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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 믿음이 필요한 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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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광장공포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합니다. 광장공포증이란 갑자기 자신이 낯선 곳에 홀로 버려진 느낌이 들 때 발생합니다. 마치 낯선 여행지에서 길을 잃어버렸을 때의 그런 느낌.

심각한 불안감을 느끼는 광장공포증은 인간이 원시시대부터 무리지어 다니는 데서 비롯됐다고 합니다. 다른 짐승들보다 빠르지 못하고 강하지 못한 인간들은 무리 안에 있을 때 안전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고 무리를 떠난다는 것은 죽음을 의미했습니다.

근래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도 이런 심리적인 원인이 배경에 깔려있습니다. 아무도 자신을 도와줄 사람이 없다는 고립무원(孤立無援)감, 무리에서 떨어져 나왔다는 불안감이 극단적 선택을 하도록 부추긴다는 것입니다. 특히 지금처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장기간 격리상태가 지속되면서 심리적으로 허약한 사람들이 이런 불안충동에 더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믿음입니다. 누군가가 나를 지켜 주고 있다는 믿음 말입니다. 죽음의 골짜기를 간다고 해도 주님이 함께하실 것이란 믿음. 이 믿음이 죽음의 길로 가려는 사람들의 손목을 잡아 줍니다.

몇 년 전 재개발 지역에서 사목할 때, 매일 부수고 깨는 불도저 소리에 시달리고 밖을 나서면 집도 사람도 없이 쓰레기 더미만 봐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더욱이 나가라고 반 협박하는 사람들 때문에 성당을 잃을까 노심초사하며 우울감과 불안감, 불면증에 시달렸습니다.

성당을 지켜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과 도움을 청할 곳이 없다는 무력감으로 마음이 허물어지니 몸도 병들기 시작하더군요.

그러던 어느 날 술에 취해서 성당에 들어가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습니다. 내가 왜 이런 일을 당해야 하냐고요. 그러다 문득 ‘아, 그래. 이 성당이 내 것이 아니지. 주님과 성모님 것이지’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성모님께 “나는 능력이 없으니 당신이 지켜 달라”고 기도하다가 문득 성모님 초상화로 성당을 둘러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멀리서 보면 언덕 위 흉가처럼 보이던 성당 벽에 성모님 대형초상화를 붙였습니다. 그렇게 하고 나니 멀리서 봐도 성당처럼 보였어요. 성당에 오는 신자들도 성모님 초상화를 보고 묵주기도를 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성당을 온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성모님께서 ‘나에게 지혜를 주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몇 년 후 충분한 보상을 받고 협상을 마무리했습니다. 만약 그때 나 혼자 뭘 해보겠다고 했으면 어떻게 됐을까 가끔 생각해 봅니다. 아마도 술에 망가져 폐인이 됐을 듯합니다. 믿음이 저를 살리고 성당을 살린 것입니다.

믿음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우울감과 불안감을 떨치시고 좋은 일 얻으시길 기도합니다.




홍성남 신부 (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 소장)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21-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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