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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생태 영성, 하느님의 눈짓] 3. 쉼의 역동성

하늘땅물벗 홍태희(스테파노) 반석벗(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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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의 직접적인 접촉을 최대한 자제하게 되면서 홀로 자연을 찾는 시간이 늘었습니다. 한여름에 산을 오르면 시야를 가득 채우는 나무숲을 지나갔겠지만, 겨울에 오르는 산에서는 잎을 모두 떨군 나무들을 만나게 됩니다. 계곡의 물은 얼음이 되었고 큰 돌 아래에는 개구리들이 겨울잠을 자고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해봅니다. 고요한 산길에는 가끔 낙엽 밟는 건조한 소리만이 들려옵니다. 봄부터 가을까지 잡초와 씨름하던 마당 한편의 텃밭도 눈을 덮은 채 조용합니다. 생명력을 만끽하던 모든 자연이 겨울을 지나며 회복의 시간을 보내는 생명의 리듬을 느낍니다.

성경은 일상에서 물러나 노동을 중지하고 아무 일도 하지 말아야 할 날인 안식일의 전통을 전하고 있습니다. 7년을 주기로 땅을 쉬도록 하는 안식년에는 종들과 짐승들도 함께 쉼을 갖도록 하는 것이 하느님을 경외하는 자세였습니다.(레위 25,2-4) 특별히 일곱 번째 돌아오는 안식년인 희년에는 땅을 본래의 주인에게 돌려주고 종살이하던 모든 이들을 자신의 출신지로 돌아가도록 하였습니다.(레위 25,10) 지난 2020년 창조시기의 주제가 ‘지구를 위한 희년’이었던 것은 지구에 쉼을 허락하여 본래의 모습을 찾도록 하는 것이 지금 우리가 당면한 생태적 문제 및 생활양식의 회심과 관련이 있다는 교회의 통찰이라고 생각됩니다.

「찬미받으소서」가 반포되었던 2015년, 파리에 모였던 국제사회는 과열된 지구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야만 한다는 합의를 했습니다. 그것은 지구에 쉼을 허락하지 않았던 인류의 과도한 활동이 일정한 회복의 시간이 필요한 하느님 창조 질서와 걸맞지 않은 것이라는 교회의 인식과도 통하는 것이었습니다. 인간이 활동을 줄이거나 부담을 덜 주는 방향으로 생활양식을 바꿈으로써 지구가 회복을 위한 휴식을 얻을 수 있다면, 우리의 살아가는 방식을 소박하고 단순하게 하는 것이 소극적 멈춤이 아니라 적극적 역동임을 깨닫게 됩니다.

영혼뿐 아니라 육신 또한 죄로부터 구원되기를 추구하였던 그리스도인들은 예수께서 단식하며 기도하셨듯이(마태 4,2) 하느님과 일치를 향하여 단식의 기도를 드리곤 하였습니다. 그것은 피정의 쉼을 통해 신앙을 수련하는 전통으로 이어졌고, 스스로 가난해지는 겸손을 통해 일상의 삶을 복음 정신과 일치하고자 하는 자세로 우리 안에 살아있습니다. 끊임없이 소비를 유혹하는 시대를 살아가며 단식의 기도란 어떤 것일까 생각해 봅니다. 소비에서 마음의 안정을 얻는 습관이나 ‘쓰고 버리는 문화’(「찬미받으소서」 22항)에서 절제를 찾는 것, 그리고 한걸음 물러서서 지구의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공감을 넓혀가는 것은 어떨는지요. 프란치스코 교종께서는 그것을 ‘생태적 회개’(「찬미받으소서」 217항)라고 말씀하시며 이 시대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이 가져가야 할 하느님과 시선을 맞추는 신앙 행위로 제시하십니다.

근면하게 게으름 피우지 않고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것을 삶의 도덕적 태도로 알고 살아온 우리 세대의 사람들에게 쉼이란 간혹 사치처럼 죄책감마저 들도록 합니다. 하지만 모든 자연이 숨을 죽인 겨울이 죽음이 아니라 역동적인 회복의 시간임을 묵상해 봅니다. 코로나로 멈춘 듯한 세상이 방향 없이 달리기만 한 인간 사회에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는 회복의 계기가 되었듯이, 자연과 함께 몸과 마음과 습관에 관한 쉼의 리듬을 가져보는 것은 하느님의 맥박을 느끼는 그리스도인다운 생활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단순함이야말로 비관적 상황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교종의 성탄 강론 말씀이 떠오릅니다.

하늘땅물벗 홍태희(스테파노) 반석벗(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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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1-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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