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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소명을 받은 이들을 위해 기도합시다

[엉클 죠의 바티칸 산책] (24) 그리스도인의 정치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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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정치인들이 소속 정파가 아니라 국민 모두의 선익을 위해 일하도록 끊임없이 격려하고 감시해야 한다. 사진은 지난 4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출마자들의 홍보 현수막이 내걸린 거리 풍경. 가톨릭평화신문 DB



“오늘 미사 중에는 정치적 소명을 받은 남녀를 위해 기도합시다. 정치는 공동선을 추구하는 한, 사랑의 탁월한 형태 가운데 하나입니다. 여러 국가의 정당들이 코로나19 대유행의 어려운 시기에 자기 정당의 이익이 아니라 모두 함께 국가의 선익을 추구하도록 기도합시다.”(4월 20일 산타 마르타의 집 미사 강론)

한국에서는 4월 15일 21대 국회의원 총선이 있었고, 300명의 정치인이 국민의 선택을 받았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4월 20일 아침 미사 강론에서 ‘정치적 소명을 받은 남녀’를 기도에 초대하셨습니다. 한국의 선량 300명을 위한 특별 기도처럼 들립니다.



공동선을 위하여

“정치 참여는 그리스도인에게 의무입니다. 왜 정치가 타락하는가? ‘그들 탓’으로 돌리기는 아주 쉽습니다. 그러나 정작 나 자신은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공동선을 위해 일하는 것은 그리스도인의 의무입니다.”(2013년 6월 7일, 예수회 학교 간담회)

교황님은 기회 있을 때마다 그리스도인의 정치 참여를 권장하십니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후 정치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습니다. 종교인의 정치 참여! 정치 혐오증이 팽배한 한국에서 충분히 오해받을 수 있는 언사입니다. 교황님이 현대 사회의 정교분리 원칙을 모르는 바도 아닐 텐데, 왜 줄기차게 정치 참여를 언급하시는 걸까요.

코로나19 사태는 문자 그대로 미증유의 대재앙입니다. 이탈리아에서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에서는 대공황(1929년) 이후 맞닥뜨린 가장 큰 재앙이라고 합니다. 한국에서도 IMF 사태(1997년)에 버금가는 대재앙이라고 걱정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과장된 말이 결코 아닙니다. 세계 모든 나라의 경제 활동이 중지되어 버렸습니다. ‘경제 지진’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멀쩡했던 기업들이 쓰러지고 있고, 실업자들이 대거 쏟아지고 있습니다.

교황님은 코로나19 사태 이후를 더 걱정하고 계십니다. 실업자 노약자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가 과거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누가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이것이 문제입니다. 착한 사마리아인 같은 부자들이 벌써 자선의 손길을 내밀고 있습니다. 천사 같은 분들입니다. “세상은 그래도 아름답다”는 사실을 그들은 보여주고 있습니다. 자선은 가장 구체적인 이웃 사랑의 실천입니다. “자선은 사람을 죽음에서 구해주고 모든 죄를 깨끗이 없애준다. 자선을 베푸는 이들은 충만한 삶을 누린다.”(토빗 12,9)

그러나 부자들의 개인적이고 임의적인 시혜로 국가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개인적 자선은 한계가 분명합니다. 세계 최고의 부자인 빌 게이츠 마이크로 소프트 창업자가 전 재산을 기부한다 해도 그것은 ‘코끼리 비스킷’입니다. 국가의 구조적 문제는 국가가 나서야 합니다. 자선을 국가 정책으로 제도화해야 합니다. 자선의 제도화, 바로 복지 정책입니다. 이것은 정치의 영역입니다. 정치인을 위해 기도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교황님이 강조하는 정치참여는 권력을 직접 행사하는 직업 정치인이 되라는 것이 아닙니다. 직업 정치인들이 좋은 정치를 할 수 있도록 기도하라는 당부입니다.

스웨덴의 알빈 한손 총리는 모든 국민을 자기 집 식구처럼 보살피는 ‘국민의 집’ 정책으로 세계 최고의 복지국가를 건설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미국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대공황으로 무너진 국가 경제를 ‘뉴딜 정책’으로 재건했고 빨갱이 소리까지 들어가며 강력한 빈민구제사업을 벌였습니다. 한국의 김대중 대통령은 IMF 사태 때 금 모으기 운동으로 국민적 에너지를 결집하는 데 성공했고 사회안전망 강화로 위기를 극복했습니다. 코로나19 사태는 제2의 알빈 한손, 제2의 루스벨트, 제2의 김대중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박수와 회초리

인류 역사에는 나쁜 정치인도 많습니다. 그들은 공동체 정신을 파괴하고 국민을 고통의 나락으로 빠뜨렸습니다. 좋은 정치인에게는 박수를 쳐주고, 나쁜 정치인에게는 회초리를 들어야 합니다. 이것이 정치인을 위한 기도의 참된 열매입니다. 정치인들을 위한 교황님의 기도 요청은 절절합니다.

“정치판이 썩었다고 불평만 하고 있지, 정작 우리 가운데 누가 정치인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습니까? 국회의원들을 위해 기도한 그리스도인이 얼마나 됩니까?”(2019년 9월 16일 산타 마르타의 집 미사)



이백만(요셉, 주교황청 한국대사)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0-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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