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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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묵상] 주님, 저를 구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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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은 빵의 기적 후 호수에 제자들과 함께 계십니다. 어두운 밤, 거센 바람이 부는 호수에 배 한 척이 떠오릅니다. 바람에 흔들리면서 제자들을 목적지에 데려가는 배는 역사의 사건에 흔들리는 교회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이 본문의 배경에는 ‘배’로 상징되는 교회가 겪는 역경과 부활하신 예수님에 대한 더 큰 믿음의 필요성이 깔려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시선을 끄는 것은 ‘곧’이라는 표현(마태 14,22; 27; 31)과 함께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보여 주시는 행동과 말씀, 제자들의 믿음입니다.


■ 배를 타고 건너편으로 가라

예수님은 빵의 기적 후에 ‘곧 제자들을 재촉하시어’ 배를 타고 건너편으로 먼저 가게 하십니다. 마태오는 이 구절에서만 ‘재촉하다’라는 그리스어 동사를 사용하는데 직역하면 ‘강요하다’를 뜻합니다. 제자들 홀로 배 안으로 들어가라고 강요한 것은 제자들에게 믿음을 요구한 것입니다.

흔들리는 파도 한 가운데에서 지내야 하는 긴 시간에 제자들은 자신의 소명의 순간, 예수님에 대한 기억, 특히 죽음의 위협, 어둠, 역경, 당혹, 곤혹, 동요 속에 ‘스승이 우리를 버리셨을까?’하는 의심이 교차했을 것입니다. 그들을 시련 안에 놓이게 하신 분도 예수님이고 그들을 돕는 분도 예수님입니다.

제자들만 배 안에 있을 때 예수님은 홀로 산에서 기도하십니다. 제자들에게도 예수님에게도 하느님 앞에서 식별해야 하는 시간입니다. 예수님은 겟세마네에서처럼(마르 26,36-46) 물러나시어 혼자 기도하십니다. 사람들은 예수님을 예언자로 찬양하고(요한 6,14-15) 그분을 정치 지도자로 만들고 싶어 합니다. 제자들은 예수님이 수난과 죽음을 통해 인간을 구원하시는 메시아이심을 망각하고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쫓아다니면서 자신의 소명을 망각할 위험에 있습니다. 예수님은 자의로, 제자들은 강요로 과감하게 군중을 떠나 홀로 하느님 앞에 서는 시간을 갖습니다.

제1독서 엘리야의 체험에 비춰 이 본문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엘리야는 영광의 순간에 ‘사도직에 좌절한 사도’로서 자신을 발견합니다. 그는 하느님 앞에 서서 다시 힘을 회복하고 다시 자신의 길을 갈 것입니다.


■ 용기를 내어라, 나다

호수에 거센 바람이 불어닥치고 제자들이 곤경을 겪고 있을 때 예수님이 ‘물 위를 걸어서’ 제자들에게 오십니다. 그 시간(새벽 3~6시경)은 아직 어둡지만 기다리면 날이 밝으리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시간입니다. 성경에서 ‘동틀 녘’으로 표현하기도 하는 이 시간은 자주 하느님 구원의 기적이 일어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이 시간에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항상 보여 주던 방식이 아니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등장하십니다. 그분은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서 창조물에 대해 권위를 가진 분으로서 하느님만이 할 수 있는 행동을 하십니다. “당신 혼자 하늘을 펼치시고 바다의 등을 밟으시는 분”(욥 9,8), “너는 바다의 원천까지 가보고 심연의 밑바닥을 걸어 보았느냐?”(욥 38,16)

제자들은 그분이 바다 위를 걷는 것을 보시고 두려움에 사로잡혀 말합니다. “유령이다!” 그리고 두려워 소리를 질러댑니다. “그들은 너무나 무섭고 두려워 유령을 보는 줄로 생각하였다.”(루카 24,37)

“용기를 내어라.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 요한복음서에서 예수님은 자신을 줄곧 “나다”라고 소개합니다. 이 장면은 이스라엘이 홍해를 통과한 이야기, 요르단강을 건너는 이야기를 떠올리게 합니다. “나다”는 하느님이 불타는 가시덤불에서 모세에게 알려주신 이름(탈출 3,14)입니다.

이 신비로운 이름에는 하느님이 모든 것을 존재하게 하는 원인이자 모든 것의 창조자이시며, 하느님은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이 발생하게 하는 원인이자 항상 우리와 함께 있는 분이시라는 세 가지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예수님이 의심을 품고 있는 제자들에게 “나다”라는 말로 당신 정체성을 알려 준 이유는 그분에 대한 믿음을 갖고 용기를 내 두려움을 극복하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 손을 내밀어 그를 붙잡으시다

제자들만이 아니라 베드로도 믿음을 시험 받습니다. 제자들을 대표하는 베드로도 주님 현존에 대해 확인을 받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는 표징을 청합니다. “오너라”라는 말씀을 듣고 모험을 감행하지만 거센 바람을 보고 두려움에 빠집니다. 베드로를 구한 것은 온 마음을 다해 바치는 한 마디 기도였습니다. “주님, 저를 구해 주십시오.”(마태 14,30) 이어 예수님이 베드로를 “믿음이 약한 자”라고 부르는데 ‘믿음이 작은 자’라는 뜻입니다. 마태오는 앞에서 ‘작은 믿음’을 일상의 필요에 관한 걱정, 두려움과 연결합니다. 여기서 ‘작은 믿음’은 베드로의 ‘의심’ 또는 흔들림에 적용합니다.

베드로의 믿음도 다른 제자들과 우리처럼 겨자씨 같은 작은 믿음입니다. 그러나 그런 작은 믿음 안에서 베드로는 자신이 살기 위해, 배 안에 있는 다른 제자들도 살리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진정한 기도를 바칩니다. “주님, 저를 구해 주십시오.” 이 기도의 외침 덕분에 그는 바로 도움을 발견합니다.

우리는 이 장면에서 베드로에게 감사해야 합니다. 베드로가 신앙과 의심 사이의 인간적인 드라마를 이 기도로 해결함으로써 우리에게 모범을 보여 주기 때문입니다. 베드로는 그리스도인은 이미 완성된 사람이 아니라 ‘되어가는 사람, 성장하는 사람’임을 보여주는 모델입니다. 베드로는 나중에 목숨을 바쳐 양들을 사랑하고 지킬 것입니다. 베드로전서에서 그는 이렇게 신자들에게 권고합니다. “고통 중에 주 예수님의 발자취를 따라가십시오.”


■ 성찰

인생의 기적은 자신의 어둠, 세상과 시대의 어둠 한 가운데에서 도피하지 않고 그 안에 오랫동안 머물 수 있는 힘, 싸울 수 있는 힘, 인내입니다. 인내는 기도 안에서 성령이 주시는 선물입니다. 이 시대에 참된 기적은 우리를 둘러싼 거센 바람이 잔잔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어둠 속에서, 흔들리는 배 안에서도 새벽을 기다리며 그 안에 머물 수 있는 능력입니다. 우리는 새벽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님, 저를 구해주십시오.” 아멘.





임숙희(레지나) 엔아르케성경삶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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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0-08-04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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