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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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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칼럼] (50) 꿈꾸는 산 / 박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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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비탈을 오르면서 짐승들이 다니는 길을 찾는다.

가파른 비탈을 가로질러 간 길이 어렴풋이 눈에 들어오고 산을 오르내린 짐승들의 모습이 길 위에 겹쳐진다.

자연 속에서 되도록 힘을 아끼면서 살아가는 짐승들이 다니는 길은 몸을 크게 드러내지 않고 가는 생존의 길이다. 자연의 흐름에 몸을 얹어 살아가는 거스르지 않는 길이다.

그 길을 따라 산을 오르다 보면 발자국과 똥, 먹이를 뜯은 자국, 쉬었다 간 자리, 잠자는 굴과 같은 흔적을 만나게 된다.

흔적마다 담겨 있는 삶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 또 다른 생명이 내 곁에 있음을 깨닫게 된다. 나무들이 쓰러져 썩으면서 이끼가 덮이고 사람들의 흔적이 드문 숲을 지나 우뚝한 바위 절벽을 땀이 범벅이 돼 오른다.

눈 아래 펼쳐지는 겹겹이 뻗어 내린 산줄기와 골골이 패인 골짜기에서 만났던 짐승들의 모습과 울음소리, 어지럽게 찍혀 있던 발자국, 수북이 쌓인 똥을 들여다 봤던 기억들이 떠오른다. 바람 속에 언 듯 묻어나는 똥냄새와 희미하게 들리는 울음소리에도 가슴 설레는 것은 숲은 그들로 하여 살아 있기 때문이다.

끊어질 듯 이어지는 야생의 길을 따라가며 봄이면 새끼를 데리고 다니는 산양 가족을 만나 아장거리며 걷는 새끼를 안아 볼 수 있기를, 여름이면 짙푸른 숲 속 바위를 넘어가는 산양을 볼 수 있고 울음소리에 담긴 이야기를 알아들을 수 있기를, 가을이면 암컷을 차지하려는 수컷들의 뿔 부딪치는 소리와 암컷들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기를, 겨울이면 눈밭에 가득 찍힌 발자국과 굴속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산양을 볼 수 있기를 꿈꾸는 것은 뭇 생명과 더불어 사는 아름다운 세상에서 살고 싶기 때문이다.

그 세상으로 가는 길이 험하다고 해도 저버릴 수 없는 꿈이기에 온종일 산양의 흔적을 찾아 헤매고 다니다 산을 내려오곤 한다.

아직은 생명의 흔적을 만날 수 있고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야생의 땅이 남아 있다는 것으로 꿈이 이뤄지기를 바라지만 그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안다.

그들이 마음 놓고 살아갈 수 있도록 지정한 작은 땅에서조차도 권력과 결탁한 자본의 폭력은 멈출 줄 모르기 때문이며, 사람들도 산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한 곳이라 출입이 안 되는 곳인데도 함부로 드나들고 있지 않은가.

우리와 더불어 살아가야 할 또 다른 생명에 대한 배려와 존중을 하지 않는다면 그들은 사라지고 말 것이다. 짐승이 사라진 땅은 죽은 땅이며 그곳에선 우리도 살 수 없다. 모든 생명은 존재가치를 지니며 이 땅에서 살아갈 권리를 가지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꿈꾸는 산에 들고 싶다!


박그림(아우구스티노) 녹색연합·‘설악산국립공원 지키기 국민행동’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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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0-02-11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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