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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 현장에서] 물치즈

오경옥 수녀(안동교구 상지여중·고 교장, 툿찡 포교 베네딕도 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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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소에서 생활하던 시절 수녀님들은 유통 기한이 지난 우유를 그냥 버리지 않으시고 주방 조리대에 있는 통에 모아 놓으셨다. 모은 우유로 ‘물치즈’를 만든다고 하셨다. 그 이야기를 듣고 ‘상한 우유를 먹으면 배탈 나는데?’하는 걱정이 들었다.

물치즈는 발효시킨 우유에 다진 양파와 소금과 후추를 넣어 만들었다. 무척 맛이 좋았다. 물론 상하지도 않았다. 그때 수녀님들에게 물치즈 만드는 법을 배웠다.

학교에 온 뒤 다시 물치즈를 만들 일이 생겼다. 급식과 함께 나눠준 우유를 먹지 않는 학생들이 많아 처리하기가 곤란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수련소 시절 기억이 떠올랐다. 교실을 돌면 큰 쇼핑백에 가득 찰 만큼 남는 우유가 많았다.

아직 상하지 않은 우유에는 유산균을 넣어 요구르트를 만들었고 유통 기한이 지난 우유는 깨끗한 유리병에 담아 발효시켜 물치즈를 만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우유를 병에 가득 부었다가 우유가 발효되면서 부피가 늘어나 넘치면서 시큼한 액체가 바닥에 흘러넘쳐 대청소한 적도 있었다. 물치즈 만드는 일을 10여 년 이상 계속 반복하니 나름대로 노하우도 생겼다. 물치즈는 학생들에게 아주 훌륭한 간식으로 제공되고 있다. 남는 우유 문제도 말끔하게 해결됐다. 물치즈에 관심을 보이는 분이 있으면 맛을 보여 주고 만드는 방법을 알려 주기도 한다.

“맛있어서 잘 팔릴 것 같다”면서 판매를 해보라는 학생도 있다. 그럴 때면 “너희들이 커서 주부가 됐을 때 내가 만들어 주던 물치즈를 떠올리고 자녀들에게 만들어 줄 수 있게 된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고 웃음으로 대답한다.

올해는 양파가 대풍년이다. 양파를 싫어하는 아이들도 물치즈에 들어간 양파는 맛있다고 한다. 양파를 많이 다져 넣어 만든 물치즈를 아이들에게 간식으로 주는 엄마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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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4-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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