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6일
사목/복음/말씀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사도직 현장에서] 실망하지 말고 이 자리를 지켜요

김승한 신부(의정부교구 청소년국 차장)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의정부교구에는 한때 지구 중심 사목의 하나로 청소년 전담 사제가 있었다. 본당 소속이 아니라 지역 소속으로 청소년 사목을 전담하는 사제를 4개 지역에 배치한 것이다. 그중 한 지역에 내가 가게 되었는데 사실 교구 초창기이기도 했고 새로운 사목을 시도해야 했기에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다.

그중에 가장 큰 어려움은 양성된 사람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지역에서 봉사하던 교사들도 하나둘 떠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봉사자들이 소모적으로 자신의 재능을 쏟아 붇고 소진되는 것이 아니라, 성장의 기쁨을 맛본다면 교회의 일꾼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기초부터 새롭게 시작하자는 마음으로 교사들에게 지역 청소년 사목의 비전을 공개하고 함께할 사람들을 초대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하지만 교사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홍보에 긴 시간을 보내고 첫 모임을 하는 날이었다. 나는 많은 이들이 와주기를 바랐지만, 모인 사람은 나를 포함해 세 명이 전부였다. 숫자로 보면 너무 적어서 실망할 수도 있었지만 나는 여기서부터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정도 모임이 진행되면서 인원도 늘어 이제는 구체적인 역할을 정하면서 이 그룹을 조직화하려는 조금은 음흉한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그들에게 ‘이제 우리 무엇을 할까?’ 하고 각자의 의견을 물었다. 그런데 한 친구가 나에게 경종을 울리는 말을 해주었다.

“신부님,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기보다 우리가 이 자리를 지금처럼 꾸준하게 지켜가는 게 좋겠어요.”

아차! 싶었다. 이전까지 교사들을 소모적으로 사용해왔기에 시작한 모임이었는데 나마저도 이들을 소모적으로 쓰고 싶어 했다는 생각이 들면서 부끄러워졌다. 이 친구의 말이 우리 모두를 일깨워 주었고, 지금까지 청소년 사목을 하면서 양성의 가치를 알게 해주었다.

양성은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데서 시작하는 것이다. 실망하지 않고 그 자리를 지키는 과정에서, 그 공동체에서 교회의 일꾼이 자라나는 것이다. 예수님이 그러하셨던 것처럼.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4-08-15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4. 16

시편 71장 15절
저의 입은 주님의 의로움을, 주님 구원의 행적을 온종일 이야기하리이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