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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사제의 길, 나뉠 수 없는 십자가와 같아”

미술 교사 재직 중 사제의 꿈 꾸게 돼 도미니코수도회 입회, 1974년 사제수품 프랑스서 50년간 사제·화가의 길 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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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인중 신부가 세라믹 작품을 들고 그림 작품 앞에섰다. 김 신부는 “이 그림이 삼위일체를 가장 잘 설명하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 김인중 신부의 도자기 작품. 김인중 인스티튜트 제공

▲ 김인중 신부의 스테인드글라스 작품.



“우리는 참 불행한 세대였습니다. 제가 5살 때 해방이 됐고 10살 때 한국전쟁이 있었습니다. 미술교육, 음악교육이 있을 수 없었어요. 그러나 그런 불행했던 시대가 나쁘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빛을 알게 됐으니까요.”

60년 회고전 ‘빛의 꿈’ 전시를 위해 방한 중인 ‘빛의 화가’ 김인중 신부(도미니코수도회)를 19일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만났다. 빨간 뿔테 안경을 쓰고 기자를 맞은 김 신부의 얼굴은 환했고 웃음이 가득했다. 코로나19로 인사는 악수 대신 주먹을 맞대는 것으로 대신했다. 김 신부는 그러면서 “바이러스도 조심해야 하지만 마음속에 있는 질투심과 시기심 같은 바이러스를 조심해야 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김 신부는 고등학생 때 미술을 시작했다. 친구인 이종상(요셉) 화백의 영향이 컸다. 그는 “이종상 화백의 도움을 많이 받고 용기도 많이 얻었다”며 “이 화백과 미술을 같이 시작했는데 우리 사이에는 시기와 질투가 없어서 아주 아름다웠다”고 말했다.

김 신부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와 대학원을 졸업했다. 그리고 미술 교사로 재직하던 중 사제와 예술에 대한 꿈을 안고 유럽으로 건너가 스위스 프리부르대학과 파리가톨릭대학에서 수학했다. 이후 도미니코수도회에 입회해 1974년 사제품을 받은 후 50년 동안 프랑스에서 화가와 수도자의 길을 걸었다.

그는 “사제의 길과 화가의 길을 절대 나누지 않는다”며 “그 두 가지 관계는 숨 쉬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하지만 김 신부는 “신자가 되기 전과 후는 작품의 변화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신자가 아닐 때는 하느님을 모르니까 수평으로만 보였는데 신자가 되니까 수직을 보게 됐다”며 “그래서 십자가의 아름다움이 수평과 수직”이라고 설명했다.

김 신부는 유럽에서 세잔과 마티스, 피카소를 잇는 ‘빛의 화가’로 찬사를 받는다. 프랑스 혁명(1789~1794) 이후 전시회가 열리지 않았던 파리 노트르담대성당에서 2003년 전시회를 열었고 프랑스 에브리대성당과 샤르트르대성당 등 유럽 곳곳의 성당과 수도원에도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을 설치했다. 2019년 6월에는 프랑스 앙베르에 김 신부의 이름을 딴 ‘김인중 미술관’도 문을 열었다. 국내에는 대전교구 자양동성당과 수원교구 신봉동성당에서 그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2019년 프랑스에서 출간한 「김인중 신부의 그림 시편」도 한국어로 번역돼 20일 출간됐다. 「김인중 신부의 그림 시편」은 그의 작품 활동이 집약돼 있다.

김 신부는 자신의 재능이 하늘에서 주신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는 작품에 대한 영감을 얻을 때도 ‘주님, 영감을 불어넣어 주세요. 당신에게 영광을 돌릴 수 있는 도구가 되겠습니다’ 하고 기도한다. 그가 자신의 성공은 하느님 안에서의 성공이라고 강조하는 이유다.

김 신부의 60년 회고전 ‘빛의 꿈’ 전시회는 그의 과거를 살펴보고 그가 앞으로 걸어갈 길을 보는 전시회다. 그런 그에게 이번 전시회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물었다. 김 신부는 “제가 독자적인 길을 걸을 수 있을 수 있게 해주신 하늘에 감사드린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다음 작품을 할 수 있도록 전시회가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며 “저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했다.

김인중 신부의 ‘빛의 꿈’ 전시는 4월 4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제1전시실에서 열린다. 1960년대부터 2019년까지 회화와 스테인드글라스, 세라믹, 화집과 시집 등 120여 점이 선보인다.

도재진 기자 djj1213@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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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0-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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