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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인생 70년… “여전히 시를 구걸하며 사랑 곁에 서성이죠”

김남조 시인 마지막 시집 「사람아, 사람아」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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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흔 평생 사랑을 노래해 온 김남조 시인이 스스로 ‘끝 시집’이라 일컫는 시집 「사람아, 사람아」를 펴냈다. 문학수첩 제공




“사랑은 매우 어려운 개념이어서 나도 모릅니다. 모르면서도 우리는 사랑을 갈구하고 있고, 행하고 있는 게 아니겠어요. 우리는 ‘사랑의 공복’에 있어서 매우 민감한 반응을 나타냅니다.”

아흔 평생 사랑을 노래해 온 김남조(마리아 막달레나) 시인이 마지막 시집 「사람아, 사람아」(문학수첩)를 펴냈다. 올해 나이 93세다. 등단한 지 70년이 넘은 원로 시인이지만 ‘사랑’ 곁에 서성인다. 단순하고 쉬운 사랑법은 없다.

코로나19로 집에 발이 묶인 김 시인과 전화 인터뷰를 했다. 그는 “온 세계가 감염병에 처한 상황이 충격과 혼란으로 다가온다”면서 “무엇이든 다 할 수 있고, 달나라에도 가는 시대에 문명의 허무함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첨단 과학과 문명의 발전에도 사랑을 갈구하는 아우성이 신작 시집에도 담겨있다.

“70억 넘는 사람과 / 그 몇백 배의 / 생명체들이 원하는 / 식량과 약품과 무기와 그러고도 / 외롭다 사랑받고 싶다 / 외롭다 사랑받고 싶다의 / 이 아우성”(‘이 아우성’ 중에서)

김 시인은 “화려하지 않은 언어들을 가지고, 이 나이에 이르러 깨닫게 되는 논리로 책을 엮었다”고 말했다. 시집 제목이 된 ‘사람아, 사람아’는 사람을 부르는 것이면서 동시에 사람에게 대답하는 것이다. 시집에 담긴 52편 시에는 사람과 사랑이 담겼다.

“사람이 느끼는 감정은 사랑과 증오 외에 천만 가지 이상입니다. 이러한 감정이 모두 사람 하나에서 나왔고, 사람 하나 안에서 소멸하지요. 그런데 그 많은 사람 중 단지 하나인 ‘자기’라는 사람에게서 우리는 지치고, 길을 잃으면서 한평생을 삽니다.”

그는 “사랑에 서툰 인간들이 종교와 신앙, 기도에서 가르침과 방향 감각을 얻어 ‘자기’라는 사람을 가늠해 간다”고 설명했다. 사랑에 서툴지만, 찾고 헤매면서 사는 것이라 여겨진다고 했다.

김 시인은 ‘사랑하는 능력을 누가 가르쳐 줄 것인가’가 화두이지만 다행스럽게도 인간은 선천적으로 알고 있다고도 했다.

“태어나서 만나는 것 대부분이 사랑스럽지요.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는데 부모와 자식 간에 사랑을 하지요. 하늘과 구름, 꽃과 잎, 벌레를 보면 사랑하고 싶은 심정이 생깁니다. 사랑이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닌데 사랑이 잘 전달이 안 되지요.”

그의 시를 관통해온 뼈대는 신앙에 있다. 남편 김세중(프란치스코, 1928~1986) 조각가와 결혼하면서 개신교에서 가톨릭으로 개종했다. 그는 “가톨릭 신앙을 못 가졌더라면, 내 문학은 척추가 없는 동물이었을 것”이라며 “예수는 내게 절대자였다”고 말했다.

“주님의 깊이는 헤아릴 수 없지만,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에 영혼이 있어진다’는 그 원리에 따라 내 영혼은 주님의 현존에 대한 줄에 묶여 있었습니다.”

70년 동안 시인으로 살아왔음에도 시를 구걸하는 사람으로, 백기 들고 항복했던 날들도 털어놨다. 시집 맨 앞장에 써 내려간 ‘노을 무렵의 노래’에서 “우리는 사람끼리 깊이 사랑한다”면서 “많이 잘못하면서 서로가 많이 고독한 ‘인간의 원리’를 깨닫기도 한다”고 썼다. “결국, 사람은 서로 간에 ‘아름다운 존재’라는 긍정과 사랑과 관용에 이르는 것이 아니겠느냐”면서.

김 시인은 “얼마간 남아 있는 나의 시간을 겨우 조금 구경한 대자연, 못다 배운 역사, 못다 읽은 책, 특히 못다 읽은 시, 못다 들은 음악, 더 공들이며 함께 살아갈 사람들, 못다 한 기도로 채워가고 싶다”고 말했다.

평생 사랑으로 시를 지어낸 그는 여전히 사랑이 어려운 이들에게 귀띔한다.

“사랑 안 되고 / 사랑의 고백 더욱 안 된다면서 / 긴 세월 살고 나서 / 사랑 된다 사랑의 고백 무한정 된다는 / 이즈음에 이르렀다 / 사막의 밤의 행군처럼 / 길게 줄지어 걸어가는 사람들 / 그 이슬 같은 희망이 / 내 가슴 에이는구나 // 사랑 된다 / 많이 사랑하고 자주 고백하는 일 / 된다 다 된다”(‘사랑, 된다’)

이지혜 기자 bonaism@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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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0-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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