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차민씨가 2016년 창업한 사회적 기업 천연 디퓨저 등 생활용품 제조해 판매 미혼모 쉼터 설립 위한 자금 모금도 미혼모 고용·창업·자립 등 도울 계획
▲ 양차민 대표는 미혼모의 자립을 돕기 위해 사회적 기업 ‘마리에뜨’를 설립했다. |
1933년 벨기에의 바뇌에 사는 12살 소녀 ‘마리에뜨’는 성모 마리아의 발현을 목격했다. 앞서 프랑스의 루르드와 포르투갈 파티마에서 성모 발현을 목격한 이들도 어린이들이었다. 이 어린이들은 모두 수도자가 됐지만, 마리에뜨만 결혼해 가정을 이뤘다.
양차민(제오르지아, 43, 수원교구 안양중앙본당)씨가 2016년에 창업한 사회적 기업 ‘마리에뜨’는 이 소녀의 이름에서 따왔다.
직원 4명을 두고 있는 (주)마리에뜨는 천연 디퓨저와 방향제, 생활용품을 제조해 판매한다. 사업 목적은 쉼터를 마련해 미혼모의 자립을 돕는 것이다. 더 정확히는 엄마가 미혼모라는 이유로 버려지는 아기들을 살리기 위해서다. 아기를 지키려면 엄마를 먼저 살 수 있게 해줘야 한다. 미혼모의 아기들이 마리에뜨처럼 성가정을 이루기를 바라는 마음이 사업을 시작한 동기가 됐다. 그는 이 회사를 바뇌의 성모님께 봉헌하는 마음으로 설립했다. ‘마리에뜨’는 수원시 권선구 수성로의 중소기업성장센터 내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양 대표는 교육과 육아, 일터, 주거 환경이 통합된 공동주택을 마련해 미혼모 청소년들의 자립을 돕는 게 최종 꿈이다.
디퓨저와 방향제를 만들어 판매했지만, 쉼터 설립을 위한 자금은 좀처럼 모이지 않았다. 그는 2017년 5000만 원을 대출받아 월세로 집 두 채를 얻었다. 오갈 곳 없는 미혼모들의 쉼터로 쓰기 위해서다. 9평의 작은 공간이었지만 알음알음 미혼모들이 찾아왔다. 분유와 기저귀, 젖병, 소독기 등 필요한 유아용품을 비롯해 냉장고에는 직접 끼니를 해먹을 수 있게 음식재료까지 채워놨다. 이름도 묻지 않았고, 아무것도 기록하지 않았다. 원하는 기간 무료로 지내게 했다. 쉼터를 유지하는 데 월세를 포함해 100만 원에서 300만 원까지 들었다.
미혼모가 원하기만 하면 양 대표는 ‘마리에뜨’의 직원으로 고용한다. 원하면 창업 교육도 해준다. 아기를 키우며 일하기가 쉽지 않다 보니 다시 어두운 삶으로 돌아가는 미혼모도 많다. 양 대표는 처음부터 미혼모가 되는 것을 방지할 수는 없지만, 미혼모들이 재임신하는 것만큼은 막아 보겠다는 의지가 굳다. 양 대표는 “직원들의 월급날이 다가오면 막막하지만 매출이 안 나와도 행복하다”고 말한다.
젊은 시절, 삶의 이유와 행복을 느끼지 못했던 그에게 이 일은 살아갈 의미와 행복을 찾아줬다. 이 사업은 2005년 하늘나라로 떠나보낸 어느 미혼모의 딸 교희와의 약속이기도 하다. 꽃동네에 맡겨진 교희가 폐렴으로 병원에 입원했고, 당시 꽃동네 봉사자였던 양씨가 보호자로 아기의 병상을 지켰다. 태어난 지 120일째 된 생명을 하늘나라로 떠나보내면서 교희와 약속했다. ‘남은 인생은 너와 같은 처지에 있는 친구들이 죽지 않는 환경을 만드는 데 쓰겠다’고.
양 대표는 청소년 미혼모를 위한 직업학교를 만드는 게 다음 계획이다. 조만간 공식 쇼핑몰(www.mariette.co.kr)도 개시한다. 5살 미만의 자녀를 둔 미혼모는 공장 직영가로 구매할 수 있다.
이지혜 기자 bonaism@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