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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전통에 따른 렉시오 디비나] (29)수행의 중요성

말씀 하나에 가슴이 뜨거워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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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성준 신부



성경 독서 안에서 하느님 말씀의 영적 의미를 깨닫기 위해서 반드시 많은 분량의 말씀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한 예로 이집트의 안토니우스 성인은 수도승이 되기 전에 어느 날 성당에 들어갔다. 그때 사제가 복음을 봉독하고 있었는데, 그 말씀 중에서 특별히 다음의 한 말씀을 듣자마자 갑자기 마음이 뜨겁게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네가 완전한 사람이 되려거든, 가서 너의 재산을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주어라. 그러면 네가 하늘에서 보물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와서 나를 따라라.”(마태 19,21)

그는 곧 그 말씀에 따라 자신의 모든 것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 주고 하느님을 따랐다. 이 경우에서처럼 우리가 하느님의 말씀을 깨닫기 위해서는 반드시 많은 성경 말씀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파코미우스 성인의 제자였던 테오도로는 어느 날 홀로 앉아서 미카 예언서를 읽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주님의 천사가 그에게 나타나, 미카서의 “벼랑에서 쏟아져 내리는 물과 같다!”(미카 1,4)는 말씀이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그에게 물었다. 천사는 그에게 그 물이 바로 천상으로부터 흘러내리는 물과 같음을 깨우쳐 주고는 즉시 사라졌다.

아빌라의 데레사 성녀는 어느 날 독서를 하다가 갑자기 하느님 현존의 강한 내적 체험을 하게 되었다. 그때 그녀는 하느님이 자신 안에 와 계심을 그리고 자신이 하느님 안에 온전히 잠겨 있음을 전혀 의심할 수가 없었다고 자서전에서 밝히고 있다.(「자서전」 10,1)

마르틴 루터는 비텐베르그수도원의 공부방에서 성경의 한 말씀인 “의로운 이는 믿음으로 살 것이다”(로마 1,17)라는 말씀을 깊이 묵상하던 중, 후에 그의 신학의 핵심을 이루는 의화론을 깨닫는다.

성령은 비록 한 말씀이라도 어느 날 우리의 가슴을 뜨겁게 불타오르게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매일 읽어야 하는 분량이 있더라도 단순히 의무로서 성급히 성경을 읽어 내려가고자 하는 유혹에 떨어져서는 안 된다. 성공회 석좌 교수였던 신영복 교수는 언젠가 “더 좋은 것이란 없다”고 말하면서 “지금 여기에서 독서에 충실할 것”을 강조하였다.

“한 마리 작은 새가 하늘을 날아오르는 것이 그렇습니다. 어미 새의 체온과 바람과 물 그리고 수많은 밤이 차곡차곡 누적되어, 어느 날 아침 문득 빛나는 비상으로 날아오릅니다. 고뇌와 방황으로 얼룩진 역경의 어느 날, 그때까지 쌓아온 회한과 눈물이 어느 순간 빛나는 꽃으로 피어오릅니다. 독서도 인생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것이 어떤 책이든 상관없습니다. 그것이 고뇌와 성찰의 작은 공간인 한 언젠가는 빛나는 각성(覺醒)으로 꽃피어나기 마련입니다. 언약(言約)은 강물처럼 흐르고 만남은 꽃처럼 피어날 것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성경 독서를 많이 한다고 하여도 그것에 실천이 없다면 그것은 무의미하다. 「사막 교부들의 금언집」에 보면, 켈리아에 살던 한 은수자는 20년 동안 밤낮으로 독서에만 열중하였는데, 하루는 느닷없이 가지고 있던 책을 다 팔아버리고 외투 하나만 걸친 채 사막을 향해 길을 떠났다. 길 위에서 우연히 이사야 압바를 만나게 되었는데, 그가 “어디를 가시오?”라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스승님, 저는 20년 동안 성경을 읽었습니다. 이제는 성경의 가르침대로 살고자 합니다”라고 대답하였다고 한다. 그러자 사부는 그를 강복하고 떠나보냈다고 한다.

우리 모두는 말씀을 끊임없이 수행해야 하지만 동시에 그 말씀대로 살아감도 중요한 것 같다.



허성준 신부(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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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0-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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