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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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규 수녀의 사랑의 발걸음] 3. 수녀님 볼에 입맞춤해도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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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거의 모든 민족이 모여 살아가는 도시. 바로 프랑스 생드니 지역의 ‘오베흐빌리에’다. 각국에서 온 이민자와 난민들이 모이는 이곳 라호즈레 병원에서 프랑스인 환자를 마주하는 일은 흔치 않다.

그런데 오늘은 첫인상이 매우 밝아 보이는 환자와 마주하게 됐다. 그는 자신이 프랑스인이라고 했다. 나도 “저는 한국인 수녀예요” 하며 다가갔다. “이렇게 당신을 보러오는 것이 혹시 방해되지는 않을까요?” 하고 물으니, “전혀 그렇지 않다”고 흔쾌히 대답하기에 내 마음도 이내 편해졌다. 심장병을 앓고 있는 이 프랑스인과 마음을 열고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제 아버지는 프랑스인이고, 어머니는 이탈리아인이세요.”

많은 이탈리아, 프랑스 사람들이 그렇듯 이 환자도 유아 세례를 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은 신앙생활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다고 했다. 우리말로 하면 ‘냉담 상태’인 것이다. 그의 표현 안에 신앙생활을 하지 못함으로 인해 생기는 어떠한 어려움이나 힘든 감정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도 같은 주님의 자녀이지 않은가. 나는 다른 신자들에게 하는 것처럼 대했다. “성모님 상본 하나 드릴까요?” 하고 용기를 내어 말을 건넸다. 다행히도 그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수락한다.

나는 가르멜수도원의 한 수녀님께서 푸른색과 붉은색 선을 이용해 그린 아기 예수님을 안고 있는 성모님 상본을 꺼내 작은 글귀를 적었다. ‘하느님께 당신의 병이 빨리 낫게 되기를 기도하며, 한국의 남과 북의 평화를 위해서 기도해 주세요.’ 나는 이렇게 환자들에게도 남북으로 갈라진 한반도를 위해 기도해 달라고 요청하곤 한다. 우리 한국인들에겐 얼마나 기도가 필요한 일인가! 환자를 위해 기도하면서도 오랫동안 크나큰 아픔을 지닌 한반도를 위해서도 기도를 청하는 것이 나의 일이다.

이렇게 글귀를 작성한 뒤 상본을 건네니, 그는 성화뿐만 아니라 나의 한 마디 기도까지 유심히 바라보는 모습이다. 덩달아 흐뭇했다. 상본을 내려놓지 않고 계속 바라보는 그의 모습이 무척 보기 좋았다.

그는 “아기 예수님을 안고 있는 아름다운 성모님 그림과 기도 글을 잘 간직하겠다”고 답해줬다. 얼굴엔 기쁨이 가득해 보였다. 그런데 바로 저를 향해 “수녀님 볼에 입맞춤해도 되느냐”고 천진난만하게 묻는 것이 아닌가. 당시엔 갑작스러웠지만, 지금은 이 글을 쓰면서도 그의 기쁨이 계속 떠올라 미소가 지어진다.

프랑스 사람들은 기쁨과 행복감을 느낄 때 이렇게 ‘볼키스’를 한다. 이처럼 기쁨을 표현하는 자연스러운 이들의 행위에 익숙해져 이 분의 진정한 마음의 움직임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물론 이 환자를 만난 것은 코로나19 사태 훨씬 전이다. 더 젊은 시절이었다면, 이런 상황에서 나는 어쩌면 얼굴이 붉어지고, 가슴이 조금은 뛰었을지 모를 것이다. 그런데 고통을 받고 있는 이 환자가 내 양쪽 볼에 두 번씩 네 번이나 키스를 해주다니. 더군다나 양쪽 볼에 한 번씩은 자주 있어도, 네 번은 극히 드물다!

이 단순한 그림이 신앙생활과는 멀고도 먼 이 환자에게 큰 기쁨과 행복감을 안겨 주었다니. 다시금 이런 생각이 든다. ‘이처럼 놀라운 변화는 하느님께서 그의 마음에 사랑의 불길을 지피신 것이다.’ 진정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은 정말 놀랍다. 나의 바람은 이 사랑의 불길이 가족과 이웃들에게 뜨겁게 타오르기를 바란다.

그를 만나고 난 뒤 떠오른 성경 말씀이다. “나는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 그 불이 이미 타올랐으면 얼마나 좋으랴?”(루카 12,49)

장현규 수녀(프랑스 성요한사도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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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0-05-13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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