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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 안에 심어진 관상의 씨앗을 발견하다

[토마스 머튼의 영성 배우기] 37. 관상에 관한 머튼의 공헌과 평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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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하삼두 스테파노



토마스 머튼의 새로운 실존적이고 경험적인 접근은 「명상의 씨」(1949)의 개정판인 「새 명상의 씨」(1962)에서 활짝 꽃피었다. 이 저서에서 그는 훨씬 풍부해진 자신의 관상 체험에 기초하여 관상에 대해 정의하면서 이전의 책을 재구성하였다. 머튼은 ‘하느님’이라는 표현 대신 ‘충만한 원천’, ‘궁극적 실재’ 그리고 ‘궁극적 존재’라는 용어들을 사용함으로써, 관상의 보편성에 대한 그의 새로운 이해를 드러내고 있으며, 동시에 같은 책에서 ‘悟(오)’, ‘깨어남’, ‘空’(공), ‘無’(무), ‘비움’ 그리고 ‘해탈’ 등의 용어를 자주 사용하고 있는 것은 그가 선(禪) 불교에 영향을 받았음을 시사한다. 이 저서의 마지막 장 ‘다 함께 춤을’에서 그는 그리스도교의 관상을 선(禪)의 해탈에 연결시키고 있다.



그리스도교 관상과 해탈 연결

“늙은 개구리가 땅에서 홀로 첨벙거리며 고요한 연못에 뛰어드는 소리를 듣는 바로 그 순간, 깨어남의 그 순간, 모든 가치관이 전환점을 맞고, 이 ‘새로움’과 ‘비움’은 우주적 춤의 의미를 어렴풋이 깨닫게 해 줍니다.”

머튼이 「새 명상의 씨」에서 제시한 관상에 관한 새로운 견해는 그리스도 안에서 그의 자기 비움의 체험과 동양의 전통을 마주함을 통해 얻어진 것이었다. 머튼은 자신의 관상적 체험과 선불교와 만남 사이의 역동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관상에 대한 그의 전통 그리스도교적인 관점이 불교-그리스도교적 관점으로 재구성되었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머튼의 관상에 대한 새로운 접근은 1963년에서 1965년 사이에 기록된 「수도승적 기도의 사조」(이 책은 1969년에 관상적 기도, 한국어로는 「마음의 기도」라는 제목으로도 출판됐다)라는 저서에서 더욱 발전되었다. 이 저서는 더 통합적이고 육화적인 뼈대 위에 관상의 체험에 도달하기 위한 실천적인 방법을 수도승들과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제공하고 있다.

그는 진정한 관상적 기도에서 관상적인 삶과 활동적인 삶을 더 이상 차별하지 않았다. 오히려 관상적인 사람이 영의 순수함으로 깊이 기도할 때 관상과 활동은 “그리스도 안에서 하느님과 형제들에 대한 사랑에 의해 하나의 실재 안으로 융합된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이렇게 적고 있다.

“우리는 믿음이나 ‘신비들’에 관한 교의에 대해 판단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우리는 하느님의 진리 안에서 우리 자신을 발견함으로써, 직접적인 존재론적인 이해와 가장 깊은 삶과 믿음의 진리들에 대한 개인적 경험을 얻기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어둔 밤은 해탈이며 ‘완벽한 빛’

이 책은 또한 사막의 교부들, 위-디오니시우스, 마이스터 엑카르트와 십자가의 성 요한의 전통적인 영성을 현대의 언어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전기와 후기의 저서에서 머튼이 십자가의 성 요한의 ‘어둔 밤’의 영성을 다르게 설명하고 있다. 그의 초기 작품, 진리를 향한 상승에서 머튼은 ‘금욕주의’와 ‘욕망의 통제’를 강조했다. “금욕적 밤 안으로 들어가기 위한 십자가의 성 요한의 규칙들에 대한 각각의 핵심어는 ‘욕망’이라는 단어입니다.

그러나 수도승적 기도의 사조에서 머튼은 이 ‘어둔 밤’을 ‘해탈’과 ‘완벽한 빛’으로 설명한다.

“지고하고 순수한 빛으로 사람들을 충만하게 하기 위해 하느님께서는 어둔 밤 안으로 사람들을 데리고 간다… 따라서 어둠은 동시에 해탈이다. 이것은 십자가의 성 요한이 어둠은 엄청난 빛이라는 이 실재 안에 있다고 말했듯이, 신앙의 빛이 그 영혼에게 어둠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는 이 책의 머리말에 그가 한 다음의 말을 증명한다. “우리는 경우에 따라 고대의 텍스트들에 관심을 가질 것이나, 이 주제에 대한 우리의 개발은 본질적으로 현대적이 될 것이다.”



교회 외적 활동의 근본은 관상

이렇듯이 머튼은 모든 그리스도인이 관상에 대해 분명히 이해할 수 있도록 그 개념을 현대화하였다. 나아가 이 저서의 마지막 페이지에서 그는 “관상과 내적인 기도 없이 교회는 인류를 변화시키고 구원하기 위한 선교를 완수할 수 없습니다”라고 언급하면서 교회의 모든 외적 활동의 근본은 관상이라고 강조했다.

요컨대, 후기 머튼은 자신의 종교적 체험과 타 종교와 문화와의 만남을 통해 모든 이들 안에 심어져 있는 관상의 씨앗을 발견했으며, 이 씨앗이 자라고 성장할 수 있도록 사람들의 의식을 변화시키기 위해 문화와 종교를 넘어 현대적인 언어로 이를 표현하려고 노력하였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관상은 그리스도교의 전통적이고 영적인 유산일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성령의 활동임을 일깨우고자 했다.

▲ 박재찬 신부(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부산 분도 명상의 집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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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0-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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