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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인간에 대한 물음… 두 사제가 전하는 ‘믿음으로 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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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1월 세상을 떠난 ‘희망 전도사’ 차동엽 신부(왼쪽)의 「잊혀진 질문」 개정판이 나왔다. 원주교구장 조규만 주교가 이병철 회장이 남긴 질문 24가지에 대한 답변을 「오래된 대답」에 담아 출간했다 원주교구장 조규만 주교가 이병철 회장이 남긴 질문 24가지에 대한 답변을 「오래된 대답」에 담아 출간했다.


“요람과 무덤 사이에는 고통이 있었다.”

독일의 유명한 시인, 에리히 케스트너가 남긴 말이다. 인간은 살면서 고통을 겪는다. 질병과 사고, 경제적 어려움, 배척과 차별로 잠을 뒤척이고 신음한다. 신이 인간을 사랑했다면, 왜 고통과 불행과 죽음을 주었을까?

여기 고생으로 치자면, 자신이 빠지지 않는다고 덤덤하게 자랑(?)하는 사제가 있다. 알코올 중독자 아버지를 둔 그는 초등학생 때부터 지게로 연탄 배달을 했다. 공고에 진학해, 엔지니어의 꿈을 품고 서울대 공대에 입학했다. 그러나 B형 간염 보균자였던 그는 간염, 간경화로 진행되는 육신을 껴안으면서도 ‘희망 전도사’로 살았다. 지난해 11월 세상을 떠난 차동엽 신부다.

“신이 인간을 사랑했다면, 왜 고통과 불행과 죽음을 주었을까?”라는 질문은 1987년 이병철(삼성 창업주) 회장이 폐암으로 세상을 떠나기 한 달 전, 천주교에 건넨 24가지 질문 중 하나다. 이 회장은 신과 인간, 종교에 대한 질문을 남긴 채 세상을 떠났고, 당시 인천가톨릭대 교수였던 차 신부가 24년 만에 질문에 대한 대답을 내놨다. 2012년 출간된 「잊혀진 질문」은 큰 반향을 일으켰고, 위즈앤비즈가 최근 개정판을 펴냈다.

차 신부가 선종한 지 한 달 후, 오랫동안 가톨릭대 신학대학에서 교의신학 교수를 지낸 조규만(원주교구장) 주교가 이 회장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담은 「오래된 대답」(가톨릭출판사)을 출간했다. 시대를 읽는 통찰력으로 신과 천국을 머리로만 이해하려는 사람들에게 믿음과 사랑으로 세상을 보는 시각을 선사한다.

“신이 인간을 사랑했다면, 왜 고통과 불행과 죽음을 주었을까?”라는 질문에 조 주교는 어떻게 답했을까?

그는 하느님은 우리를 사랑하기 때문에 고통을 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 고통이 없다고 가정해보자.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배신했는데도 아픔이 없고, 늦은 밤 자녀가 돌아오지 않는데도 고통과 걱정이 없다면 어떻게 내가 자녀를 사랑한다고 할 수 있느냐고 되묻는다.

“아! 고통은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기 때문에 주어지는 표징입니다. 사랑하는 깊이만큼 우리는 고통과 기쁨을 함께하게 되어 있습니다. 사랑은 기쁨보다도 고통에서 더 깊이 새겨집니다.”(84쪽)

이병철 회장의 질문은 낯설지 않다. “과학이 끝없이 발달하면 신의 존재도 부인되는 것이 아닌가?” “신은 왜 악인을 만들었는가” 등 신과 인간, 과학기술과 진화, 영혼 문제 등을 총망라하고 있다. 차 신부의 「잊혀진 질문」은 질문의 범주를 △생명의 몸살 △고독한 영혼의 초월 본능 △내 인생의 비밀코드 △피할 수 없는 물음으로 새로 구성했다.

두 성직자는 우리가 처한 이 시대, 삶을 관통하는 가장 절박한 물음에 차분하고 깊이 있게 대답한다. 차 신부의 답변이 대중적이고 종교가 없는 이들에게도 쉽고 편안하게 읽힌다면, 조 주교의 책은 영성적이다. 차 신부의 책이 출간된 지 10년이 다 되었지만, 그의 이야기는 빛바랜 희망이 아닌, 새로운 희망으로 빛을 발한다. 삶으로 고통이 지닌 희망을 보여줬던 차 신부는 나지막이 말한다. “고통의 의미를 깨닫는 날 우리는 고통에서 도망치려 하기보다 고통을 동경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한편, 조 주교는 우리가 하느님을 보지 못하는 것은 시력에 의존하려는 우리의 태도라고 지적한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신과 인간에 대한 근원적 고찰을 통해 영적으로 성장하도록 촉구한다. 조 주교는 오래전부터 가톨릭교회가 준비한 대답이라는 의미를 담아 책 제목을 ‘오래된 대답’이라고 정했다.

이지혜 기자 bonaism@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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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0-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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