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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인은 ‘사냥꾼’·‘수집가’의 삶 거부해야

새로운 시작, 부활이 왔다! 안드레아 / 슈바르츠 지음 / 황미하 옮김 / 바오로딸 /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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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시기는 ‘도전의 때’다. 내가 세워놓은 삶의 질서, 나도 모르게 내 안에 짙게 깔아놓은 세속 욕망의 흐름에 변화를 주는 시기다. 그래서 사순시기는 ‘출발’이다. 이때가 새 출발이 되기 위해선 포기를 위한 포기가 아닌, 삶에 생명과 활기를 넣을 수 있는 다짐과 내적 변화가 따라야 한다.
 

사회교육학을 전공한 저자는 독일의 저명한 교구 사목 협력자다. 그는 책을 통해 사순부터 부활에 이르는 시기를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해 풀이했다. 단순히 회개와 절제로 끝맺고 마는 사순이 아닌, 지극한 사랑의 정신을 몸소 보여주신 예수님의 부활에 이르는 여정을 체험하는 방법을 펼쳐 기술했다. 어떻게 하면 도전과 새 출발의 사순시기를 보내고, 승리의 부활을 맞이할 수 있을까. 책은 20세기를 대표하는 신학자요 영성가인 칼 라너 신부의 탁월한 교회 안목을 곁들여 깊이를 더했다.
 

사순시기는 하느님과 나를 갈라놓는 그 무엇을 치우는 기회의 시간이다. 가령, 아이에게 좋아하는 초콜릿을 40일 동안 먹지 말라고 주문한다면 어떨까. 당장 아이는 자신이 무척이나 좋아하는 초콜릿을 손도 댈 수 없다는 생각에 세상이 무너지는 느낌이 들 것이다. 어른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좋아하는 음식, 여가, 안락한 취미를 거두고, 삶을 재편해야 한다면 얼마나 막막해질까.
 

여행을 떠날 때 혹시나 하는 마음 탓에 짐가방이 무거워지는 경우가 많다. 삶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사순시기 ‘내게 꼭 필요한 것은 뭘까?’하는 식별력을 익히길 권한다. 우리는 미래에 대한 염려 탓에 먹고, 마시고, 입을 것에 대한 욕심을 가진다. 세상은 인간을 ‘사냥꾼’ 또는 ‘수집가’가 되기만 권한다. 우리는 사순 40일 동안 줄이는 삶, 사냥꾼 옷을 벗고, 삶의 부피를 줄이는 ‘절약가’가 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선 삶의 길을 막고 있는 바위를 밀어낼 힘이 필요하다. 부활하신 예수님처럼 말이다.
 

이렇게 내려놓음을 통해 자유를 얻었다면, 그다음 할 일은 생명과 활기를 더하는 삶을 사는 것이다. ‘삶의 훈련기’이기도 한 사순시기에는 사랑하는 일에 열정을 더해야 하는 때다. 저자는 단지 고통을 줄이기 위해 어두운 면을 피하기만 하던 태도, 하느님을 미적지근하게 따르던 신앙, 상처받을 것을 염려해 마음을 다해 이웃을 사랑하지 못하는 자세를 ‘열정’으로 치환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것이야말로 지극한 사랑으로 새 생명을 선물로 주신 예수님을 따르는 길인 것이다.
 

재의 수요일을 보내면서 인간은 한낱 먼지와 같은 존재임을 깨달았다. 회색 빛깔의 재는 십자가와 연결된다. 인간은 고통과 질병, 죽음 앞에 아무것도 아닌 작은 존재다. 그러나 인간이 되신 예수님은 몸소 삶의 방향을 보여주셨다. 부활의 새 생명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하느님, 그리고 이웃과 함께해야 한다고.
 

그분은 세상 업적과 성과로 우리를 점수 매기지 않으신다. 얼마나 이웃과 함께하고자 했는지, 미워도 사랑으로 이해하고자 노력했는지. 사랑의 모범이 오직 하늘나라 성적표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은 꾸준히 사순과 부활의 뜻을 새기고 실천해야 한다. 먼지의 삶이 숭고해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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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9-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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