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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셉 성인은 단순한 목수가 아니었다

[엉클 죠의 바티칸 산책] (13)예수님의 감춰진 30년의 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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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범한 일상 속 예수의 성장 과정을 묘사한 존 에버렛 밀레이의 ‘부모 집에 있는 그리스도’(1848년, 캔버스 위에 유화, 런던 데이트 갤러리) 부분. 어린 예수가 못에 손이 찔리자, 요셉과 마리아가 근심 어린 눈빛으로 상처를 살펴보고 있다.



예수님의 ‘감춰진 30년’이 궁금합니다. 탄생에서 공생활 시작 전까지의 삶이 성경에 기록되어 있지 않습니다. 예수님은 30여 세의 나이가 될 때까지 무엇을 하며 어떻게 지내셨을까요.

3월은 성 요셉 성월이고, 3월 19일은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배필 성 요셉 대축일입니다. 교황청은 이날을 공휴일로 정하여 하루 동안 성인을 묵상토록 하고 있습니다. 성인의 직업을 실마리 삼아 ‘감춰진 30년’의 신비에 다가가 보겠습니다.

예수님은 공생활 3년 동안 복음을 설파하면서 정곡을 찌르는 비유와 피부에 와 닿는 예화를 들려주십니다. 예수님은 이런 비유와 예화의 소재를 대체 어디에서 어떻게 채집하셨을까요? 예수님은 변방 갈릴래아에 살았으면서도 국제 정세에 밝았습니다. 또 갈릴래아 지역 현안에 대해서도 정확히 꿰뚫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국제 감각과 현실 감각을 습득할 수 있었을까요? 잉태되는 순간부터 당신의 신성으로 지복직관(至福直觀)을 누리셨던 예수님이시지만, 인간 세상의 지식을 나중에 습득하신 것도 분명한 사실일 텐데 말입니다.



특수한 직업 목수

요셉 성인의 직업이 목수라는 사실에 주목합니다. 하느님이 아기 예수님을 농부나 어부가 아닌 목수에게 입양시킨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는 하느님의 깊은 뜻이 담겨 있다는 것이지요. 예수님이 알아주는 효자였다(루카 2,51 참조)는 사실도 중요합니다. 효자 아들과 목수 아버지의 매트릭스에 ‘감춰진 30년’의 신비가 숨어 있는 것 같습니다.

농경 시대에 목수는 특수한 직업이었습니다. 고급 기능인으로서 장인 대우를 받았지만, 일터가 고정되어 있지 않아 이 고을 저 고을 일감을 찾아다녀야 했습니다. 고객층도 부자에서 가난한 사람까지 다양했습니다. 덕분에 목수는 각계각층의 살림살이를 직접 보고, 다양한 여론을 청취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습니다. 목수의 일은 책상과 걸상 등 가구 만드는 것에 국한되지 않고 집수리와 집짓기, 인테리어 등 주택과 관련된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있었습니다. 당일치기 일이 많았겠지만, 때에 따라서는 여러 날 출장을 가기도 했습니다. 무거운 연장 보따리를 둘러메고 갈릴래아 전역을 돌아다녔겠지요. 목수 일은 이래저래 고된 중노동이었습니다. 효자 아들이 이런 아버지를 그냥 두고 봤겠습니까. 틈나는 대로 아버지를 따라가서 일을 도왔을 것이고 작업 현장에서 숙식도 함께했을 것입니다. 바로 이 대목입니다. 예수님은 이런 과정에서 세상 물정을 폭넓게 습득했을 것입니다.

지혜롭고 총명한 예수님(루카 2,52 참조)은 목수 일에 머무르지 않고 견문과 학식을 높이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이 점에서 세포리스는 최고의 학습장이었습니다. 세포리스는 나자렛에서 불과 6km 떨어진 곳에 있는 인구 3만 명 규모의 국제도시였습니다. 그리스어를 사용했고 국제 무역이 활발했었습니다. 그러나 성경에는 전혀 언급되어 있지 않습니다. 걸어서 불과 한 시간 반 거리에 있는 이 도시를 예수님은 가셨을까요, 아니면 가지 않았을까요?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예수회 사제인 제임스 마틴 신부의 견해가 흥미롭습니다. “나는 호기심 많은 이 청년이 나자렛에 살면서, 또 나중에 일거리를 찾으면서, 이런 세계적 도시를 한 번도 방문하지 않았을 리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다시 말해 로마 사람들과 그리스 사람들의 다언어와 다문화 세계에 노출되지 않았다면 그것은 이상한 일이었을 것이다. 예수님은 그곳을 방문하는 동안 세포리스의 부유하고 호화로운 집들을 보셨을 것이다. 그곳은 나자렛의 가족들과 친구들이 사는 오두막 같은 집과는 상대적으로 아주 달랐을 것이다. 이러한 차이는 예수님이 훗날 소득 불균형에 대해 비판하는 말씀을 하시는 데에 영향을 끼쳤을지도 모른다. 또한, 그분은 약간의 그리스어 단어와 구절들을 어깨너머로 배웠을 것이고, 그것들은 훗날 그분께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예수, 여기에 그가 있었다 1」 가톨릭출판사)



3년을 위한 30년

저는 마틴 신부의 이 같은 추론에 동의합니다. 요셉 성인은 예수님이 다양한 분야의 공부를 할 수 있도록 일부러라도 세포리스에 가게 했을 것입니다. 성인은 단순한 목수가 아니었습니다. 어진 아버지였고 유능한 교육자였으며 훌륭한 동반자였습니다. ‘감춰진 30년’은 공생활 3년을 위한 치밀한 준비였습니다. 3년을 위해 30년을 준비했다니, 놀랍지 않습니까.



이백만(요셉, 주교황청 한국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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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0-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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