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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직 사임, 도피 아닌 또 다른 봉사직 택한 것”

독일 언론인과의 대담집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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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마지막 이야기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마지막 이야기

페터 제발트 대담 및 정리 / 김선태 주교 옮김

가톨릭출판사/1만 8000원



2012년 로마 교황청은 이른바 ‘바티리크스(바티칸+위키리크스) 사건’으로 불리는 교황청 내부 비리 폭로 사건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유럽을 비롯한 세계 언론들은 앞다퉈 교황청 흠집 내기에 나섰고, 가톨릭 교회 전체에 윤리와 도덕성 잣대를 들이민 중차대한 사태로 번졌다. 그 중심엔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있었다.

이듬해인 2013년 2월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전 세계 추기경들을 불러모은 자리에서 “저에게 맡겨진 직무를 제대로 수행할 힘이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정도로 제 자신이 너무 약해졌다”며 사임을 선언했다. 급작스러운 질병이냐, 음모와 협박 때문이냐를 놓고 말들이 무성했지만, 종신직으로 여겨져 온 교황직의 중도 사임은 12억 가톨릭 신자들은 물론, 지구촌을 충격에 빠뜨리기에 충분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마지막 이야기」는 독일 언론인 페터 제발트가 교황과 대담한 내용을 그대로 옮긴 책이다. 페터 제발트는 그동안 베네딕토 16세 교황과의 대담을 책(「하느님과 세상」, 「세상의 빛」)으로 발간한 바 있다. 그는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마지막 이야기」에서 자칫 껄끄러울 수 있는 사안부터 교황의 인간적인 면모에 이르기까지 막힘없이 질문한다. 교황은 사임에 이르기까지 고뇌한 과정과 이유, 사제의 길을 걷게 된 어린 시절과 가족 이야기 등을 전하며 자신의 삶과 신앙을 솔직히 털어놓았다.

베네딕토 16세는 대담에서 자신의 사임이 “적절한 때에 이뤄졌다”고 밝혔다. 2012년 보낸 긴 휴가 중 사임을 결정한 교황은 오로지 하느님과의 대화를 통해 중대한 결심을 내렸다고 했다.

그는 “(사임을 선언한) 그날이 저에게 특별한 고통의 날은 아니었다”면서 “제가 더 이상 사도좌의 직무를 수행할 수 없고, 주님께서도 더 이상 그 직무를 저에게 원하지 않으시며, 그 짐에서 해방시켜 주시려 한다는 것을 확신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항간에 떠돌던 협박과 음모에 대해서도 “누구에게도 협박받지 않았다. 그런 시도가 있었다면 절대 사임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린 시절 이야기도 눈에 띈다. 요제프 라칭거(베네딕토 16세 전임 교황의 본명)는 경찰관인 아버지의 뿌리 깊은 신앙과 온유함 속에 자랐다. 형 게오르그 라칭거 신부를 비롯해 라칭거 집안의 많은 사제와 수도자를 보며 자란 그는 “이상하게도 하느님이 제게 무언가를 바라시고, 기대하신다는 것을 느꼈다”며 “그것이 사제직과 연결돼 있음을 확신했다”고 했다. 신학교 시절 갑작스레 겪은 전쟁과 배움에 대한 갈망, 주교와 추기경 시절 이야기들도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요제프 라칭거 추기경은 일찍이 ‘맑게 깨어있는, 분석적인 동시에 강력한 종합력을 겸비한 지성’으로 수많은 이에게서 찬사를 받아온 신학자다. 그러나 2000년 신앙교리성 장관 시절 교회 안팎에 타 종교와의 논란을 일으켰던 「주님이신 예수님」 문헌에 대해선 “혼자 작업한 일은 아니다”면서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과 저는 같은 생각이었다”고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해 그는 “하느님과 이야기하고,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방식을 보았을 때 참으로 기뻤고 행복했다”며 존중을 나타냈다.

베네딕토 16세는 ‘십자가에서 내려와 안락한 삶을 추구하는 것 아니냐’는 일부 비난에 “저의 사임은 도피가 아니라 봉사직에 충실히 머무는 또 다른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8년간 사도좌에서 지난한 교회 과제를 짊어졌던 베네딕토 16세 전임 교황은 “더욱 명확해진 것은 하느님은 사랑 자체이시고, 나를 사랑하신다는 사실”이라고 했다. 그가 교황이 되고, 사임한 것은 모두 주님 뜻이었다. 그 뜻을 온전히 알아듣고 따르는 것은 우리 사명이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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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7-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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