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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민 신부의 별별 이야기] (44)만남을 피하는 사람과 겉으로 만나는 사람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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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로니카 자매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두렵다. 사람들을 만나면 기분이 좋은 경험보다는 대부분 부정적 감정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어느 날 베로니카는 친구들과 오랜만에 만나 점심을 먹게 되었다. 서로 무엇을 먹을지 의견을 모으고 있는 과정에서 베로니카는 모처럼 회초밥을 먹고 싶었다. 하지만 다른 친구들은 의견이 어떤지 알 수가 없어서 일단 자신은 아무거나 괜찮다고 의례적인 말로 얼버무렸다. 마침내 친구들은 서로 이걸 먹자 저걸 먹자 하다가 어느새 중국집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마지막 결정 과정에서 자신에게 한 번 더 의사를 묻지 않고 말이다. 자신이 아무거나 괜찮다고 말한 것은 친구들을 배려해서 서로 좋은 쪽으로 의견을 모으자는 말이었는데 친구들은 정말 그런 줄 알고 최종 결정에서 자신을 배제하고 말았던 것이다. 자신을 무시하고 존중하지 않는 친구들이라는 생각에 베로니카는 더 이상 그들과 점심을 같이 할 수 없었다. 결국, 갑자기 배가 아프다는 핑계로 베로니카는 그 자리를 벗어나 집으로 돌아왔다.

베로니카는 왜 자신만 이런 고통을 당해야 하는지 괴로워했다. 왜 사람들은 이렇게 이기적인지, 그리고 왜 사람들은 타인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사람을 오히려 배척하고 무시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친구들이 이 모양이니 세상 사람들은 오죽할까 하는 생각에 베로니카는 쉽게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지 못했다. 베로니카는 결국 사람들에게서 오는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되도록 사람을 만나지 않는 성격을 갖게 되었다.

스테파노 형제는 업계에서 마당발로 통한다. 스테파노는 주변인들이 자신을 대단하게 평가한다는 사실을 잘 알기에 자신 있게 사람들을 만나고 스스로 대인관계가 좋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작 집안 식구들과는 관계가 좋지 않은 문제를 안고 있었다. 사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가족들과의 관계에 문제가 있다는 자의식이 없다는 것이었다. 어느 날 아이들과 시간을 좀 내달라며 대화를 청하는 아내에게 화가 난 스테파노는 더 이상 자신을 괴롭히지 말라면서 물리적 폭력을 행사했다. 결국, 이혼 위기에 처한 스테파노 형제는 도무지 가족들은 자신에게 뭘 원하는지 알 수가 없다면서 고통을 호소했다.

베로니카처럼 어떤 사람은 외부 사람을 만나면 쉽게 지치고 에너지가 고갈되지만, 스테파노처럼 어떤 사람은 외부 사람을 만나야 활력이 넘치고 에너지가 충전된다. 베로니카는 소수의 사람과 깊이 있는 친밀감을 추구하지만 여러 사람이 모인 곳은 불편해 했다. 반면 스테파노는 다수의 사람과 다양한 관계를 맺을 때 즐거움을 느끼지만, 가족과 같은 주변 사람들하고 있으면 별 재미와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대부분 사람은 이 두 극단 사이에서 자신과 타인의 관계에 적절한 균형을 맞추고 살아간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서 이런 두 극단에 속하는 사람을 찾아보는 것 역시 그리 어렵지 않다. 일반화의 오류를 경계하면서 베로니카와 스테파노의 경우를 우리는 부적응한 인간관계 유형의 두 가지 유형, 즉 회피형과 피상형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회피형은 대인관계를 피하고 고립시키는 유형으로서 관계에 대한 욕구와 동기가 적고 관계의 폭이 제한적이다.

반면 피상형은 겉으로 보기에 인간관계가 원만하고 친구가 많은 것처럼 보이나 실속이 없고 마음을 깊이 터놓는 사람도 없다. 친밀한 관계를 오히려 부담스럽게 생각할 뿐 아니라 친해지면 자신이 없어질 것 같은 두려움에 사람들을 가까이하면서도 속마음은 주지 않는다. <계속>



<영성심리학자, 성필립보생태마을부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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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0-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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