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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서 마지막 언어지만 믿음에서는 첫 언어…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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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수 부활은 시공간을 초월한 사건이다. 렘브란트 작 ‘엠마오의 식사’.




“예수님께서 돌아가셨다가 다시 살아나셨음을 우리는 믿습니다. 이와 같이 하느님께서는 예수님을 통하여 죽은 자들을 그분과 함께 데려가실 것입니다.”(1테살 4,14)

부활의 신비는 그리스도교 신앙의 중심을 이루는 ‘구원의 믿음’이다. 신약성경은 수많은 고대 언어들을 동원해 파스카 신앙을 선포하고 있다. 언어로 부활의 신비를 온전히 옮길 수는 없을지라도 성경은 부활 사건의 의미를 충실히 전함으로써 우리에게 굳건한 희망의 토대를 마련해주고 있다.

「부활」은 15명의 저명한 학자들이 2000년 전 부활이라는 대사건을 다양한 학문적 측면에서 들여다본 연구집이다. ‘부활’이라는 어렵고도 민감한 주제를 학자 여럿이 문학ㆍ역사ㆍ신학ㆍ해석학적 측면에서 면밀히 고찰했다는 점에서 이목을 끈다. 죽음과 사후세계에 관한 고대 문명인들의 풍습부터 성경에 기술된 초세기 그리스도인들의 언어적 표현과, 바오로 사도의 시각에서 부활을 이해하는 방법 등 부활의 의미를 다각도로 들여다보고 있어 흥미롭다. 부제는 ‘고대 세계와 신약성경에서 살펴본 죽음 이후.’

예수의 부활은 그저 육체가 죽기 전 상태로 다시 살아나는 인간 차원의 소생이 아니다. 신학자 마크 슐로서(프랑스 마르크블로크대 가톨릭신학대) 교수는 “부활은 예수에게 시공의 영향을 더 이상 받지 않는, 질적으로 다른 세상에 이르는 길을 터 준다”고 명시한다. 예수의 부활은 시간 속에서 확인될 수 없으며, 낱말로 풀어놓는 역사적 사건으로 한계지을 수 없는 신비이기 때문이다.

코리나 콤베-갈랑(파리 프로테스탄트신학대) 교수는 마르코복음 전체에서 16장의 역할을 깊이 연구했다. 그는 결론부(16장 9~20절)에 등장하는 ‘발현 이야기’는 앞서 부활한 예수를 보고서 겁에 질려 덜덜 떠는 여인들의 모습과는 반전을 이루며 새 국면을 맞게 된다고 강조한다. 예수의 발현은 마치 새로운 시공간의 길을 비추고 있기 때문이다. 발현은 곧 ‘믿음’의 과제로 수렴된다. 파견자는 처음 마리아 막달레나 한 명에서 열한 제자로 늘어나고, 수신자는 모든 피조물로 확장된다. 콤베-갈랑은 이를 알림에서 말씀, 곧 복음 선포로 보편화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인간사 ‘제2의 시작’이 하느님 아들의 죽음으로 열린 것이다.

앙드레 미르(미국 몬트리올대 신학대) 교수는 고대로부터 이어져 온 ‘부활’ 관념이 어떻게 현대에 이르기까지 토착화했는지 성경 안팎에서 그 해답을 고찰하면서 구원의 의미를 되새겨준다. 그는 “개인적으로 따로 부활하는 것, 따로 떼어져서 실행되는 부활은 생각할 수 없다”며 “공동체적 성격을 지닌 구원은 결과적으로 보편성을 띤다”고 설명한다. 인류의 연대적 특성이 하느님의 한없는 구원의 손길과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부활이라는 낱말이 삶에서는 마지막 언어이지만, 믿음에서는 첫 언어다.”(앙드레 미르) 부활은 우리의 관념 세계를 깨뜨리는 신비다. 육체의 부재는 당장 두려움을 안겨주지만, 앞으로 일어날 뜻밖의 재회와 ‘구원의 기쁨’을 선사한다. 십자가형에 처한 예수가 땅에 흘린 피와 그의 찢겨진 몸만 보자면 기적은 없는 듯 보인다. 그러나 무덤의 갈라진 틈 사이에서 흘러나온 섬광은 갖가지 기적을 통해 우리에게 발현해 ‘삶 속의 부활’로 되살아나고 있다. 하느님의 손에 다시 일으켜진 예수를 통해 인류 역사는 지금도 ‘재창조’되고 있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

부활 / 오데트 맨빌ㆍ다니엘 마르게라 편집 / 안영주 옮김

백운철 신부 감수 / 성서와함께 / 2만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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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8-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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