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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민 신부의 별별 이야기] (32)생각과 마음으로 짓는 죄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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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의 양상은 크게 생각이나 마음으로 짓는 죄와 말이나 행동으로 짓는 죄로 나눠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생각으로 숨겨져 있는 죄보다 행동으로 드러난 죄에 더 초점을 맞춘다. 개인의 내적인 죄는 개인적 의미만을 지니지만, 외적인 죄는 사회와 공동체로 영향력이 확장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개인의 말과 행동으로 발생한 죄의 영향력은 사회 전반으로 확대돼 ‘구조적인 악’으로 굳어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개인의 외적인 죄는 개인적 차원을 넘어 공동체로 확산되고 구조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내적인 죄보다 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볼 수 있다.

사회 구조적인 죄와 악에 맞서 대항하는 것은 하느님 나라 건설을 위한 그리스도교 신자들의 의무이다. 역대 교황님들이 반포한 가톨릭 사회교리에서는 하느님 나라 건설을 위해 신앙인들이 예언자적 기능과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불의에 맞서 정의를 실현하고, 전쟁과 폭력에 맞서 평화와 화해를 이뤄내야 하는 것이 바로 그리스도인의 의무이다. 따라서 교도권이 가르치는 가톨릭 사회교리 안에서 우리는 사회심리학적 의미에서의 죄와 악에 대한 개념을 정립하고 그에 대한 대처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잘 이해할 수 있다.

한편, 어떤 사람들은 마음으로 짓는 죄가 행동으로 짓는 죄보다 더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생각으로 짓는 죄는 밖으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그 영향력이나 중요성이 오히려 간과되기 쉽기 때문이다. 반복되는 생각의 죄는 결국 죄의식을 무디게 만들어 진정한 참회와 회개를 방해할 수도 있다. 소죄가 대죄보다 더 위험한 것처럼 마음속 죄가 겉으로 드러난 죄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는 생각은 바로 이러한 논리에 근거한다. 죄의 개인 심리학적 의미를 강조하고 있는 말이다.

개인 심리적 차원의 죄와 악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가르침은 그러나 앞서 설명한 사회 구조적 차원의 가르침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외적으로 드러난 사회적 악은 비교적 분명하게 식별할 수 있지만, 내적으로 숨어있는 심리적 악은 사실 그 본질과 영향력을 명확히 규명해 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심리내적인 죄에 대한 가르침은 교회의 공식적인 가르침, 즉 교도권의 권위 있는 지침과 기준으로 제시되기가 어려웠다. 이러한 이유로 개인의 정신적 혹은 심리적 차원의 죄는 전통적으로 영성신학이나 윤리신학과 같은 신학적 관점 안에서만 다뤄지게 되었다. 그 결과 신학적 통찰에 접근하기 어려운 일반 신자 중에는 자신의 심리내적인 죄에 대한 고통과 괴로움을 어디에 호소해야 할지 몰라 방황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엠마 자매는 생각으로 짓는 죄로 너무도 괴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생각으로 짓는 죄 중에서도 가장 중대한 죄를 짓고 있다는 죄의식을 동반한 괴로움이었다. 예를 들어 “지금 네가 하느님을 모른다고 하면 너는 천국에 갈 것이다. 하지만 하느님을 계속 섬기겠다고 하면 지옥에 갈 것이다. 너는 어떤 결정을 할 것이냐?” 이 질문에 두려움에 휩싸인 엠마 자매는 하느님을 모른다고 말하고 싶은 마음을 가진다. 그 결과 자신은 천국에 갈 수 있다는 안도의 한숨이 나오는 동시에 하느님을 배반한 죄의식이 밀려왔다.

이와 비슷한 질문은 계속 내면에서 발생했다. “이 두 개의 동아줄 중에 네가 만일 왼쪽 동아줄을 잡으면 너는 살 수 있지만, 저 사람은 죽게 된다. 그러나 오른쪽 동아줄을 잡게 되면 비록 너는 죽게 되지만 저 사람은 살 수 있다. 그렇다면 너는 어느 동아줄을 잡겠느냐?” 그러자 엠마 자매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왼쪽 동아줄을 잡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 순간 살았다는 안도감과 함께 이웃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죄의식이 밀려왔다.

이렇게 생각으로 짓는 죄로 말미암아 엠마 자매는 하루하루가 지옥이었다. 과연 이 마음속 생각들은 모두 생각으로 짓는 죄인가? 아니면 죄가 될 수 없는가? 만일 죄라면 혹은 죄가 아니라면 그 근거는 무엇일까? <계속>



<영성심리학자, 성필립보생태마을 부관장>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0-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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