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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전통에 따른 렉시오 디비나] (15) 근대 이후의 위기와 렉시오 디비나의 재발견

훌륭한 영적 보화의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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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성준 신부



수도 전통에서 행해졌던 단순한 렉시오 디비나는 12~13세기를 거치면서 위기를 맞고 쇠퇴하기 시작하였다. 이때는 여러 탁발 수도회들이 출현하였고 특별히 스콜라 학문의 논리적 영향으로 인해서 수도자들 역시 렉시오 디비나 시간에 온 마음으로 성경 말씀을 읽고 되새기며 기도하기보다는 오히려 하느님 말씀에 대한 질문과 논증을 추구하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중세 말기에 수도승들은 하느님 말씀에 대한 스콜라 학문의 논리적인 접근을 비판하였으며 또한 그 이후에 나타나는 추론적인 묵상 방법인 이냐시오 묵상 방법에 대해서도 아주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였다.

그 후 16세기 인문주의자들은 성경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법으로써 비판적이고 조직적인 독서 방법을 소개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방법은 성경에 대한 학문적인 발전에 크게 공헌을 하였다. 이 때문에 수도 전통 안에서 행해진 단순한 방법, 곧 성경을 머리가 아니라 마음으로 읽고 되새김으로써 말씀과 삶이 분리되지 않았던 렉시오 디비나 수행은 사람들로부터 점점 더 도외시되어 버렸다.

이렇게 전통적으로 수도원들 안에서 행해졌던 렉시오 디비나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그 영향력이 감소되어 갔고 잊히게 되었다. 이로써 오늘날 성경에 대한 여러 기교적이고 심리적인 접근 방법들이 더 많이 소개되었고, 오랜 기간 수도 전통 안에서 전해져 오던 단순한 성독 수행은 거의 잊히게 되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기점으로 교회 전통 안에 있었던 훌륭한 영적 보화인 렉시오 디비나를 재발견하게 되었다.

하느님의 말씀과 영성 그리고 삶 사이에 부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현대의 많은 그리스도인에게 수도 전통에 있었던 단순한 렉시오 디비나 수행의 재발견은 분명히 영적으로 많은 도움이 되리라고 본다. 특별히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교회 복음화의 강력한 하나의 수단으로서 고대의 렉시오 디비나 수행을 강조했고, 베네딕토 16세 교황도 역시 여러 곳에서 고대의 전통적인 렉시오 디비나 수행을 강조하면서 그러한 렉시오 디비나 수행이 교회에 영적인 봄(a new spiritual springtime)을 가져오는 중요한 수단임을 천명했다.

특별히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렉시오 디비나를 잘하기 위한 조건을 제시하였다. 성경이 성령의 감도 하에 쓰였듯이, 같은 성령의 빛 안에서 조명된 정신과 마음을 간직하고 겸손된 들음의 태도로 렉시오 디비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하느님의 말씀은 성령의 빛 없이는 그 참된 영적인 의미들을 결코 깨달을 수가 없다. 오직 성령의 빛 안에서만이 하느님 말씀의 깊은 영적인 의미들을 깨달을 수가 있다.

그리고 하느님의 말씀을 겸손된 태도로 잘 듣는 것도 중요하다. 잘 듣지 않을 때 말씀은 우리와 아무런 관계 맺음 없이 흘러가 버린다. 그래서 하느님의 말씀을 읽고 묵상할 때 귀를 기울여 잘 들어야 한다. 그 말씀은 그 순간 하느님이 우리 각자에게 주시는 사랑 지극한 그분의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교회의 복음화와 세상의 복음화를 위해 교회에 영적인 봄을 가져오는 구체적인 방법 중의 하나가 바로 교회의 오랜 전통 안에 있었던 렉시오 디비나임을 다시 한 번 기억할 필요가 있다.



허성준 신부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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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9-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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