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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문화의 원조는 이슬람이 아니랍니다

[사유하는 커피] (11)용맹한 사냥꾼 니므롯과 커피에 대한 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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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순



커피가 에너지를 솟게 한다는 증거를 성경에서 찾을 수 있을까? 커피에 들어 있는 클로로제닉산, 카페인, 트리고넬린, 멜라노이딘 등 항산화 물질과 알칼로이드 성분들이 암과 심장병, 고혈압, 치매 치료에 좋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 이 때문에 출처가 명확하고 품질이 좋은 원두로 추출한 한 잔의 커피는 보약으로 대접받기도 한다.

17세기 과학 혁명이 일어나기 수천 년 전부터 커피를 마셔온 인간이 이유를 정확히 알지 못했을지언정 그 효능은 분명 누렸을 것으로 보인다. 커피가 태어난 에티오피아가 인류 최초의 천하장사를 배출했다는 사실은 커피의 효능과 연결돼 시선을 끈다.

노아의 4대손에서 에티오피아인의 시조가 나타났다. 에티오피아(Ethiopia)는 ‘검다’는 뜻이다. 에티오피아의 아들 ‘니므롯’은 홍해를 건너 중동 땅 중심에서 이름을 떨치는데, ‘세상의 첫 장사’로 기록된다. 창세기는 “니므롯은 주님 앞에도 알려진 용맹한 사냥꾼이었다. 그래서 ‘니므롯처럼 주님 앞에도 알려진 용맹한 사냥꾼’이라는 말이 생겼다”(10,9)고 적었다. 하지만 니므롯은 바빌로니아에 바벨탑 건축을 주도하다가 하느님의 심판을 받았으며, 그 후손들은 언어까지 달라져 여러 지역으로 흩어졌다.

세월이 흘러 기원전 10세기경 솔로몬의 시대에 이르러 에티오피아와 예멘 지역을 아우르는 시바의 왕국이 형성됐다. 이후 기원후 7세기 이슬람교가 형성될 때까지 에티오피아 악숨을 중심으로 한 시바 왕국은 종교적으로 격동의 시기를 겪게 된다. 구약의 시대를 에티오피아 입장에서 바라보면 한마디로 변화무쌍하다. 모세의 아내도, 예레미야 예언자를 살려낸 ‘의리의 사람’도 에티오피아 사람이었다.

에티오피아는 구약 성경을 따르거나 토대로 한 소위 ‘아브라함 계통의 종교’, 예컨대 유다교, 그리스도교, 이슬람교, 드루즈교, 바하이교, 그노시스파 등이 혼재돼 있다. 커피가 에티오피아를 벗어나 아라비아 반도를 거쳐 오스만 제국에 의해 유럽과 라틴 아메리카로 퍼져 나가는 과정은 종교 간 갈등으로 점철돼 있다. 커피 전파의 역사는 종교의 확장과 변신을 추적하는데 흥미진진함을 불러일으키는 좋은 교재라고 부를 만하다.

“교류 속에 다툼이 있고 다툼 속에 교류가 있다”는 말은 커피 전파사를 묘사하기에 적절하다. 기원전 2세기 시바 왕국이 몰락하고 힘야르 왕국이 출현해 기원후 522년까지 이어진다. 유다교를 믿던 사람들이 개종해 그리스도인들이 불어나자 힘야르의 마지막 왕인 두 누와스가 만행을 저질렀다. 그리스도인들에게 유다교로 개종할 것을 강요하고, 말을 듣지 않자 불에 태워 죽이기까지 한 것이다. 이즈음 에티오피아 지역은 나자쉬 황제가 통치하고 있었는데, 그는 그리스도교로 개종한 상태였다. 나자쉬는 그리스도교의 수호자인 유스티누스 로마 황제에게 선박 지원을 요청했고, 7만여 에티오피아 병력이 530년 원정을 감행했다. 혼비백산한 두 누와스 왕이 바다에 뛰어들어 자결함으로써 예멘은 에티오피아의 식민지가 됐다. 이때 에티오피아의 전사들이 힘을 얻기 위해 소지했던 커피가 예멘으로 전해졌다는 시각이 있다.

이후 페르시아로 도망간 힘야르의 왕자의 요청에 따라 기원후 600년경 페르시아 군대가 예멘에서 에티오피아인을 쫓아냈다. 72년간 지속된 에티오피아의 예멘 통치는 이렇게 막을 내렸다. 이후 마호메트의 이슬람교 창시(610년)를 거쳐 631년 이슬람이 예멘을 지배했다. 시바의 여왕 시절, 솔로몬의 정기를 받아 유일신 신앙을 받아들인 에티오피아와 예멘은 이렇게 각각 그리스도교와 이슬람 국가로 갈라서게 됐다. 이런 사연은 커피 문화의 원조가 이슬람이 아님을 보여준다.



박영순(바오로, 커피비평가협회장, 단국대 커피학과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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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0-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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