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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 현장에서] 마을 아이들

오숙경 유스티나(고창 다솜의 집, 성마리아재속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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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속회 회원인 저는 교회 안에서보다는 사회 안에서 살기를 희망했고, 오랫동안 꿈꿔온 대로 농촌에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마침 전주교구 사회복지 담당 신부님께서도 초대해주셔서 여기 고창 마을에 들어왔습니다.

마을에 들어온 이듬해, 젊은 엄마가 암으로 죽고 어린 남매가 서울에서 내려왔습니다. 다시 이듬해 부모의 이혼으로 남매가 내려오더니, 마을에는 고만고만한 아이들 일곱이 생겼어요.

부모와 헤어진 아이들은 낯선 환경에 어리둥절하더니 차츰 울고 떼쓰고 화를 냈습니다. 한 번은 학교에서 수영복과 수영 모자를 가지고 오라 했는데, 할머니와 함께 사는 연이는 수영복이 작고 모자가 필요하니 사달라고 했지요. 할머니는 수영복이 있는데 왜 다시 사야 하는지 자꾸 물었고, 아이는 화를 내더니 수영복을 찢기 시작했습니다. 제 마음을 알아듣지 못하는 상황, 아이의 서러움과 분노가 느껴져 많이 당황했지요.

처음에는 아이들 간식과 반찬 챙기고, 생일, 어린이날 축하하고, 학교 운동회날 함께 사진 찍었어요. 신부님 도움으로 집을 지은 후에는 아이들과 같이 공부하고, 그림 그리고, 음식을 해먹었습니다. 아이들이 중학교에 입학하고는 폭풍 같은 사춘기 시기가 어떻게 지나갈까 걱정했는데, 저희끼리 고민하고 의논하면서 잘 지내는 아이들이 고맙습니다.

우리가 시행착오를 거치며 느끼는 것은 아이들은 아픈 시간을 보내면서도 스스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가끔 옛날 사진들을 꺼내놓고, 아이들에게 지난 일들을 이야기해주면 ‘내가 언제 그랬냐’며 쑥스러워하고 재미있어 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쓴 글, 낙서, 사진 하나도 버리지 않고 모아두고 있습니다.

얘들아, 너희들이 이곳을 떠나도 언제든 너희들이 어떻게 자랐는지 기억하고, 간직하고 말해줄게. 늘 건강하기만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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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5-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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