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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규 수녀의 사랑의 발걸음] 4. 코로나19 바이러스와 베르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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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상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항해 결사적으로 투쟁하고 있는 지금. 내가 사는 프랑스 베르사유의 모든 시민도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 중이다. 수녀원이 운영하는 양로원에서도 수녀들은 절도있게 이를 실천하고 있다. 서로를 위해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모습이다.

수녀원 주위는 아파트가 즐비하고, 유치원과 고등학교도 있다. 평소 아침, 저녁, 등교, 출퇴근 시간은 분주하다. 유모차를 앞세운 엄마들은 유치원으로, 또 다른 엄마들은 아이들과 학교로 향한다. 그때마다 재잘거리는 아이들의 밝은 목소리가 창문을 통해 수녀원 주방과 식당으로 흘러들어오곤 한다. 거리의 차들이 눌러대는 경음기 소리에도 잘 적응돼 있다. 우린 이렇게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이름도 생소한 이 전염병은 급기야 프랑스 대통령마저 단상으로 이끌어냈다.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통해 방역 지침 준수를 설명했고, 국민 모두는 그간 외출이 금지된 채로 지내왔다. 코로나19는 베르사유를 사막과 같은 도시로 바꿔놨다. 그리고 무척 가슴 아프게도 우리 수녀님들 가운데에도 확진자가 발생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른 수녀들은 그저 무거운 마음으로 창문 밖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수녀원 안에만 있기 답답해 밖으로 나가 산책을 하고 싶어도 ‘허가증’이 있어야 하는 실정. 이를 어기면 벌금이 부과된다.

우리 성요한사도수녀회는 베르사유에서 양로원 사도직을 하고 있다. 물론 저는 생드니 오베흐빌리에에 있는 병원 환자들을 방문하는 일도 겸하고 있다. 언제까지 일지는 모르겠으나,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고통 중에 있을 많은 환자를 당분간 볼 수 없게 되어 매우 안타깝기만 하다. 우리 수녀님들도 무서운 전염병 탓에 한울타리에서 사는 양로원 어르신들에게 가까이 가지 못하고 있다. 정말 큰 아픔이다.

엄숙하고도 평화로움이 공존하는 양로원 성당에서는 매일 미사를 거행해 왔다. 그때마다 어르신들과 외부에서 오는 열심한 신자들로 너른 성당은 가득 찬다. 그런데 지금은 우리 수녀들만 원목 신부님이 주례하는 미사에 함께하고 있으며, 어르신들은 TV로 미사에 참여 중이다. 이렇게라도 예수님 부활의 크나큰 기쁨과 평화를 나눌 수 있음에 하느님께 감사드린다. 대신 수녀들은 전화로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안부를 물으며 ‘원격 요양’을 수행 중이다. 목소리 안에 우리들의 사랑의 마음을 담고서.

매일 저녁 8시가 되면 전국의 프랑스인들은 손뼉을 친다. 병원에서 환자들을 돌보느라 수고하고 있는 의료진, 나라를 위해 봉사 중인 경찰관들, 또 이와 관계된 모든 이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는 ‘작은 의식’이다. 우리 수녀들도 수도원 모든 문과 창문을 열고 박수를 한다. 바로 길 건너 아파트의 이웃들과도 창문 앞에 서서 손뼉을 치며 함박웃음을 주고받는다. 어려움 속에도 이 시간이면 우리는 모두 활짝 피어나는 이 봄날의 꽃들을 닮는다. 참으로 인간적이고도 아름다운 모습이다!

코로나19는 ‘사랑’에 관해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수녀 10명이 사는 작은 수도 공동체 안에서도 환자들과 노인들을 위해 더 많이 기도해야겠다. 더 많이 사랑하고, 자주 미소 지으며, 오순도순 더 기쁘게 살아가야 함을 느낀다.

“지금까지 하느님을 본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서로 사랑하면 하느님께서 우리 안에 머무르시고 그분 사랑이 우리에게서 완성됩니다.”(1요한 4,12) 장현규 수녀(프랑스 성요한사도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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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0-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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