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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 현장에서] 어려운 결정

김승한 신부(의정부교구 청소년국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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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교구 청소년 사목의 비전은 ‘사도 양성’이라는 말로 함축할 수 있다. 여기서 양성이란 주어진 일이나 행사를 잘 진행하는 능력을 키우는 일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관점으로 자신의 삶을 사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실제 자신의 삶에서 그리스도교적 가치를 살아내는 일은 예수님 말씀대로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따르는 일이기에 쉬운 일은 아니다.

어느 날 양성 모임이라 할 수 있는 지역 교육부 친구 중에 평소 내가 눈여겨보던 한 교사가 찾아왔다.

그 친구의 직업은 요리사였다. 꽤 괜찮은 회사에 정규직으로 있으면서 안정적으로 살아가고 있었는데, 다른 지역으로 발령이 났다고 했다.

“신부님, 지금 다니는 회사가 마음에 들고 좋은데, 발령 난 곳으로 가면 주일 미사도 못 드리고 교사도 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가야 할지 회사를 그만둬야 할지 고민입니다.”

난 아무 말도 해줄 수가 없었다. 홀어머니를 모시고 있는 이 친구의 사정을 잘 알고 있기에 그저 안타까운 마음을 들어주는 것이 고작이었다. 사실 이 친구가 마음에 들어서 더 오래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은 했지만, 그렇다고 앞날이 창창한 젊은이의 앞길을 막을 수야 없지 않은가?

그런데 놀랍게도 양성모임을 통해 자신의 삶을 성찰하는 힘을 키웠던 이 친구는 한 달간의 긴 성찰의 시간을 갖더니 과감히 안정적으로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었다. “신부님 결정했습니다. 아무리 세상적 가치로 성공한다고 해도 내가 행복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겠더라고요. 전 주일에 성당 가는 것이, 아이들과 교사들을 돌보는 일이 더 소중하고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려운 결정을 내린 이 친구가 대견했지만, 솔직히 걱정도 되었다. 하지만 지금 그 친구가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그리스도를 선택한 삶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새삼 놀라게 된다. 조금은 불편하게, 조금은 천천히 가지만 주변을 둘러보며 삶의 의미를 찾고, 자신의 삶에서 신앙적 가치를 실현해가는 그 친구 모습이 아름답다고 말한다면 과장일까? 적어도 예수님 보시기엔 흐뭇하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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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4-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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