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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영성’ 전하는 멘토 수녀의 힐링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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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ㆍ일본의 두 수녀가 전하는 ‘사랑의 영성’을 엮은 신간이 나왔다. 두 수녀가 각기 펴낸 ‘문고판 속 영성’이 세상을 대하는 마음의 깊이를 더해준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



연민, 사랑으로 가는길 / 윤해영 수녀 지음/가톨릭출판사 / 1만 원

“인생, 가늘고 길게 사는 게 좋은 거야.”

우스갯소리지만, 우린 흔히 인생을 편하게 논하곤 한다. 수도자의 생각을 입혀보자.

윤해영(샬트르 성바오로 수녀회) 수녀는 “인생에는 길이도 있지만 높이도 있다”고 말한다. 길이는 내가 어찌할 수 없지 않은가. 윤 수녀는 “높이는 내가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고찰한다. 반복되는 일상을 설렘으로 맞자면서.

윤 수녀는 10여 년간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프로그램 ‘살며 기도하며’와 ‘기도의 오솔길’ 진행자로 활약한 ‘DJ 수녀’다. 신간 「연민, 사랑으로 가는 길」은 윤 수녀가 그간 전파를 통해 기도처럼 들려줬던 따스한 단상들을 엮은 묵상집이다. 방송하며 쌓인 글 1만여 개 가운데 주님에 대한 사랑과 잔잔한 감동이 깊이 담긴 내용을 엄선해 담았다.

윤 수녀는 누구를 만날 때마다 선물을 준비하려고 노력해왔다. 사람들이 “수녀에게 무슨 돈이 있어서?”라고 물을 수 있지만, 윤 수녀가 가져가는 선물은 격려, 칭찬, 위로, 웃음, 기도다. 돈과 물건보다 값진 선물이 있음을 돌아보게 한다.

우리는 예수님을 따른다면서 그분 앞에서 요구하고 따지기만 한다. 윤 수녀는 “그분을 따른다는 것은 그분 뒷모습을 보고 그분께서 가신 길을 향해 발을 내딛는 것”이라며 “그분 뒤에 서는 연습을 하자”고 손내민다. 대뜸 수도생활 3대 원칙은 “잘 먹고, 잘 자고, 잘 노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럼 기도는 언제?’ 하고 느낄 때쯤 답이 나온다. “먹고, 자고, 말하고, 노래하고, 노는 것 모두 ‘수행’이죠.”

윤 수녀에게 효도란 무엇일까. “부모님 손을 잡아보면 느껴지지요. 아픈 상처가 녹아내리는 것을요. 부모님 어깨를 안아보면 느껴지지요. 아픈 상처에서 새살이 돋아나는 것을요.” 저자가 말하는 것은 결국 ‘사랑의 마음’이다. “인간에 대한 연민만이 사람을 사람답게 하고, 이 세상을 살리고, 하느님을 만날 수 있으니까요.”



걱정하지 마세요, 언제든 웃을 수 있어요

와타나베 가즈코 수녀 지음 / 홍성민 옮김 / 가톨릭출판사 / 9000원

“기도하면 정말 하느님께 전해질까요? 전 지금 숨이 막힐 만큼 힘들어요.”

대기업에 막 취직한 청년이 편지 한 통을 보내왔다. 왜 힘든지 설명도 없었다. 와타나베 가즈코 수녀는 답했다. “기도하면 반드시 하느님께 전해집니다. 하지만 ‘전해진다’는 것은 바라는 것이 꼭 ‘이루어진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와타나베 수녀의 기도론은 명료하다. 수녀는 “하느님은 인간이 바치는 기도를 그대로 들어주는 것을 인간에 대한 사랑이라 여기지 않으신다”며 “하느님께 기도가 전달됐다는 것은 기도가 이루어진다는 의미가 아니라, 주님이 그 기도를 한 사람에게 가장 ‘좋은 것’을 주신다는 의미”라고 전한다.

와타나베 가즈코(1927~2016, 일본 노트르담 드 나무르 수녀회) 수녀가 선종 전 마지막으로 집필한 「걱정하지 마세요, 언제든 웃을 수 있어요」가 나왔다. 와타나베 수녀는 일본인이 가장 좋아한 종교인 중 한 사람. 어린 나이에 제2차 세계대전 참상을 몸소 겪으며 자랐고, 아홉 살 때 눈앞에서 아버지가 총탄에 맞아 생을 달리하는 충격을 겪었음에도 그는 수도자로서 수많은 자국민에게 희망과 용기를 준 ‘사랑의 멘토’였다. 일본인들도 와타나베 수녀의 말에 깃든 영성을 알아챈 것일까. 천주교 신자가 50만 명이 채 안 되는 일본에서 2012년 낸 저서 「주어진 자리에서 꽃피우세요」는 200만 부 넘게 팔렸다.

와타나베 수녀는 자신의 수도복 주머니를 ‘하느님의 주머니’라 불렀다. 상대방에게 건네는 미소, 상처받아도 화내지 않는 마음이 차곡차곡 주머니에 쌓이면 하느님께 드릴 수 있다고 여겼다. 이는 일본을 여러 차례 방문했던 마더 데레사 수녀를 통해 터득한 영성이기도 했다. 마더 데레사는 수많은 취재진과 사람들 사이에서도 늘 미소를 잃지 않았다. 와타나베 수녀는 그 비결을 알려준 마더 데레사에게 큰 깨달음을 얻었다. “저는 언제든지 웃을 수 있어요. 제가 웃을 때마다 영혼을 구원해 달라고 약속했거든요.”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열여덟 살에 세례를 받았던 일화, 마더 데레사를 만나 느낀 영성, 아이들에게 지식보다 ‘사랑’을 가르쳐야 하는 이유까지. 하늘나라 수녀가 선물처럼 남기고 간 글에 영성이 가득 배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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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8-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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