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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영성 이야기] (25) 생태적 감성으로 자연을 사랑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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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인해 어수선한 가운데 오늘도 막내가 어린이집에서 재밌게 놀다 왔다. 마당에서 신나게 뒹굴었는지 옷에는 흙이 잔뜩 묻어있고, 선생님이 만들어 주셨다는 토끼풀 팔찌도 가져왔다. 생태적이고 공동체적 활동을 중시하는 협동조합형 공동육아 어린이집 덕분에 막내에게선 매일 이런 흔적들이 남는다. 자연 속에서 친구들과 신나게 뛰어 놀고, 풀 한 포기, 벌레 하나까지 세심히 살피면서 무럭무럭 자라는 우리 막내. 삭막한 서울 도시 환경에서 나름 이렇게 아이를 키울 수 있다는 게 감사하다.

사실 점점 도시화되고 환경오염이 심각해지는 세상 속에서 어떻게 아이들을 키워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깨끗한 실내에서 유기농 식품을 먹이며 안전하게 키워야 할지, 아니면 학습 중심의 조기 교육에 더 신경을 쓰며 키워야 할지….

그러다 나름 결론은 아이들에게 자연이 정말 좋은 것임을 몸과 마음으로 알도록 해야겠다는 것이었다. 자연의 중요성을 말로만 가르치거나 일시적인 체험 수준으로 경험하게 하는 것은 근본적인 한계가 있는 것 같다. 그보다는 자연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지를 직접 몸으로 만지고 마음으로 느끼도록 해야 한다. 그럴 때 자연을 사랑하게 되고, 자연을 대하는 근본적인 태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누군가를 사랑하게 될 때 그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근본적으로 바뀌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특히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는 자연에 대한 ‘생태적 감성’(感性)을 키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다가온다. 생태적 감성이란 나의 존재가 자연으로부터 시작되었고, 자연과 깊게 연결되어 있음을 느낄 줄 아는 것이다. 그래서 생태적 감성이 커지게 되면 자연을 근본적으로 사랑하게 되고, 어머니 같은 존재로서 자연을 대하게 된다. 아울러 사랑하는 존재인 자연이 파괴되어 가는 것에 대한 깊은 상실감과 연민도 느끼게 된다. 그래서 단순히 자연을 보호해야 한다는 당위적인 접근을 넘어 사랑에 기반한 실천을 하도록 이끈다.

그리스도인의 관점에서 보면 자연은 하느님께서 머물고 계신 곳이다. 그래서 바람 소리, 낙엽 굴러가는 모습 하나하나에서 하느님을 발견할 수 있고, 나 자신이 그분에게서 왔으며, 그분과 깊게 연결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생태적 감성을 키운다는 것은 자연 속에 머물러 계신 하느님을 알아보고, 그분의 현존을 통해 자연의 소중함을 알아가는 것이기도 하다.

창세기에서도 하느님께서는 자연에 대한 당신의 감성을 보여주셨다. 마치 아이의 작은 몸짓 하나에 감탄하며 바라보는 엄마·아빠의 시선처럼, 하느님께서는 자연을 바라보시며 모든 피조물에 대한 사랑과 관심을 보여 주셨다. 회칙 「찬미받으소서」에서도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한 깊은 찬미가 환경오염 문제 해결에 있어 근본적으로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다. 특히 아름다움에 관한 교육이 환경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하고(215항), 아이들에 대한 좋은 교육이 아이의 전 인생을 바꿀 수 있다고도 하셨다(212항).

오늘날 너무나 바쁜 일상과 도시화된 생활환경 속에서 우리 아이들이 자연을 접할 기회가 점점 줄어드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 생태적 감성이 자라나기 어려운 환경 속에서 크다 보면 자연을 더럽고 불편하고 위험한 대상으로만 인식하거나, 우리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여길 수 있다. 그래서 어떻게든 아이들이 자연의 아름다움을 알아가도록 이끄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의 환경오염 상황이 아무리 심각하고 더욱 나빠진다 해도, 생태적 감성을 바탕으로 자연에 대한 사랑과 연민을 멈추지 않는다면, 희망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하느님께서 어떠한 상황에서도 인간에 대한 사랑과 연민을 멈추지 않으시는 것처럼 말이다. 윤동주 시인은 ‘서시’에서 말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우리 모두 찬미와 감사, 사랑과 연민의 마음으로 주어진 길을 가야겠다.




한준 (요셉·한국CLC 교육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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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0-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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