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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쉬운 사회교리 해설-세상의 빛] 96. 평화를 위한 노력 - 그리스도인의 행동기준, 기도, 영성, 복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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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드로: 아무리 기도해도 되는 일이 없어요! 기도해도 소용이 없어요!

데레사: 기도를 한다고 다 되진 않겠죠. 하지만 더 깊이 생각하게 되고, 모르던 것을 알게 되는 것 같아요. 마치 다른 길로 이끌어 주신다고나 할까?

마리아: 기도가 없으면 가장 중요한 것을 빠트린 것 같아요. 행동도 중요하지만 그 바탕인 평화, 겸손, 사랑, 믿음, 용기, 지혜, 특히 용서나 화해는 기도에서만 얻는 것 같아요.

이 신부: 함께 대화해요!


■ 두려움 속에서

전염병을 다룬 문학작품이 다수 있습니다. 대표작은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로서(1974) 흑사병(페스트)이 알제리 오랑을 덮치며 도시는 고립되고 그로 인해 벌어지는 가공할 재앙을 그려냅니다. 폐쇄된 도시는 희망 없는 감옥처럼 묘사되고 끝없는 희생들, 매장·화장행렬은 참혹합니다. 또한 산 이들은 감염공포, 격리와 생이별, 슬픔, 정신적 공황을 겪으며 잠잘 때조차 희망을 꿈꾸지 못하는 지경이라 합니다.

전염병 말고도 인류가 겪어 온 많은 고통과 참상이 있습니다. 억압과 수탈, 전쟁과 학살 등 온갖 형태의 폭력이 존재했습니다. 그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물었습니다. 과연 희망은 어떻게 찾는 것인지! 이에 카뮈는 말합니다. “나는 반항한다, 고로 존재한다!”(Je me Revolte, donc nous sommes!) 저자는 페스트라는 무서운 현실에 대해 행동하고 저항할 것을 역설합니다. 그것이 희망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작중에서 페스트에 저항하는 인물들은 함께 결속하고 연대합니다.

■ 영성과 교회공동체

“행동하는 것만큼이 사랑이다”라고 하듯 실천은 중요합니다. 구원의 역사가 성자의 강생과 수난으로 성취됐듯 모든 것에는 실행이 요구됩니다. 문제는 두려움과 절망입니다. 지금도 우리 주변에 만연한 현실적 문제들과 어려움 앞에서 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인해 겪는 재난 앞에서 우리는 용기 있게 행동할 수 있습니까? 실망과 고난 앞에서 저항하고 행동하는 것이 쉬울까요? 오히려 패배주의, 포기, 절망에 빠질지도 모릅니다.

‘혼자라면’ 어렵습니다. 그러나 ‘함께라면’ 가능합니다. 그래서 사회 혹은 교회공동체가 필요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공동체의 핵심은 ‘영성’입니다. 영성의 핵심은 예수 그리스도와 복음이며 사랑, 믿음, 희망입니다. 「간추린 사회교리」에서도 영성은 인간 고유의 특성이며(114항) 영성을 길러야 하며(546항), 영성을 간직한 사람은 극단적 내면주의와 사회 활동주의 대신에 균형 잡힌 시각으로 세상과 이웃을 대하고 사랑한다고 합니다.(545항) 영성에 뿌리를 둔 삶을 강조합니다.(546항) 하느님 말씀, 전례와 기도를 통해 영적 성장이 가능하며 이런 영성이 간직된 삶은 나와 공동체를 파괴하려는 힘보다 더 강한 믿음으로 살고자 노력하고, 끊임없이 평화를 선택하고자 합니다. 그런 영성을 공유하는 곳이 바로 교회공동체입니다.


■ 그리스도인의 행동기준, 기도, 영성, 복음

소설 「페스트」의 마지막에서 페스트는 홀연히 사라집니다. 사람들은 기쁨에 들뜹니다. 그러나 의사 리유는 기뻐하지 않고 오히려 페스트가 언제고 다시 올 것이라 예견합니다. 이에 대한 여러 해석이 있지만, 저자는 인간과 사회에는 분명 여러 불가항력적인 어려움이 있음을 내다보고, 그 속에서 중요한 것은 서로가 서로를 지키고, 협력하고 행동하는 것임을 강조한 것입니다.

다만 그리스도인에게 그 행동은 영성, 기도, 복음과 결합된 것이어야 합니다. 그럴 때 우리의 행동은 평화와 선을 지향하는 하느님의 일이 됩니다. 그러므로 우리에겐 다만 걸어야 할 길이 있을 따름이고, 그 길의 지도는 바로 복음과 그리스도이십니다. 평화는 고통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고통 속에서도 의연하게 그 길을 걸어갈 때 얻어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기도는 괴로움을 벗어나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언제나 우리와 함께 계시는 주님께 대한 신뢰의 표현입니다. 평화를 지향하며 인내와 성실함, 기도와 공동체 속에서 영글어지는 영성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사회 문제에 대해서 우리는 우리 시대의 크나큰 도전들 앞에서, 어떤 마술 같은 해법을 찾을 수 있으리라는 순진한 기대는 물론 하지 않는다. 다른 어떤 묘안이 아니라, 바로 한 분 예수님께서만, ‘내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 하신 그분의 다짐만이 우리를 구원할 것이다.”(「간추린 사회교리 577항」)




이주형 신부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20-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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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어머니를 공경하여라. 그리고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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