부부(the Privats)와 함께 살 기회가 있었다. 머튼은 자신이 믿음이 부족했다는 것을 그들의 믿음으로부터 깊이 깨닫게 되었다. 그는 “저는 신앙을 그렇게 중요한 문제로 여기는 분들을 처음 만났습니다…. 그리고 그분들이 저에게 신앙이 없는 것에 대해 진정으로 염려해 준 것에 대해 저의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라고 회고하고 있다. 그는 2년 동안 이 부부와 함께 지냈으며, 이 시간을 자신의 어린 시절의 유일한 ‘종교적 기간’으로 묘사하였다. 그러나 이 기간이 그의 회개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하였다.

미국 컬럼비아대학에서 만난 교수들과 친구들은 그의 인생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는 이곳에서 자신의 회심과 성소에 영향을 미친 많은 사람을 만났다. 예를 들어 머튼의 지적인 성소를 격려하였던 마크 반 도렌(Mark Van Doren) 교수의 품위와 도덕적 진실성에 그는 큰 감명을 받았다. 힌두교 수도승이었던 마하남브라타 브라마카리(Mahanambrata Bramachari)에게서는 그리스도교 신비주의 전통을 소개받았고, 아우구스티노 성인의 「고백록」과 토마스 아 켐피스(Thomas Kempis)의 「준주 성범」을 읽을 것을 권고받았다. 댄 월쉬(Dan Walsh) 교수는 머튼이 사제 성소와 트라피스트 수도생활의 방향을 정하고, 토미즘의 사변적인 방법보다는 좀 더 영적이고 신비적이며 경험적인 방법으로 사고하도록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컬럼비아대학 시절, 머튼의 세 친구 로버트 랙스(Robert Lax), 에드워드 라이스(Edward Rice), 로버트 지브니(Robert Gibney) 역시 머튼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특히 랙스는 머튼에게 조건 없는 사랑과 신뢰를 주었고, 그에게 성인(聖人)과 작가, 평화 운동가가 되도록 격려하였으며 머튼이 트라피스트 수도원에 입회한 후에도 지속적으로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였고 여러 가지 도움을 주었다. 이 친밀한 우정 관계는 그가 어린 시절에 개발하기 어려웠던,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형성하는 데에 영향을 끼쳤다.



사람과 세상에 대한 거부감 극복

우리는 삶의 여정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좋은 사람, 싫은 사람, 나에게 맞는 사람, 불편한 사람, 심지어 손해를 끼치는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사랑받으며 자라야 할 머튼에게 부모님의 부재와 사별은 사람과 세상에 대한 거부감을 갖게 했지만,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은 이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따뜻한 사랑의 체험은 사람들을 변화시킨다. 나아가 설령 지금은 받아들이기 힘든 사람일지라 해도 세월이 지난 후에 되돌아보면 나와 맞지 않는 그 사람은 나를 보는 거울이요, 나를 성장하게 해 주는 자극이 되었음을 깨닫게 된다. 머튼에게 좋은 친구들, 좋은 스승들이 있었던 것처럼 우리도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친구, 따뜻한 사랑을 나누어 주는 하느님의 도구가 되어 주어야 할 것이다.

 

 

 

 

 

 
▲ 박재찬 신부(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부산 분도 명상의 집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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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9-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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