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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없는 자본주의에 맞서 ‘인간의 가치’ 지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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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 권력 / 미켈레 찬추키 편저 / 박성희·유소영 번역 /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칼 폴라니 - 왼편의 삶 / 개러스 데일 지음 / 황성원 옮김 / 마농지



“자기 조정 시장이라는 아이디어는 한마디로 완전히 유토피아다. 그런 제도는 잠시도 존재할 수가 없으며, 만에 하나 실현될 경우 사회를 이루는 인간과 자연이라는 내용물은 아예 씨를 말려버리게 되어 있다.”(칼 폴라니)

“모든 것을 시장 논리로 따지는 사회 병폐를 치유하는 데에는, 병자성사처럼 약간의 기름 부음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모든 자원, 특히 인적 자원을 사회의 소중한 가치로 여기는 문화만이 그 고질적인 병폐를 낫게 할 수 있습니다.”(프란치스코 교황)

경제와 시장, 규제 없는 자본주의는 공동 자원을 착취하고, 불평등을 증대시켰다. 경제란 인간의 생활에 필요한 재화를 조달하는 활동이지만 공동체와 사회의 틀을 벗어났다. 경제가 사회를 지배함으로써 사고팔아서는 안 될 인간과 자연이 상품으로 전락했다. 시장자유주의자들은 사회를 제거하고, 모든 것을 경제와 시장에 복속시키려 한다. 사회가 경제와 시장에 복속됨으로써 인간의 자유와 존엄은 위협받고 있다.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에 경종을 울리는 책 두 권이 발간됐다. 경제와 금융의 힘에 관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강론과 글을 엮은 「돈과 권력」, 자유자본주의의 허구를 비판하며 시장경제를 ‘악마의 맷돌’에 비유한 칼 폴라니(Karl Paul Polanyi, 1886~1964)를 다룬 저서 「칼 폴라니-왼편의 삶」이다.

두 책 모두 교황과 칼 폴라니의 저서는 아니다. 「돈과 권력」은 이탈리아의 언론인 미켈레 찬추키씨가 교황이 경제와 금융에 대해 언급했던 연설, 강론, 기사를 모아 펴냈다. 「칼 폴라니-왼편의 삶」은 영국 런던(브루넬대학교)의 정치학과 교수 개러스 데일씨가 쓴 칼 폴라니 전기다.

칼 폴라니는 헝가리 경제인류학자다. 그는 시장경제의 허구성을 간파하고, 경제를 사회로 되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대의 고전이 된 폴라니의 저서 「거대한 전환」(1944)에서 19세기의 시장 경제를 토지·노동력·화폐의 상품화라는 허구가 성립된 사회에서 돌출한 이상한 시스템이라고 일갈했다. 폴라니는 시장 경제의 인간 파괴와 인간 소외에 분노하며 경제를 상호보수 및 재분배라는 시점에서 구체적으로 분석했다. 「칼 폴라니-왼편의 삶」은 망명자로 다섯 나라를 옮겨 다닌 폴라니의 사유의 궤적을 추적했다. 자본주의와 제국주의의 확산, 제1차 세계대전과 볼셰비키 혁명 등 유다계 망명 지식인으로 인간의 고통을 탐구했던 칼 폴라니라는 인물의 삶에 집중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경제와 금융의 막강한 권력을 짚는다. 노동하지 않고서도 소득이 생기는 사람들과 노동을 해야 수입이 생기는 사람들의 갈등을 지적한다. 새로운 형태의 가난도 비판한다. 지구가 온 인류의 것이라면 어떤 사람들이 자원이 부족한 나라에서 태어났다고 인간답지 못하게 살아가는 사실이 정당화될 수 없음을 강조한다.

“경제와 금융, 국제 협력과 노동의 언어 안에 ‘친교’라는 말을, 아니면 약간 다른 표현으로 ‘다른 이들 그리고 공동의 집에 대한 돌봄’ ‘효과적인 연대’ ‘참다운 협동’ ‘주는 문화’와 같은 말을 포함해야 한다면 너무 지나친 생각일까?”(「돈과 권력」 11쪽)

두 사람은 인간을 경제적 이익 추구자가 아닌 생명으로 바라봤다. 시장은 사회의 일부분이며, 관계의 총체로서 사회라는 공동체는 인간의 가치를 지켜내야 한다. 국가와 시장을 인간과 사회에 복무하는 제도로 제자리에 돌려놓자는 것이다. 교황은 “경제와 금융도 인간에게 봉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간은 모든 경제 사회 생활의 주체이며 중심이고 목적(「사목헌장」 63항)이기 때문이다. 경제는 본래 좋은 삶에 필요한 것을 조달하는 활동이었다.



이지혜 기자 bonaism@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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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9-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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