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
생명/생활/문화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주님 사랑 영원하기에 마르지 않는 시상(詩想)의 샘

국내 현역 최고령 여류 시인 김남조 신작 출간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예수님께서

순교현장의 순교자들을 보시다가

울음을 터뜨리셨다

나를 모른다고 해라

고통을 못 참겠다고 해라

살고 싶다고 해라

나의 고통이 부족했다면

또다시 십자가에

못 박히련다고 전해라

(「충만한 사랑」, ‘순교’)

 

말할 수 없어라

온 세상의 말로서도

이 신비 나타낼 수 없어라

신의 특별하신 간택이

만인 중에서 가려 뽑은 자에게

성령의 불의 인(印)을 찍으심을

(「시로 쓴 김대건 신부」, ‘서시’ 中)



충만한 사랑

김남조 지음 / 열화당 / 1만 2000원

 

시로 쓴 김대건 신부

김남조 지음 / 고요아침 / 1만 원





시(詩) 인생 70년. 모든 시인이 존경하는 시인. 평생 900여 편에 이르는 시로 인간 존재를 근원적으로 통찰하고, 보편적 사랑을 노래해 온 시대의 문인. 구순에도 “감성의 고갈이 전혀 없다”며 왕성한 작품 활동을 이어 오고 있는 시단의 최고 원로 여류 시인 김남조(마리아 막달레나, 90) 시인이 최근 새 시집 「충만한 사랑」, 「시로 쓴 김대건 신부」를 펴냈다.

암흑 같았던 일제강점기 1927년에 태어나 1953년 작품 ‘목숨’으로 등단한 김남조 시인은 평생 숭고한 ‘사랑의 가치’를 노래해 온 서정 시인이다. 언어로 할 수 있는 최고의 표현으로 사랑의 지평을 무한히 넓혀온 그에게 무엇보다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가톨릭의 보편적 사랑이다.

초기 작품 ‘너를 위하여’, ‘겨울 바다’ 등으로 인간 사랑을 노래한 그의 시상(詩想)은 ‘나무들’, ‘바람 세례’ 등 모든 피조물이 지닌 생명의 가치로 옮아간다. 화수분처럼 샘솟는 그의 감성은 인간과 세상 만물에 대한 깊은 사유와 통찰을 이끌어내는 것을 넘어 모든 것을 아우르는 주님 사랑의 영원성을 강조하는 사조로 이어져 왔다.

구순의 현역 시인이 낸 이번 시집 「충만한 사랑」은 이러한 ‘김남조 사랑관’의 결정판이다. 시공간을 초월한 하느님의 사랑을 찬미하고, 차디찬 겨울과 엄혹한 현실에도 늘 곁에 현존하는 신의 무한성, 거룩하고 경건한 사랑의 속성을 구도자의 시각에서 일깨워 주고 있다.

앞이 보이지 않아도, 정신이 혼미해져도 영혼으로 알아챌 존재는 누구인가. 그는 작품 ‘구원’을 통해 어떤 물리적 어려움에도 영혼의 핏줄로 연결된 주님의 “와서 안기거라” 하는 응답이 있음을 일러준다.

“너에게 눈물을 주마 / 흡족한 수량으로 주리니 / 넉넉히 물 쓰거라 / 눈물이 그리도 많은가고 / 너 묻는 것이냐…”하고 시작하는 ‘눈물’은 하느님의 모상으로 태어난 인간이 어떤 어려움 중에 있어도 결코 주님이 지나치지 않을 것임을 확신시켜 준다.

“둘레가 천지개벽하여 / 아침으로 바뀌고 / 흩어져 있던 가련한 종이들의 / 멈추었던 심장이 / 일시에 맥박쳤다.”(‘하느님의 조상’ 中)

기력이 쇠잔해진 존재들은 이처럼 생명을 다하는 순간에도 먼저 와 계신 하느님을 통해 다시금 맥박치는 존재가 된다.

「시로 쓴 김대건 신부」는 성 김대건 신부의 생애를 시로 예찬한 작품. 그는 “김대건 신부는 인간 중에 초인이면서 25년 짧은 생애에도 믿기 어려울 만큼의 신앙과 헌신, 지혜와 의용과 순교까지를 기록했다”며 순교 정신을 드높였다.

“성령의 불의 인(印)”으로 특별한 간택을 받은 김대건 신부는 “마흔 번 문초에도 / 별의 눈빛 흐리지 않고”, “하늘이 땅 되는 일 있었듯이 / 사랑 때문에 / 땅이 하늘에 다다름도 / 예 있음을” 일깨워 준 참 사제였다. 성인 사제의 탄생부터 순교에 이르는 생애가 ‘사랑의 시편’처럼 엮였다.

“순연한 가슴으로 삶을 사랑하라”고 이야기해 온 김남조 시인은 올해 초 초청된 문학 강연 자리에서 “영혼에도 영혼이 있다면 그것은 주님일 것이다. 제 인생에서 만난 최고의 가치는 주님이다”라며 아흔 평생을 아우른 그의 문학세계 중심엔 주님이 있음을 다시 한 번 고백했다.

김남조 시인은 초기 시집 「나아드의 향유」를 통해 밝혔듯이 자신의 시적 감동의 원천은 아픔과 절망 속에도 예수 그리스도를 철저히 믿고 따랐던 ‘마리아 막달레나’에게 있다. 그는 지금도 그 굳건한 믿음을 노래한다. 십자가 위 구세주의 고독은 홀로 장엄하며, 어둠과 빛의 행간에 늘 한 분 스승이 계심을.

이정훈 기자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7-12-13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3. 29

이사 49장 1절
주님께서 나를 모태에서부터 부르시고 어머니 배 속에서부터 내 이름을 지어 주셨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