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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영성 이야기] (29) 공동체로 나아가는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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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두 시간여의 CLC(Christian life Community) 공동체 온라인 모임이 끝났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인해 대면 모임은 어려워졌지만, 화상회의 앱을 통한 비대면 모임은 매주 이어지고 있다. 오늘 모임에서도 각자 한 주 동안의 생활을 나누면서 예수님께서 어떻게 자신과 함께하셨고, 그것을 통해 우리에게 무엇을 요청하시는지를 함께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무엇보다 어느 회원의 어려움에 대해 공동체가 어떻게 도와갈 것인가를 나누면서 공동체에 대한 이해가 좀 더 커진 것 같아 감사했다.

CLC 회원들은 세상 속에서 각자 고유한 직업과 가정을 가지고서 10명 내외의 작은 공동체를 이룬다. 그리고 주 1회 정기적 모임을 통해 영적, 공동체적, 사도적으로 애써가고 있는 각자의 삶을 서로 나눈다. 구체적으로는 묵상기도나 관상기도, 성찰 기도를 한 것을 공유하거나, 세상 속에서 사도적으로 실천했던 삶도 나눈다. 이렇게 서로 나누다 보면 상대방의 경험이 나의 경험이 되기도 하고, 내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예수님의 모습을 다른 회원을 통해 발견도 하게 된다. 각자 개별적으로 했던 기도와 경험이 공동체의 지혜와 감사함으로 고백 되는 신비를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함께 공동체를 이루고 있지만, 회원들은 저마다 공동체를 했던 기간이나 나이, 직업, 배경 등이 각기 다르고, 인생을 바라보는 시각이나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도 조금씩 다르다. 그리고 각자 나름대로 고유한 자신만의 고유한 빛과 어둠도 가지고 있다.

이렇게 각자의 처지가 다르지만, 예수님을 만나면서 그분의 사랑을 통해 새롭게 인생을 바라보게 되었고, 하느님께 받은 사랑을 세상과 나누고 싶은 열망이 생겼다는 것이 공통적이다. 예수님을 통해 하느님의 사랑을 깊이 깨닫고, 예수님처럼 세상 속에서 나눔, 비움, 섬김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혼자가 아닌 공동체로 가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 공동체로 함께 하는 것이다.

물론 공동체로 함께 한다는 것은 항상 낭만적이거나 쉬운 일은 아니다. 때로 공동체 안에서 작은 갈등이나 긴장감, 불편함이 생길 때도 있다. 그리고 서로의 성장을 위해 공동체 내에서 주고받는 영적 조언은 아프고 불편할 수 있다. 나 역시 예전에는 공동체에서 받는 조언이 내 부족함을 들추고 나를 판단하는 것 같아 속상해했던 적도 있었다. 그보다는 잘한다는 얘기나 위로, 격려 같은 것만 듣고 싶었다.

그러나 기도하는 이들이 모인 공동체는 성령께서 이끌어 가신다는 신뢰가 생기고, 나에 대한 공동체의 사랑을 체험하게 되면서 마음이 편해지고 영적 조언에도 귀 기울이게 되었다. 공동체 안에서 그런 깨달음과 신뢰가 확산되면서 서로에 대한 조언이나 도전, 위로와 격려가 좀 더 편해지고 자유로워지게 되었다. 사랑과 진정성 어린 마음을 바탕으로 공동체가 함께 성장하고 성숙해간다는 것을 모두 체험하게 되었다.

예수님께서도 이 세상에 오셔서 공동체를 이루셨다. 그것은 단지 일손이 필요해서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보다는 거대한 세상 속에서 복음을 선포한다는 것이 결국 작은 공동체 안에서의 사랑과 성장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을 것 같다. 서로 다르고, 나약하고, 때로 이기적이었던 제자들과 사랑의 공동체를 이루는 것이 세상 속에서 하느님 나라를 만들어가는 시작점이었을 것 같다. 예수님과 공동체를 이루었던 제자들도 공동체를 통해 배운 사랑과 성장의 경험을 안고 세상에 나아가서 다시 공동체를 이루고 복음을 전했다.

오늘도 영성 생활을 충실히 하자고 SNS 메시지가 왔다. 기도 생활이 느슨해지지 않도록 돌아가면서 알림이 역할을 하기로 정했기 때문이다. 부담스러운 마음도 잠시, 이런 공동체가 있어서 그래도 내가 부지런히 하느님을 향해 가는 여정에 한발 한발 나아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으로 소중한 공동체다.





한준 (요셉·한국CLC 교육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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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0-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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