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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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묵상] 성 김대건 안드레아여,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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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죄송한 마음이 그득합니다. 매일, 미사를 봉헌하는 일마저 사제와 수도자의 ‘특권’처럼 메김된 듯하니까요. 신자 없는 성전에서 숨 죽이듯 미사를 봉헌하며 주님의 마음이 얼마나 아프실지 가늠되니 더욱 그렇지요. 때문에 진심으로 세상 대표자의 자긍심을 지니고 “마음을 찢어” 온 세상을 봉헌하는 심정으로 미사에 최선을 다하려 합니다. 그럼에도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을 주보성인으로 모신 저희 본당이 이 축복을 도대체 소문낼 수 없다는 안타까움은 여전하네요. 온 세계가 신부님의 삶을 기리며 추앙하는 경사로운 해, 본당을 방문하는 순례객을 위해서 신부님 유해를 제대 중앙으로 옮겨 모신 저희의 정성이 구겨진 기분이니까요. 그래서 더 오늘 교회가 바치는 기도문에 마음을 모아봅니다. “이 시대에 하느님의 평화를 주소서”

부디 이 세상에 자비를 베풀어 주시길, 모든 그리스도인이 주님 사랑으로 복되시길, 주님 은혜로 영육이 강건하여 희망을 살게 해주시길, 비록 매일 미사를 봉헌하지 못할지라도 계속 기도하시는 많은 분과 오로지 주님께 의탁하여 하루하루를 감사로 채워 지내는 마음 마음에 축복에 축복을 더해주시길, 소원합니다.

이런저런 감성에 젖은 모자란 사제의 마음이 오늘 독서말씀을 읽으며 더 부끄러워졌는데요. 성전에서 곤히 잠자던 어린 사무엘이 주님의 음성에 화들짝 깨어나 세 번씩이나 냅다 엘리 제사장께 달려가는 모습에 비해서 어른 사제의 꼴이 참 못났다 싶었습니다. “어린 나이에 아마포 에폿을 두르고” “주님 앞에서 자라났다”는 성경의 기록마저 매정타 여기기도 했으니까요.

하느님께 바쳐진 나지르인의 삶이 무엇을 뜻하는지도 몰랐을 어린 사무엘은 그저 엄마와 헤어져야 하는 사실만으로 슬펐을 겁니다. 수없이 엄마를 생각하며 눈물지었을 겁니다. 밤마다 울고 또 울면서 내일은 꼭, 엄마가 다시 데리러 오기만을 꼽아 고대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성경은 어린 사무엘의 감정에 무심하고 냉정합니다. 그리고 그 까닭을 오늘 독서가 생략한 부분에서 일깨움 받게 합니다.


솔직히 엘리 제사장은 지혜를 갖춘 사람이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주님의 길을 알려주고 가르치며 제사장 직무를 수행했던 인물입니다. 사무엘에게 “말씀하십시오. 당신 종이 듣고 있습니다”라는 탁월한 현답을 가르친 장본인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정작 자기 아들들이 “백성과 관련된 사제들의 규정도 무시”(2,13)하는 행동을 했을 때 “내 아들아 안 된다!”며 몇 마디 건넨 것이 고작입니다. 아마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자식을 애지중지하는 마음을 털어낼 수 없어서, 하고 싶은 것은 다 해주고 싶은 아비심정을 끝내 잘라낼 수 없었기 때문이었겠지요. 하지만 자식에게 쩔쩔매는 아비를 하느님께서는 크게 책망하십니다. 자녀의 신앙을 올바로 가르치지 않은 죄는 “제물이나 예물로는 영원히 속죄 받지 못하리라”고 단언하십니다. 자식을 오냐오냐 키운 결과가 이렇게 혹독하다니, 심하다 싶은데요. 이런 상황이 지금 이 시대, 우리 부모님들에게도 예외일 수가 없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집니다. 제아무리 홀로 열심한 믿음을 살아낸다 해도 자녀의 신앙교육에 소홀하다면 믿음의 대열에서 추락할 것이란 무서운 경고이니까요. 엘리 제사장의 죄악은 “자기 아들들이 하느님을 모독하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들을 책망하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당장, 자녀들에게 그분을 알려주며 일깨우는지, 하느님 보시기에 제대로 된 신앙교육을 하고 있는지 점검해야겠습니다. 내 자녀가 그분을 모르고 그분 사랑을 체험하지 못한 걸 느끼면서도 ‘그만하면 됐다’고 방임하는 일, “세례 받았으니 됐다”며 영적 어린이로 방치하는 것은 모두 직무유기임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자녀들이 세상의 것에만 영민하도록 가르친다면 “그분의 총애”를 잃게 하는 지름길임을 깊이 새겨야겠습니다. 주님께서는 어버이들에게 자녀를 맡기시며 그분을 제대로 알고 깨닫도록 이끌어줄 것을 당부하셨습니다. 아울러 “나보다 네 자식들을 소중하게 여긴 것”(2,30)이 죄임을 분명히 알려주셨습니다.

생각합니다. 그리고 사무엘이 민족의 스승으로 우뚝 설 수 있었던 힘은 아버지 엘카나와 어머니 한나의 철두철미했던 봉헌 덕이라 믿습니다. 스물다섯 살 짧은 삶으로 온 세상에 큰 영향력을 끼치고 계신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의 삶도 아버지 성 김제준 이냐시오와 어머니 고 우슬라의 단호한 사랑과 맹렬한 기도가 빚어낸 열매라 확신합니다.

이제 모든 그리스도인 부모님께서 자녀를 “주님께 합당하게 살아감으로써 모든 면에서 그분 마음에 들고 온갖 선행으로 열매를 맺으며 하느님을 아는 지식으로”(콜로 1,10) 키우는 일이 얼마나 대단하고 소중하며 귀한 소명인지를 깊이 새겨 살아가시길 원합니다. 새해, 성 김대건 안드레아의 전구로 그리스도인의 모든 자녀에게 그분을 ‘알게’ 되는 은혜가 있기를 빕니다.

“희망의 근원이신 하느님,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가 고대하던 구원과 영원한 생명을 바라며 세상의 유혹을 거슬러 용기를 내고 자비의 삶을 살아 저희가 다른 이들과 화해하고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을 도와주며 희년의 기쁨을 살게 하소서.” 아멘.




장재봉 신부 (부산교구 월평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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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1-01-12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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