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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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혜 기자의 엄마일기] (17)친구가 괴롭혀 불편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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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동물원에 가서 엉덩이가 빨간 원숭이를 보았다. 동물을 구경하며 지성이 어깨를 건드리고 밀치는 친구가 있었다. 동물이 움직이는 대로 방방 뜨며 따라다니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온 행동이었다. 그런데 그 행동이 불편했는지, 지성이는 언짢은 표정으로 그 친구가 자신을 밀치지 못하도록 몸에 힘을 주고 있었다.

지성이를 잠깐 불러내 물었다. “친구가 자꾸 밀어서 불편해? 지성이가 직접 ‘네가 계속 밀면 불편해. 하지 마.’ 이렇게 말해 볼래?”

지성이는 쑥스럽게 웃었다. 자신이 직접 내뱉지 못한 엄마 입에서 나온 “하지 말라”는 말이 통쾌했을까. 작은 목소리로 따라하는 지성이에게 “조금 더 큰 소리로, 손바닥을 펼치고 네가 그렇게 밀면 나는 불편해”라고 말해보라고 했다. 지성이 표정이 가벼워졌다.

얼마 전, 유치원 선생님에게 전화를 받았다. “어머님, 지성이가~”로 시작된 통화 내용은 이랬다. 유치원에 지성이를 괴롭히는 아이가 있는데, 그 아이가 지성이를 괴롭힐 때마다 지성이가 선생님한테 친구가 괴롭힌다고 말한다는 것이었다. 선생님은 “친구가 괴롭힐 때마다 말하면 고자질이 되어 버리니까, 스스로 해결해보고 그래도 안 되면 오라”고 했다. 하지 말라는 의사 표현을 세 번은 해보라고 했단다. 지성이가 다시 선생님에게 왔다. “선생님, 진우한테 하지 말라고 네 번이나 말했는데도 괴롭혀요.”

선생님은 지성이에게 진우가 왜 괴롭히는지 궁금하냐고 물었고, 지성이는 그렇다고 했다. 점심을 먹은 후, 선생님은 둘만의 시간을 만들어줬다. 진우가 설명하기를, 놀이방에서 지성이가 자신을 괴롭힌 적이 있었다며 그때의 언짢은 마음을 설명했단다.

선생님의 전화 목소리가 커졌다. “그런데 어머님, 지성이가 ‘응’ ‘응’ ‘그래서?’ 하며 친구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거예요.” 마치 동화책을 읽을 때 다음 장이 궁금한 아이처럼, 친구의 말을 수용하더라는 말이었다.

다들 그런지 모르겠다. 양보하고 용서해야 한다는 교육을 너무 일찍 자주 받아왔다. 사실, 내 것을 제대로 가져보기도 전에 ‘양보’라는 말을 들었고, 타인의 잘못(?)으로 여겨지는 행동이 내게 어떤 감정을 불러오는지 생각해볼 새 없이 ‘용서’라는 말을 먼저 배웠다.

타인의 행동이 내게 불편할 때, 지금 내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나를 먼저 사랑해야 타인을 사랑할 수 있듯이, 자기 자신을 먼저 충분히 사랑할 줄 아는 아이가 됐으면 좋겠다. 이 모든 걸 아이를 키우며 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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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9-08-14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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