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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두 번 출근… 지구촌 누비며 ‘나눔의 인술’ 펼친 의사

한끼의 기적 / 윤경일 지음 / 서교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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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얀마에서 쫓겨나 난민이 된 로힝야족. 한끼의식사기금 윤경일 이사장이 쿠투팔롱 로힝야족 난민캠프에서 우물을 점검하고 있다. 서교출판사 제공



일상의 여유를 제쳐놓고, 뙤약볕 아래에서 온몸이 땀투성이가 된 채 오지를 누비는 의사가 있다. 낯선 기후와 환경 속에서 눈병과 습진, 설사도 여러 번 걸렸다. 체질도 예민하다. 15년 동안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열악한 구호현장을 두 발로 누볐다.

「한끼의 기적」은 부산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윤경일(아우구스티노, 62)씨가 15년 동안 국제구호 현장에서 흘린 피와 땀을 담은 수필집이다. 윤씨는 의사 가운을 입고 2004년 11월 국제구호기금 (사)한끼의식사기금을 설립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열악한 현장을 찾아다니며, 고통받는 가난한 사람들을 돕고 있다.

윤 이사장은 질병만 고치는 의사보다 질병을 품은 사람, 사람을 품은 사회를 함께 돌보는 의사가 되고 싶었다. 그는 방글라데시, 에티오피아, 캄보디아 정부에 한끼의식사기금 NGO 지부를 설립해 구호사업을 시작했다. 방글라데시의 식량 긴급구호를 시작으로 인도네시아의 메라피화산 폭발지역에서의 구호활동, 네팔의 장애아동을 위한 의료 구호 사업에 뛰어들었다. 구호활동가가 본업이 아닌 윤 이사장은 이 모든 구호 활동을 위한 시간을 ‘퇴근 후’와 ‘휴가’를 이용해 썼다.

책에는 그간 12개국에서 국제구호사업을 펼쳐온 윤 이사장의 활동이 고스란히 담겼다. 윤 이사장이 가장 중요하게 여겨온 이들은 가난한 아이와 여성이었다. 그는 아이들에게 학교와 도서관을 지어주고, 여성들을 대상으로 자활기술 교육을 가르치고, 보건위생사업을 펼쳤다.

네팔 히말라야에서 태어나 6살 때부터 버터와 우유를 팔았던 덴디 세르파, 방글라데시의 달리는 인력거 ‘릭샤’를 몰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가난한 이들을 위해 자선병원을 세운 조이날 아베딘…. 우리가 일상에서 만날 수 없는 지구촌 곳곳에서 눈물겹게 살아가는 가난한 이들과 가난한 이들을 돕는 이들의 사랑을 엿볼 수 있다.

그는 물론 쾌적한 실내에서 환자를 진료하지 않고 땀을 뻘뻘 흘리며 구호현장을 찾아가는 일이 신이 나지는 않는다고 털어놓는다. 그저 구호현장에서 울려오는 양심의 소리 때문에 아름답고 고풍스러운 여행지 대신에 지저분하고 열악하기 짝이 없는 곳들을 찾아다니게 됐다고 설명한다. 뼈와 가죽만 앙상하게 남은 아이들의 실상을 경험하지 않았더라면, 모기떼가 들러붙는 퀴퀴한 숙소에는 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고백한다.

저자는 의사 가운을 입고 구호활동을 하느냐고 묻는 이들에게 말한다.

“의사는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사람이지만 NGO는 나은 세상을 위해 필요한 역할을 하는 이들입니다. 의사와 NGO가 하는 일은 달라도 이 둘의 존재 이유는 본질상 통하는 속성이 있지요. 둘 다 남을 돕기 위해서 세상에 존재하는 것이니까요.”

윤씨는 17년 동안 매달 ‘오순절 평화의 마을’에서 정신과 진료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또 ‘부산 외국인노동자인권모임’에서 수년간 인술을 베풀었다. 저자는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2017년 제38회 가톨릭 대상(정의 평화부문)을 받았다. 저서로 정신의학 에세이 「여자와 남자는 어떻게 다른가」, 수필집 「알고 보면 나는 바보다」를 비롯해 2016년에 출간한 구호활동기 「우리는 모두 같은 꿈이 있습니다」가 있다. 이지혜 기자 bonaism@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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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0-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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