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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 현장에서] 둘 다 커서 무엇이 될꼬?

류경애 수녀(청주 성안나유치원 원장, 한국순교복자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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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들을 대상으로 강의하는 나는 아이들 교육에 아빠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아이에 대한 교육뿐 아니라 아빠들에 대한 교육도 중요한 것이다. 이를 위해 아이와 아빠가 함께하는 캠프를 한 적이 있다.

서해에서 환경을 주제로 캠프를 했을 때다. 숙소에 도착하면 함께 짐을 풀고 밖으로 나오게 되어 있었다. 복도를 지나가는데 2층 화장실에서 아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차렷, 열중쉬어! 벽에 붙고!” 깜짝 놀러 가보니 캠프지에 도착한 지 5분 만에 아이를 자기 마음대로 하려는 훈육이 시작됐다.

‘캠프장인 내가 질 수 없지’ 하고 가까이 가서 “1분대 모두 차렷!” 하고 구령하자 아빠와 아이가 밖으로 뛰어 나왔다. 둘 다 벽에 세워놓자 서로 ‘킥킥킥’ 하며 웃었다. 아빠에게 아이와 악수하고 화해하라고 제안했다. 그리고 몸과 마음을 풀기 위한 운동을 시켰다. 땀을 흘리고 나자 아빠는 아들 때문에 수녀님께 혼났다며 싹싹 빌었다.

아빠는 우리 유치원의 2회, 아들은 43회 졸업생이다. 아들과 싸우는 아빠나 고집을 접지 않는 아들이나 똑 닮은 붕어빵이다. “둘 다 커서 무엇이 될꼬” 하고 보내주었다.

넓은 바닷가에 나가 자유롭게 노는 시간을 가졌다. 아빠들은 처음 10분간 방황과 황당 그 자체였다. 한 번도 바닷가에서 이렇게 아이와 버려져 본 적이 없단다. 아내가, 엄마가 다 해주었기에 놀이를 스스로 찾아서 해본 경험이 없었던 것이다.

그래도 아빠는 아빠였다. 시간이 흐르자 아빠들은 모래사장을 파고 아이들과 조개를 잡았다. 교사가 물이 들어오니 밖으로 나오라고 불러도 아빠들은 들은 척 만 척이었다. 아이들은 물 밖에서 소리치고 아빠들은 물속에서 꼼짝도 안 하고…. ‘아이고, 누가 아이고 누가 부모인지’ 거꾸로 됐다.

어렸을 때 못 했던 놀이, 커서라도 많이 하면 좋은 것으로 생각했다. 그날은 상도 벌도 없는 행복한 부자 캠프가 되었다.

주님! 당신이 둘 다 돌보고 계시지요.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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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4-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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