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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은 왜 구글 지도에 없을까

[엉클 죠의 바티칸 산책] (5)시국(市國) 바티칸과 영적인 국가 교황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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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티칸 시국에서 군인과 경찰 역할을 하는 스위스 근위대 병사들이 성 베드로 광장을 행진하고 있다. 교황청은 13억 가톨릭 신자의 ‘영적 국가’임에도 여느 국가와 똑같은 형태의 정부 조직을 갖고 있다. 【CNS 자료사진】

 

 


바티칸과 교황청, 같은 말일까요? 아니면 다른 말일까요?

스마트폰에서 구글 지도를 검색하여 로마 시내를 살펴보면 교황청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한글로도, 영어(Holy See)로도, 이탈리아어(Santa Sede)로도 교황청의 흔적이 없어요. 대신 ‘바티칸’이 나옵니다. 교황청이라는 나라는 분명히 존재하는데 지도에 없다니!

해외여행을 하는 사람마다 이용하는, 그 유명한 구글 지도가 틀린 것일까요? 아닙니다. 맞습니다. 교황청은 구글 지도에는 없지만, 분명히 실재하는 국가입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저에게 ‘주바티칸 대사’라고 호칭합니다. 저는 이런 사람들에게 저의 명함을 한 장 건네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저의 공식 타이틀은 주교황청 한국대사입니다. 주바티칸 한국대사가 아닙니다.”



교황청과 바티칸 엄연히 달라

그러나 저에게 누군가가 “주바티칸 한국대사이시냐?”고 물으면 그냥 “그렇습니다”라고 답합니다. 굳이 “주바티칸 대사가 아니고 주교황청 대사입니다”라고 정정하지 않습니다. 현실에서는 교황청이나 바티칸이나 같은 의미로 사용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엄격하게 말하면 바티칸과 교황청은 완전히 다른 말입니다. 역사적으로나 법률적으로나 정치·외교적으로 큰 차이가 있습니다. 교황청의 공식 국호는 영어로 ‘Holy See’, 이탈리아어로 ‘Santa Sede’입니다. 바티칸의 공식 국호는 한국어로 ‘바티칸 시국(약칭 바티칸)’, 영어로 ‘Vatican City State’, 이탈리아어로 ‘Stato della Citt del Vaticano’입니다. 교황청과 바티칸의 차이점을 국가 역사, 국가 조직, 국가 기능 등 세 가지 점에서 설명해 드리면 이해가 쉬울 것입니다.

첫째, 역사적으로 아주 큰 차이가 있습니다. 교황청의 초대 교황은 베드로 사도입니다. 현재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266대 교황입니다. 교황청은 약 2000년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반면 바티칸은 1929년 라테라노조약에 의해 바티칸 언덕 위에 탄생한 도시 국가(city state)입니다. 역사가 고작 91년밖에 되지 않습니다.

둘째, 국가 조직에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교황청은 세계 13억 가톨릭 신자를 영적으로 지도하고 총괄하는 ‘영적인 국가’입니다. 그럼에도 여느 국가와 똑같은 형태의 정부 조직을 갖고 있습니다. 국가 원수는 교황입니다. 교황을 보좌하는 국무원장(한국의 국무총리에 해당)이 있고 그 밑에 부(部), 성(省), 위원회 등 장관급 부서가 있습니다. 반면 바티칸은 창경궁 정도의 국토 면적(0.44㎢)에 인구(시민권 소유자)가 850여 명에 불과한 ‘세속적 국가’입니다. 바티칸의 시민권은 출생이 아니라, 직책에 따른 증서에 의해 획득되고 업무에서 물러나면 시민권도 자동적으로 소멸됩니다. 바티칸은 이처럼 초미니 국가이긴 하지만, 국제정치학에서 규정하고 있는 국가의 3대 요소(국민 주권 영토)를 실체적으로 확실하게 확보하고 있습니다. 교황은 바티칸과 교황청의 수장을 겸하고 있습니다.

셋째, 국가의 기능에 있어도 크게 다릅니다. 교황청은 국제법상 완전한 주체로서 영세 중립국입니다. 외교사절의 파견과 접수, 조약체결 등 외교 행위를 여느 나라와 똑같이 수행합니다. 교황청이 수교하고 있는 나라는 2019년 말 현재 183개국에 달합니다. 또 국제연합(UN), 유럽연합(EU),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 주요 국제기구에도 옵서버 또는 정식 회원국으로 가입하여 적극적인 외교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에 비해 바티칸의 실질적인 기능은 단출합니다. 바티칸은 라테라노조약에 근거하여 이탈리아와의 협력업무(치안 교통 통신 전기 수도 등 행정서비스)를 주로 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교황청 소유의 각종 시설물을 관리(유지 보수)하고 있습니다.



불가분의 관계

교황청과 바티칸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습니다. 바티칸은 교황청이 주권을 독립적으로 온전하게 행사할 수 있게 하는 도구적인 역할을 수행합니다. 교황청은 바티칸 없이도 존재할 수 있으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이론적인 말입니다, 바티칸은 교황청의 초석이자 구심점입니다. 쥘부채의 사북이나 자전거 바퀴의 허브와 같은 존재입니다.

교황청은 바티칸이라는 물리적 공간에 기초하여 영적인 역할을 하는 국가입니다. 교황청은 개념상 ‘영적인 국가’이기 때문에 구글 지도에 표기할 수가 없습니다.



이백만(요셉, 주교황청 한국대사)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0-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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